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집 네 군데에서 각각 1만원어치 빵을 구매한 사진. 상단 좌측 ‘해피데이’ 우측 ‘인디오븐’ 하단 좌측 ‘웰브레드’ 우측 ‘브레드팝’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정신없는 출근길. 환승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있자니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와 코끝을 자극합니다. 남들은 향긋한 커피 냄새에 취한다고들 하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 기자에게 커피 냄새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식욕을 자극하는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도 모르게 코를 더 킁킁대봅니다.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순간 정신을 아찔하도록 만드는 이 냄새의 정체를 머리가 아닌 배가 단숨에 알아차립니다. ‘아, 이것은 갓 구워낸 빵 냄새다!’라고. 아까부터 꼬르륵 소리를 내던 배가 더 요동을 치고 있으니까요.

혹시 잔돈이 있을까 싶어 주머니를 뒤적여보니 500원짜리 동전 두 개와 100원짜리 동전 세 개가 잡힙니다. ‘이 돈으로 무슨 빵이냐’ 싶어 빵집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동네 빵집을 갔던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그땐 돼지저금통에서 동전 몇 개를 빼서 가면 빵 두세 개는 살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이는 ‘먼 옛날의 이야기’일 뿐, 길목마다 자리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동전 몇 개로 사먹을 수 있는 빵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급 씁쓸해지려는 찰나, 기자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500원짜리 동전으로 사먹을 수 있는 빵이 정말로 없을까’.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빵 가격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빵집들을 어렵사리 찾아냈습니다. 저는 기자니까요.

<투데이신문>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점령한 베이커리 시장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빵집’으로 통하는 작은 규모의 빵집 네 곳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친근한 이미지의 ‘해피데이’

서울 등촌동에 위치한 동네 빵집 ‘해피데이’ 간판이 저 멀리서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유리벽 너머매장 안은 이른 아침부터 매우 분주해보입니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즉석빵 500원부터”

가까이 가보니 매장 입구에는 오랜 시간 가게와 함께 해온 것으로 보이는 포스터가 한 장 붙어있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십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매장을 휙 둘러보니 14평 남짓한 조그마한 매장이지만 쭉 늘어서있는 빵의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해피데이의 빵 종류는 대략 70~80가지나 된다고 하는군요.

   
 

그 중 특히나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부담 없는 500원 코너’인데요. 단팥빵, 앙금빵, 치즈빵, 크림빵, 슈크림빵, 찹쌀도넛, 꽈배기, 소보로, 깨찰빵 등 거의 20가지가 돼 보이는 빵들이 단 돈 500원, 말 그대로 ‘부담 없는 가격’을 자랑합니다.

이 외에도 피자빵, 토스트, 소시지빵, 콘브레드, 모카빵, 초코파이, 소라빵 등 1000원대의 빵도 다양합니다. 이보다 가격이 센 치즈롤입, 상투과자, 크림치즈, 마늘브레드, 만주, 파운드, 롤케이크 등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어떻게 이리 싼 가격의 빵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경제가 좋아졌다고 해도 서민들은 항상 살아가기가 힘든 게 사실이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말 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빵 가격이 비싸면 누가 사먹겠어요.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빵을 만들고자 결심했죠”

이렇듯 좋은 취지 아래 착한 가격의 빵이 탄생했지만 너무 싼 가격 때문에 힘든 점도 물론 존재합니다.

“빵 한 개를 팔아 남는 이윤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각 개당 이윤이 적게 남기 때문에 많이 팔아야만 매출이 나와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우 맛있어 보이는 빵의 자태에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지고 군침이 돕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빵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 빵집은 주재료인 밀가루를 비롯해 빵 안에 들어가는 앙금, 팥, 찹쌀 등 우리는 다 국내산만 써요. 재료가 빵 맛의 차이를 좌우해요”

맛있는 빵의 비결은 ‘좋은 재료’라고 사장님은 강조하시더군요. 빵을 만드는 재료가 좋아야 빵 맛이 좋은 건 당연한 이치겠지요. 이 때문에 해피데이에서는 모든 식재료에 있어 국내산을 고집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싼 가격이라고 해도 재료도 싼 것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그만 안심하고 접어두셔도 될 듯합니다.

