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사라진 선거, 남은 것은 과연
새누리당, 박 대통령 후광 사라진 선거

새정치민주연합, 삭제된 심판론 전략은
야권연대 과연 이뤄지나 이뤄지지 않나

4월 재보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모두 후보를 확정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자를 살펴보면 예년 선거와는 다르게 거물급 정치인이 없다. 이와 더불어 사라진 것도 있다. 바로 정권심판론이다. 정권심판론이 사라진 그 틈 사이로 새로운 이슈가 비집고 들어왔다. 이번 재보선은 미니 선거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편집자주>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번 재보선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이다. 올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올해 치러지는 정치 이벤트 중 가장 주요하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모두에게 이번 4월 재보선은 선거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구강화을 그리고 광주 서구을이다. 인천 서구강화을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야성이 강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야권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배출된 지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새누리당에게 상당히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게 마냥 불리한 선거만은 아니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진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판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멀리 바라보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열풍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무너질 때 박근혜 당시 당 대표가 나섰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그리고 불과 지난해 지방선거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직접 사용할 수 없다보니 그냥 “도와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단순히 ‘도와주십시오’라는 말 한 마디였지만 누구나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해 지방선거도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무성·문재인 성적표

이번 재보선의 새누리당 도전은 과연 내년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일종의 쪽지시험과 비슷하다. 이와 더불어 김무성 대표의 첫 시험이기도 하다. 차기 대권 주자를 노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로서는 이번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을 이겨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일궈낼 수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를 할 경우 그 패배감은 내년 총선에도 불어 닥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은 결국 일부 세력의 탈당과 더불어 분당이라는 사태까지 번질 수 있다. 때문에 김무성 대표에게 있어 이번 재보선은 단순한 재보선이 아니다. 내년 총선 승리와 더불어 차기 대권 가도를 달릴 수 있느냐 없느냐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패배할 경우 그 후폭풍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찾거나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 후광을 다시 업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다시 업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면 아마도 새누리당은 새로운 리더십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몸부림은 친박과 비박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원외당협위원장 교체를 놓고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친박과 비박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라도 하면 친박계는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김무성 대표의 힘을 빼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반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면 김무성 대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높아지면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전초전

새누리당의 승리 전략은 ‘지역일꾼론’과 ‘이념논쟁’이다. ‘지역일꾼론’은 매번 선거 때마다 해왔던 선거 전략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지역의 일꾼으로 지역 발전에 공헌을 하겠다는 선거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줄줄이 파기되면서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점차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연 그 공약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신뢰도의 문제가 남아있다. 지역을 위해 어떠어떠한 일을 하겠다고 제시를 하겠지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승리 전략은 ‘이념 논쟁’이다. 이번 재보선은 인천 서구강화을만 제외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선거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념 논쟁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원내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때문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른바 ‘종북숙주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 이후 종북몰이의 약발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종북몰이에 더욱 혈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리퍼트 대사의 테러 사건 이후 지지율이 주춤한 현상을 보여 왔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원내 진입을 하게 됐고, 이로 인해 4월 재보선을 치르게 됐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종북몰이의 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이 있다. 적당한 종북몰이는 약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종북몰이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북몰이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역풍이 불게 되면서 새누리당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과도한 종북몰이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변수는 세월호 참사이다. 4월16일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는 야권 지지층의 결집과 더불어 중도층도 가장 가슴 아파하는 사건이다. 그 사건이 1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대대적인 행사와 더불어 反박근혜 대통령 정서를 전파하기 위해 혈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불똥이 새누리당에게 튄다면 새누리당은 재보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당 지도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인양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 총선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역시 세월호 참사 2주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야 선거 전략은

새누리당의 또 다른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지율을 하락시키거나 상승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즉,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새누리당 지지율도 덩달아 하락했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새누리당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가 이번 재보선의 변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제1야당은 그동안 ‘정권심판론’을 선거 때마다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만 승리를 했지 제1야당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정권심판론’을 내걸었다. 유권자들이 신물이 나올 정도로 정권심판론을 거론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심판’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더 이상 ‘정권심판’이란 단어가 유권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때문에 선거 전략을 바꿨다. 정권심판 대신 ‘유능한 경제정당’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정권심판만 내걸어서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전략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표에게 중요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친노-비노의 갈등이 문재인 당 대표 선출 이후 다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당내에서 계파 갈등은 내재한 모양새이다. 만약 이번에 패배라도 한다면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노계의 공격은 엄청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다시 패배주의가 감돌면서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중대한 선거이다.

다만 변수가 너무나도 많이 있다. 특히 야권연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선거 공조를 하겠다는 등 소규모별로 야권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무소속 천정배 전 의원과 국민모임이 선거에 공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소규모 선거 공조는 이뤄지더라도 야권 전체가 참여하는 야권연대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한다. 문제는 야권이 분열하게 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광주 서구을은 대표적인 야권 성향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러다가 우리 후보가 승리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야권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反박근혜 대통령과 反새누리당 정서를 이야기해야 할 야권이 反새정치민주연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로 인해 야권 유권자의 분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야권 유권자들이 분열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밖에 없다.

야권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로 각자도생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야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미니 선거이다 보니 야권연대 없는 선거를 치러보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야권 지지층의 일부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여겨 볼 포인트는 과연 광주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있다. 광주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라 다른 정당의 후보에게 향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호남 정당이란 타이틀을 떼야한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광주 서구을의 민심이 심상찮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다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주 민심과 더불어 수도권 민심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 그리고 인천 서구강화을은 대표적인 수도권 도시이다. 이들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곧 내년 총선의 민심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다. 때문에 여야 모두 이 지역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가 미니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적 의미와 파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야 모두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성남 중원에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재보선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선거에 돌입한 것이다. 조그마한 선거이지만 두 정당의 싸움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리고 용호상박의 싸움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끝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이 달라진다. 그렇게 선거의 여명은 밝아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