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일반노조 “철저한 수사 필요”..사측 “입장 없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옛 삼성 본관이 주소지로 돼 있는 스위스 비밀 계좌가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계좌 명의인은 현 삼성중공업 전무로 계좌 개설일 또한 과거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3000억원이 넘는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고 폭로했던 시기와 맞물려 삼성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뉴스타파>는 지난 11일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HSBC 스위스지점 프라이빗 뱅크 비밀계좌 고객 정보를 분석하던 중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26층이 주소지로 된 계좌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태평로 옛 삼성본관은 삼성그룹이 2008년 서초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30년 넘게 있었던 곳으로 당시 삼성 본관 26층과 27층에는 삼성그룹의 핵심 사령탑이라고 볼 수 있는 전략기획실이 있었으며, 28층에는 회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문제가 된 스위스 비밀계좌 계좌번호는 ‘CH49 0868 9050 9109 XXXX X’이며 주소는 ‘OFFICE OF THE EXECUTIVE STAFF 26THFL., SAMSUNG MAIN BLDG. 250, 2KA, TAEPYUNG-RO, CHUNG-KU SEOUL 100-742 KOREA(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 본관 26층 임원실)’로 기재돼 있다.

또한 이 계좌 개설일은 ‘1993년 6월 11일’이며 계좌의 명의인으로 서류에는 ‘KIM HYNUG DO’로 나와 있는데 이는 ‘KIM HYUNG DO(김형도)’의 오타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분석했다.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해당 계좌로 예치된 최대 금액은 약 19만 달러(약 2억원)라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유출된 고객 정보에는 해당 시기 이전에 예치된 금액은 포함돼 있지 않아 계좌가 개설된 1993년과 자료가 유출된 2007년 사이에 계좌에 들어있던 금액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계좌의 명의인인 ‘김형도’는 현 삼성중공업 전무로 김 전무는 1993년 계좌 계설 당시 삼성전자 과장으로 있었으며 이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재무팀으로 옮겨 11년간 근무했다. 그는 임원으로 승진한 뒤 삼성전자, 제일모직 등 핵심 계열사 임원으로 지냈다.

김 전무는 지난달 20일 <뉴스타파>의 취재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다가 열흘 후 다시 말을 바꿔 “계좌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며 “아버지는 평범한 봉급쟁이였다. 아버지가 왜 해외계좌를 개설했는지, 돈의 출처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2007년 과거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3000억원이 넘는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고 폭로한 것과 이번에 발견된 스위스 비밀계좌의 시기가 맞물린다는 것.

이 때문에 삼성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김 변호사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비자금 조성의 배후로 전략기획실을 지목한 바 있어 삼성의 스위스 비밀계좌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사의 주소로 된 계좌가 개인 계좌라는 말은 삼성의 궤변”이라고 일침했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비자금 문제가 폭로됐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며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삼성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를 하지 않는 다면 삼성을 비호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위스 비밀계좌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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