   
 

“특히 우리 집은 팥이 맛있어요. 자, 한 번 드셔보세요”

사장님은 저에게 갓 나온 찹쌀도넛을 건네주셨습니다. 뜨끈한 빵을 한입 베어 먹는 순간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찹쌀도넛 안에는 너무 달지 않아 제 입맛에 딱인 팥이 한가득 담겨있었습니다. 평소 기름에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달달하면서도 쫀득한 맛에 매료돼 두 세 개 정도는 거뜬히 먹을 것 같더군요.

해피데이에서는 고수하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매장에서 바로 만든 신선한 빵을 ‘당일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매장이 있어온 3년 동안 내내 지켜온 사장님의 신조와 같다고 하네요.

   
 

역시 제품이 좋으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은 ‘고객’인 덕분일까요? 해피데이에는 하루 평균 400명의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다고 합니다.

“고객들이 빵 맛에 만족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우리 매장에 한 번 온 고객은 백이면 백 단골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하하”

이렇듯 ‘빵 맛이 좋다’며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고마운 마음에 사장님은 매년 서비스 차원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7000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상대로 계란 10개 들입을 증정하는 행사를 1년에 1번 진행했으나 올해는 8000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계란 10개 들입을 증정하는 행사를 1년 중 4번, 분기마다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빵 가격만 착한 게 아니라 사장님 마음 씀씀이도 착한 가게죠? 사장님의 바람은 그저 딱 한가지라고 합니다.

“손님들에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부담 없이 와서 맛있는 빵을 사갈 수 있는 친근한 빵집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작고 예쁜 카페 같은 ‘인디오븐’

예쁜 노란 간판의 인디오븐 목3점은 작년 10월 말 문을 열었습니다.

“즉석 빵집, 저가 빵이 트렌드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인디오븐에서는 사장님의 따님 분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셨는데요, 이 매장은 문을 열면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기자는 왜 그런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깔끔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죠. 앞서 갔던 빵집이 동네에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것 같은 정감 가는 느낌이었다면 인디오븐은 매우 세련되고 깨끗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마치 작은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비교해도 그에 뒤지지 않는 빵집으로 자리 잡고 싶어서 많은 공을 들였어요. 매장을 깔끔한 느낌의 최신식 인테리어로 꾸민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또 다른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빵이 포장돼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즉석 빵집에서는 봉투포장을 하지 않아요. 제품 자체도 저마진인데다가 봉투포장까까지 하면 정말 남는 게 없거든요. 그래도 저희는 빵 품질 유지를 위해서 포장까지 다 해요. 어떤 손님들은 이렇게 해서 팔면 포장 값도 안 나오겠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해요(웃음)”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빵 탐색을 시작해볼까요?

인디오븐 역시 가장 저렴한 빵인 ‘500원’짜리였습니다. 생도넛, 팥도넛, 누네띠네, 국진이빵, 슈크림빵, 단팥빵, 롤치즈빵, 고로케 등 대략 30여가지가 단돈 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한 입 크기의 앙증맞은 초코머핀, 아몬드머핀과 함께 초코쿠키, 아몬드쿠키, 오트밀쿠키 등 쿠키 종류 또한 500원이었습니다.

또한 1000원대 가격의 빵 역시 다양했는데요, 카스테라, 피자빵, 소시지피자빵, 피자패스츄리, 햄치즈패스츄리, 소시지패스츄리, 낙엽패스츄리, 크림치즈빵, 찰떡도넛 등 10가지는 거뜬히 넘어보였습니다.

그 이상 가격의 만주 종류나 카스테라(큰 것), 쉬폰, 롤케이크, 파운드 등도 존재하지만 역시나 이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빵은 기본 메뉴라고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500원짜리 빵이 가장 잘 팔려요. 500원짜리 품목은 어떤 빵 가릴 것 없이 골고루 잘 나가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이 매장의 자랑거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빵집에는 고로케가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보통 고로케는 튀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구운 고로케도 판매하고 있어요. 손님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아요. 늦은 시간에 오셨다가 고로케가 다 떨어져서 발길을 돌리시는 분들도 많아요”

