[칼럼] 무속(巫俗)과 역술 논란, 그리고 그 이면
[칼럼] 무속(巫俗)과 역술 논란, 그리고 그 이면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3.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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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음력설을 지나서 정월대보름도 지났다. 그런데 (음력설을 맞이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음력설을 전후한 시점에 난데없이 무속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음력설에 무속이나 역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전통 민속 문화에서는 음력설에서 정월대보름까지 새해 인사를 나누고 각종 전통놀이를 치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주역(周易)』을 이용하거나 사주풀이를 이용해 한 해 운세를 점치곤 했다. 즉 전통문화에서 무속이나 역술의 힘을 빌어서 한 해의 운세를 보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한해 운세를 보는 것도 방송이 된 만큼, 방송에서 무속이나 역술을 접하는 것이 그렇게 낯선 장면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이러한 전통문화와 관련된 논란이 심하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종합편성채널, 이른바 종편이 있다. <TV조선>은 한 역술인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시켰고, 그 역술인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귀인 관계’”라며 “100쌍 중에 하나 정도 나올 정도로 김정은하고 박 대통령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거죠”라는 발언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28일 한 무속인은 <채널A>에 출연해 “다음 대선은 여당이 이깁니다”라며 대선 주자로 거론돼 온 한 정치인의 운세가 내리막이라는 주장을 했다.(이상, 「“박근혜-김정은, ‘찰떡’ 궁합” 역술인 종편 제재 추진」, FACTTV 2015년2월22일자 보도) 그리고 <JTBC>의 시사프로그램인 ‘이영돈PD가 간다’에서는 설 특집으로 역술가와 박수(남성 무속인), 무당(여성 무속인)을 망라한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아라’ 편을 제작하여 방영하였다.

세 종편에서 모두 무속과 역술과 관련된 방송을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의한 제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반대로 <JTBC>의 ‘이영돈PD가 간다’의 경우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2회에 걸친 특집으로 시청률이 계속 상승했다고 전해진다.(「‘이영돈PD가 간다’ 10대 역술인 편,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3주 연속 시청률↑」, 티브이데일리, 2015년2월23일자 보도)

종편에서 역술과 무속과 관련된 방송을 한 것, 그리고 <JTBC>의 ‘이영돈PD가 간다’의 높은 시청률은 2015년 설을 지내는 우리 사회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날의 운세를 점치는 것은 보통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정치와 경제의 불안함, 사회 안전망과 복지의 후퇴로 사람들의 불안감이 심화되었고, 종편에서 이러한 수요를 파악했기 때문에 이러한 방송이 제작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음력설에 한 해 운세를 보는 전통문화도 이러한 방송의 근거가 되었으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JTBC>의 ‘이영돈PD가 간다’의 경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술의 경우 통계의 성격이 어느 정도 있지만, 역술이나 무속은 모두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영돈PD가 간다’의 이번 특집에서는 이러한 초자연적 존재나 현상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라는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었다. 이것은 마치 마라톤 선수에게 단거리를 얼마나 잘 달리는지 측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작진이 무속이나 역술에 대하여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방통위의 제재 추진의 이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에는 ‘방송이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TV조선>과 <채널A>에서 ‘출연자의 발언은 검증되지 않은 것입니다.’라는 식의 자막을 넣었는지 모르겠으나, 자막이라도 넣었다면 제재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1조이다. 이 규정을 보면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이 미신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전통문화이며, 시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즐기거나, 혹은 믿거나, 아니면 생업으로 종사하고 있는 것을 ‘방송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로 ‘미신’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차라리 2015년을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판단을 믿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의 불안감과 간절함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는 무속인이나 역술인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오늘날 버젓이 존재하는 전통 문화에 ‘미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규정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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