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결국 금호산업의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5곳 가운데 유일하게 호반건설이 지난 28일 이뤄진 본입찰에 참여했는데, 호반건설이 써낸 금액이 기준에 모자란다고 금호산업 채권단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채권단은 오후 3시 본입찰을 마감한 뒤 오후 7시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매각 본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들이 제시한 금액이 채권단이 예상하고 있던 기준에 상당히 미치지 못했기 때문. 앞서 채권단은 금호산업 실사를 하면서 본인들이 갖고 있는 약 58%의 지분이 7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가를 1조원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은 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써낸 금액은 채권단과 시장에서 예상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수준인 6007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금호산업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350원 오른 2만2850원으로(고가 2만4050원, 저가 2만2300원) 시장을 마감했는데, 이 수준으로 판단했을 때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가 4540억원 수준이다. 이런 점을 따져봤을 때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될 경우 얻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프리미엄을 생각하더라도 시장에서 말하던 1조원의 가치가 지나치다고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보수적인’ 판단을 한 셈이다. 본입찰 이전에도 일부에서는 금호산업의 가치가 6000억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뉴시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과연 인수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본입찰 전까지 1조원 이상의 베팅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을 보이던 호반건설이 정작 본입찰에는 6007억원이라는 냉정하고 보수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 이에 오히려 이번 금호산업 입찰을 일종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에 6.16% 갖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지난 1월과 2월 2번에 걸쳐 매각해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얻었고 인지도가 낮던 회사를 1조원을 베팅할 수 있을 만큼 재정이 탄탄한 곳이라는 것을 전국구로 알릴 수 있었다면서 결국 진정한 승자는 호반건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반건설이 입찰에 실패하면서 금호산업 채권단은 다음 달 5일 이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다시 열어 유찰 또는 재입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재입찰을 하게 될 경우 금호산업의 주인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호반건설이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냈는데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회사가 그 이상의 금액을 주고 선뜻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 물론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게 흐르는 등 금호산업에는 회사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입혀진 상황이다.
 
또한 재입찰이 진행된다면 박삼구 회장에게도 불리한 전개가 이뤄질 수도 있다. 채권단이 인수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박삼구 회장에게 내밀면서 우선청구매수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겨우 워크아웃을 졸업한 박삼구 회장은 자금동원 능력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룹 재건에 욕심을 내 무리하게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될 경우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다음 달 열릴 전체회의에서 채권단은 유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향후 매각을 다시 추진하거나 박삼구 회장에게 바로 매수 기회를 주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손에 넣는 방법에 대해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보다 약간 높은 가격을 내밀면서 서로 매각가의 적정선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박삼구 회장도 재입찰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직접 협상을 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 전환하는 등 3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채권단에서 투입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금액에 박삼구 회장과 거래가 이뤄진다면 비난 세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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