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신경숙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신경숙(52)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은 16일 온라인매체인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폭로했다.

이응준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과 신경숙의 소설 '전설' 중 한 문단을 나란히 비교하며 표절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미시마 유키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신경숙)

이응준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에 대한 표절은 한 소설가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설명하거나 표현하기 위해 '소설이 아닌 문건자료'의 내용을 '소설적 지문'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활용하는 등'의 이른바 '소설화(小說化) 작업'의 결과가 절대 아니다"면서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경숙의 소설들은 다양한 언어들로 번역돼 외국 현지에서 상업적으로도 일정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바 있다"며 "그런데 만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뉴욕에 알려진다면, 파리에 알려진다면, 영국에 알려진다면, 일본의 문인들과 일본의 대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는 감춘다고 감춰질 문제도 아니고 감추면 감출수록 악취가 만발하게 될 한국문학의 치욕이 우리가 도모할 일은 더욱 아닐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경숙이 문학동네 1999년 여름호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은 재미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에도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휩싸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