사장님의 강력 추천 메뉴인 구운 고로케를 먹어보니 저도 모르게 ‘음~’하고 감탄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동안 먹어왔던 일반적인 튀긴 고로케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죠. 구운 고로케는 기름기가 없어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빵 속에 가득 담긴 야채와 구운 빵의 조화는 마치 샌드위치는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평소 고로케를 먹으면 특유의 기름기 때문에 느끼해 하나를 다 못 먹고 내려놨었는데 제 손에 있던 구운 고로케는 계속 입속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빵의 비결은 ‘천연 발효’를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가 빵집이지만 품질은 그 어디에도 뒤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원가가 좀 올라가긴 하지만 우리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천연 발효를 하고 있어요. 우리 제빵사님 비법이라 더는 자세히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유산균 발효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처럼 빵 맛에 누구보다 공을 들인 덕분일까요, 빵 맛에 반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수두룩 하다네요. 하루 평균 최소 250명, 빵 개수로는 600~700개씩 팔릴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빵 가격이 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에는 싸니까 호기심으로 사가셨다가 맛이 좋다고 계속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빵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렴한 가격의 빵을 내세워 가게를 운영하며 힘든 점은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손님들의 선입견을 바꾸는 게 힘들었어요. 저가 빵은 나쁜 재료를 쓸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우리 빵집 같은 경우 바로 옆에 시장이 있어서 본사에서 들여오는 것 빼고 양파, 당근 등 다른 식재료는 모두 저렴하게 사서 써요. 그렇기에 재료가 모두 신선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빵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일까요. 인디오븐 역시 ‘개당 남는 이윤은 적지만 많이 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빵을 싼 가격에 팔 수 있는 비결은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이죠. 유통 과정이 없기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 보다 저렴한 가격의 빵을 내놓을 수 있는 거예요”

사실 500원이라는 가격은 재료를 반죽하고 굽고 포장하는 노동력에 비해서는 아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죠. 그렇지만 꾸준히 찾아주시는 손님들 때문에라도 기본 품목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하네요.

“손님들에게는 동네 빵집이지만 품질은 대형 빵집과 비교해 봐도 손색없는 빵집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여기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빵집’, 그런 빵집이 되고 싶어요”

   
 

건강함을 앞세운 ‘웰브레드’

향긋한 빵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휴대폰으로 ‘길찾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화곡동 큰 대로변에 자리한 웰브레드 매장을 쉽게 찾아냈습니다. 매장 안에 들어서니 벽면에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웰브레드는 하루 3번 빵을 굽습니다”

오전 7시, 오후 12시, 오후 2시~3시. 따뜻한 빵이 탄생하는 시간입니다. 아무래도 빵을 한 번에 다 만들어 놓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하루 3번으로 나눠 빵을 굽는다고 합니다.

   
 

“단팥빵, 소보로는 3번 작업 할 때마다 만들어요”

단팥빵은 하루 평균 135~150개, 소보로는 90~100개 정도. 팀장님께서는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두 제품은 금방 동이 나기 때문에 하루에 3번, 빵을 구울 때마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빵은 ‘정성’이에요. 빵 한 개 한 개 정성어린 손길로 만들지 않은 게 없죠. 다른 게 차별화가 아니에요, 매일 나와서 하는 일이기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기에 변함없이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드는 것, 그게 차별화죠. 손님들은 금방 알아보시거든요”

   
 

고개를 돌려 다른 벽면을 보니 빨간색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건강한 빵 웰브레드에는 3가지가 없습니다. 방부제, 냉동생지(재료), 인공색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웰브레드는 ‘건강한 빵’을 모티브로 삼아 위의 세 가지 없이 빵을 만든다고 합니다. 정성 말고도 이런 점이 수많은 크고 작은 빵집들 속에서도 웰브레드가 인기 있는 비결이겠지요?

   
 

“아무래도 빵이 싸다보니 한 개당 큰 마진을 남기기는 어려워요. 그렇기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빵집들은 모두 ‘박리다매’에 올인하는 편이죠. 우리 빵집도 물론 박리다매를 통해 수입을 올리기는 하지만 그에만 올인하면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우리 빵집만의 메뉴를 자체개발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주력하려고 하는 빵이 무엇이냐고 살짝 여쭤봤습니다.

“자세하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건강한 빵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빵을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천연 효모 발효를 이용한 빵도 만들었으나 지금은 만들지 않고 있고, 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빵을 만들기 위해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웰브레드에서는 빵을 투명한 유리로 된 전시대에 넣어 놓고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직원분이 직접 꺼내 담아주시더군요. 순간 명품관의 풍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된 전시대에는 ‘만지지 마세요. 눈으로만 봐주세요’ 라는 작은 글귀도 써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대 안에는 매우 다양한 빵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햄치즈롤빵, 피자빵, 피자패스츄리, 크림빵, 단팥빵, 찹쌀도넛, 찹쌀꽈배기, 소보로 등 500원짜리 메뉴의 종류는 앞서 갔던 두 매장과 비슷했습니다. 또한 웰브레드에는 700원, 1000원, 1200원 등 세분화된 가격대의 빵도 있었습니다. 전체 빵의 종류는 40~50가지 정도 되는데 역시나 그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인 500원~1000원대의 빵이 가장 잘 나간다고 합니다.

