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검증하고 있는 피의자 김일곤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트렁크 시신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일곤(48)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송치되기 전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남은 죄가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충남 아산에 있는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여성 운전자를 흉기로 위협한 뒤 피해자 차량을 이용, 납치해 목 졸라 살해한 김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 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본인의 오토바이와 접촉사고 문제로 시비(쌍방폭행)가 붙은 20대 초반의 남성 K씨에게 앙심을 품었으며 이에 복수를 계획했다.

숨진 주모(35·여)씨는 K씨를 불러낼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주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K씨에게 전화해서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한 후 K씨가 나타나면 살해할 의도였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쯤 충남 아산의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씨를 차량째로 납치해 끌고 다니다가 약 2시간만에 살해했다.

김씨는 “차량과 휴대전화만 훔칠 생각이었지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여성이 계속 도망가고 차문을 두드리며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를 질러 목 졸라 죽였다”고 전했다.

이후 김씨는 10일 삼척에 있는 한 공원 주차장에서 복수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분노감에 시신을 훼손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서울로 올라와 그날 오후 성동구의 한 빌라에서 차량에 불을 냈다. 당시 시신은 트렁크에 있었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시신을 발견하자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했으나 주도면밀하게 도망치는 김씨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잡은 것은 공개수배로 전환된 지 나흘만인 17일 오전이다. 동물병원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들은 격투 끝에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동물용 안락사 약을 구해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피생활을 하던 김씨가 K씨에 대한 복수를 끝내고 자살하기 위해 약을 구입하려한 것 같다”면서 “실제로 키우던 애완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에게서 K씨를 포함해 의사, 형사, 판사 등 28명의 이름과 직업 등이 적힌 메모지가 나오기도 했다. 명단은 K씨와 쌍방폭행 이후인 6월 초쯤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해당 명단에 대해 “그동안 나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단자들은 대부분 “김일곤을 모른다. 전혀 연관된 게 없는데 왜 내가 명단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과 연락한 결과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이후 이동 경로상의 추가 범죄와 범행 이전 다른 범죄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여죄는 발견되지 않았다.

성폭행 여부와 관련해 김씨는 “주씨를 이용하려고 한 마당에 성폭행을 하면 신뢰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송치한 후에도 검찰과 협의해 진술 내용과 CCTV 자료 등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등 정확한 시신 훼손 장소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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