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어디로 흘러가나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북한 영화 배경음악 거론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영혼결혼식 이후 전파

진보진영의 민중의례 중 하나로 정착
보수진영 반발로 인해 결국은 무산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매년 이맘 때만 되면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이다. 그리고 5.18 전후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이고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의 공식 노래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합창 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민중가요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 작곡됐다. 가사의 원작자는 백기완이고, 작곡가는 김종률이다. 원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지만 최근 표준어 규정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린다. 지난 1980년 12월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은 YM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했는데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의 일부 내용을 차용, 소설가 황석영이 붙였다. 또한 지난 1981년 소설가 황석영과 당시 전남대학교 학생이었던 음악인 김종률 등 광주지역 노래패 15명이 공동으로 만든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삽입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로 합창으로 쓰여지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유래

이후 1982년 2월 윤상원과 박기순 유해를 광주 망월동 공동묘지(현 국립 5.18 민주 묘지)에 합장하면서 영혼결혼식을 거행했는데 이때 처음 공개했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악보 필사본 및 구전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전두환 정권 하에서 유포와 가창이 금지됐기 때문에 구전 방식으로 전해졌다. 이후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세상에 완전히 공개됐다. 그리고 민주화운동·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집회 때마다 국민의례에 상응하는 ‘민중의례’라는 새로운 의례로 제창하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실시했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 유족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제창돼 오다가 1997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승격되면서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식을 열었을 때부터 2008년까지 정부주관 기념식 본행사 말미에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고 식전 행사로 밀렸으며, 2011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폐지되고 합창단의 기념공연 시 합창에 삽입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3년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별도의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2010년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식순에 집어넣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은 국가보훈처에서 나왔다. 보훈처는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면서 이 노래를 제창할 경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는 보수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1991년 5.18을 소재로 한 ‘임을 위한 교향시’라는 영화를 제작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영화 배경음악으로 쓰는 등 이 노래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사용한 노래이기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제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는 왜 집착하는가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14일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제창은 안된다고 한다”며 “이런 논리라면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을 허용하는 것도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희생한 영령을 추모하는 노래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가 5·18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보훈처는 5·18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보훈처장의 경질도 주장하고 나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불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8월23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토론회에서는 하태경 의원과 김진태 의원 간 ‘임을 위한 행진곡’ 논쟁이 벌어졌다. 김진태 의원이 북한과 연루된 곡이니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팩트를 왜곡하지 말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의 말에 의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에서 금지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주민이 이 노래를 부르면 감옥을 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민주화 투쟁가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김정은 독재 체제 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는 것은 결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태경 의원의 논리는 또 있다. 북한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른다. 북한에서 부른다고 우리 정부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금지곡으로 붙일 것이냐고 따졌다.

이처럼 야당과 여당 일부 인사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당분간 제창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보수층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상당히 민감해 하는 이유는 단순히 북한 영화 배경음악에 차용됐다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반정부 투쟁의 장소에 항상 불리는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옛 통합진보당 행사의 경우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정도로 진보 진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바라보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되고 제창이 되는 것을 보수진영에서는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대통합은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보 진영이 ‘산업화세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은 민주화세력을 ‘반정부 세력’ 혹은 ‘종북좌파’ 세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보수진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으로 지정이 된다면 그것은 국민대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과 시민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나뉘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화세력의 대표적인 사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인정함으로써 민주화세력을 끌어안는 대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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