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제대혈,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 사용 중
미래 위한 투자 vs 치료에 쓰일 확률 낮아
사용 확률 0.05%로… 선택은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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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아이와 가족을 위한 생명보험으로 불리는 가족제대혈이 최근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제대혈은 탯줄 속 혈액으로 출산 시 채취해 보관했다가 훗날 발생할지 모르는 백혈병, 혈액암 등의 난치병 치료제로 사용된다.

가족제대혈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15년 보관 기준, 100만원에서 150만원 선이다. 평생 보관할 경우 4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가족제대혈이 질병 치료에 사용될 확률은 불과 0.05%로 효용성이 낮아 제대혈 보관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가족제대혈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일까. 아니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한 상술일까.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제대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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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제 ‘제대혈’

제대혈(臍帶血, Umbilical Cord Blood·UCB)은 산모와 아기를 연결하는 탯줄에 있는 혈액을 의미한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후와 태반이 나오기 전, 의료진이 바늘을 통해 탯줄 속 제대혈을 채취한다. 출산 직후 태반이 나오기 전에 이뤄지는 셈이다. 이 과정은 아기와 산모에게 통증이 있거나 위험하지 않으며 안전한 방식으로 추출된다.

제대혈에는 피를 만드는 세포인 조혈모세포가 다량 존재해 골수 조혈모세포이식을 필요로 하는 질병에 사용된다. 예를 들면 악성종양, 혈액질환과 혈색소 질환, 면역 부전, 선천성 대사장애,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에 쓰인다. 개발이 진행 중인 질환은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장병 등이 있다.

제대혈을 사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성공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에게 제대혈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혈액학회에 따르면 제대혈이식은 조직접합항원이 일치하는 형제와 비혈연 성인 공여자가 없을 때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한혈액학회 측은 “현재까지 (제대혈 이식을 통한) 치료성적은 기존의 골수이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대혈 보관 방식은 가족제대혈과 기증제대혈로 나뉜다. 국내에는 아이와 가족의 사용을 위한 배타적인 방식의 가족제대혈 은행, 타인 질병 치료를 위해 산모가 기증하는 기증제대혈 은행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대혈은행은 18군데다. 이 중 5곳은 기증제대혈 은행이고 5곳은 기증과 가족제대혈을 함께 보관하며 8곳은 가족제대혈만 보관한다.

가족제대혈 은행은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면 제대혈을 보관해주는 곳으로 위탁보관기관의 성격을 띈다. 이곳에 보관된 제대혈은 산모에게 소유권이 있으며 아기와 그 가족을 위해 관리, 보관된다.

반면 기증제대혈 은행은 이식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도록 산모로부터 기증받아 운영된다. 즉, 불특정 다수 환자를 위해 무상으로 기증받아 공공자원으로 관리하고 공급하는 공공인프라다.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최소 세포 수를 보증하고 최소치에 못 맞추면 생물학적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한다. 이식용으로 보관되는 제대혈은 의학적 병력, 선별검사를 실시한다. 기증제대혈은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기증자를 위해 따로 보관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제대혈이 치료에 활용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가 2001년부터 2013년 말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전국 17개 제대혈은행에 보관된 제대혈 건수는 총 44만6290건이다. 이 중에서 치료 목적 이식용으로 쓰인 것은 890건으로 활용 비율이 0.19%다.

가족제대혈이 이식용으로 쓰인 것은 40만 5500건 중에서 179건이다. 전체 보관량의 0.04%가 치료용으로 쓰였다. 한편, 기증제대혈은 4만790건 중에서 711건이 사용돼 1.7%의 활용비율을 차지했다.

이 같은 통계로 미뤄 볼 때 제대혈의 활용 수치는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비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혈은 난치병에 걸릴 때를 대비할 수 있어 “불행을 막는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의료기술의 발달로 제대혈을 활용한 질병 치료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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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제대혈, 바로 사용 가능” vs “재발률 커”

가족제대혈은 난치병 치료를 위해 필요하지만 자가제대혈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질병 종류에 따라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재발률을 높일 수도 있다.

가족제대혈 보관업체에 따르면 조혈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맞는 세포를 찾는 시간이 줄어 치료 시기가 늦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제대혈 줄기세포가 아기의 조혈줄기세포와 조직접합성항원(HLA)이 완벽한 일치를 이뤄 훗날 아기가 질병에 걸리면 바로 쓸 수 있는 것. 가족제대혈은 다른 가족에게도 조직적합성에 맞을 확률이 높다. 혈연 간 이식은 비혈연 간 이식보다 생존율이 높고 부작용도 적다.

가족제대혈 보관업체 A사 관계자는 “가족제대혈 은행은 의료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돼 현재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수십 년째 운영되고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이라며 “보관된 제대혈은 질병과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 기타 줄기세포 치료 등에 사용되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제대혈은행은 가족제대혈 이식이 동종(비혈연) 조혈모세포 이식과 비교할 때 원인 질환의 재발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혈액종양은 환자의 제대혈에 악성 변이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 이용을 제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본인의 제대혈을 사용하면 유전적 조건에 의해 영향받는 질환의 이식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한다. 아울러 충분한 유핵세포(핵이 있는 세포)가 포함돼 있지 않아 성인 대상으로 한 이식에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자가제대혈이 이식에 필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학병원 의학정보를 참조하면 아이가 출생한 뒤 10년간 자가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할 가능성은 1/2000~1/2700로 희박하므로 미국 산부인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는 특별한 가족력이 없으면 제대혈 보관을 권하지 않고 있다.

가족제대혈 피해가족모임 강사근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보건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제대혈은행은 기증제대혈 은행이 중심이 돼 있지만 우리나라만 상황이 좀 다르다”며 “바이오 벤처 기업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해온 결과, 전체 제대혈 보유량의 약 91%가 가족제대혈로 의료선진국과는 상반된 기형적 형태를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가족제대혈 정책이 수십만 명의 제대혈을 얼음 쓰레기로 만들고 제대혈 회사에만 이익을 주고 있다”며 “타인 제대혈을 이식할 경우 재발률이 낮고 항 백혈병 효과 등으로 훨씬 더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국제 의학계에서도 가족제대혈보다 기증제대혈을 활성화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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