   
 

하루에 3번이나 만든다는 소보로를 기자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든 기본 메뉴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가봅니다. 소보로는 가장 기본적이고 어느 빵집에나 있는 빵이지만 어디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빵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덕분일까요? 기자가 그동안 먹었던 소보로는 일반적으로 퍽퍽하고 겉 표면이 딱딱했는데 웰브레드의 소보로는 고소하면서도 폭신폭신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부드럽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빵을 500원이라는 가격에 맛 볼 수 있다니, 정말 감격스럽더군요.

“항상 내 가족에게 먹일 빵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요. 만들고 나서도 빵을 함부로 하지 않고 조심스레 다루죠. 같은 빵이라도 흠집이 안 난 빵이 보기에 좋으니까요”

이처럼 ‘정성’을 기본 삼아 만드는 빵이기에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날 수 있었겠죠?

“빵 맛을 보는 순간 ‘정직하다’는 느낌이 드는 빵집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내 가족들이 먹어도 부끄럽지 않은 빵을 만들 겁니다”

   
 

사랑받는 빵 ‘브레드팝’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목동에 위치한 ‘브레드팝’입니다. 12평 남짓한 크기의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그만 마음을 홀랑 뺏겨버렸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빵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빵들이 많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핫도그, 생크림소보로, 엔젤링, 초코빵, 쇼콜라, 오믈렛 등 이름도 생소한 빵들이 제각각 ‘맛있음’을 뽐내고 있더군요.

하나씩 다 집어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얼른 오늘 매장에 들른 목적인 ‘저렴한 빵’에 시선을 돌렸습니다. 역시나 다양한 500원짜리 제품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앙금빵, 소보로, 단팥빵, 옥수수팥도넛, 옥수수꽈배기, 생도넛, 깨찰도넛 등 앞서 갔던 세 개의 매장에서 많이 본 덕분에 이젠 이름도 외울 것 같은 메뉴들이 브레드팝에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같은 빵일지라도 그 맛은 각기 다른 법, 기자는 70~80가지 정도 되는 메뉴들 속에서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든 기본 메뉴’였습니다.

“500원짜리 제품은 모두 꾸준히 인기가 있어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팥이 들어간 단팥빵, 찹쌀도넛 등을 좋아하시고 어린 친구들은 피자빵, 소시지빵과 같은 빵을 선호하죠. 그보단 나이가 있는 젊은 친구들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담백한 맛의 건강한 빵을 자주 찾아요”

그래서 이번엔 기자가 먹고 싶은 빵을 골라 먹어봤습니다. 저는 생크림을 참 좋아하는데요, 아주 먹음직스러운 자태로 저를 유혹하고 있는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크림 가득한 ‘슈’. ‘앙’하고 한입 베어 물자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이 입 안 가득 퍼졌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속으로 ‘맛있다’만 연신 외쳐댔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슈는 얼마냐고요? 단돈 500원! 이렇듯 착한 가격에 황홀한 맛까지 더해지니 이 부근에서 인기빵집으로 자리매김한 건 당연한 결과겠죠?

   
 

이렇게 착한 브레드팝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 브레드팝 이사님께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현재 베이커리 시장은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어요. 그런데 너도 나도 프리미엄 빵을 외치다 보니 오히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반적인 빵을 찾기가 어려워졌죠. 이에 빵 가격은 내리고 제품의 수준은 우수한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브레드팝의 중요한 포인트는 ‘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올리고’라는 말. 이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겠죠? ‘브레드팝’이라는 이름은 ‘대중적인’, ‘인기 많은’이라는 뜻의 ‘popular’에서 따와 이름 그대로 ‘누구나 다가가기 쉬운 대중적이고 사랑받는 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브레드팝은 깐깐한 재료선택과 철저한 재료관리, 갓 구운 빵을 판매한다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절대 안심’입니다.

“브레드팝은 현재 시중 빵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보고 그 절반 가격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시중과 동일한 품질은 유지하되 자체적으로 빵을 만들고 운영해 가격혁명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앞으로도 빵 값은 쭉 유지되는 것이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가격이 착해서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빵 값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는 명쾌한 대답을 주셨습니다.

   
 

“손님들이 주머니가 가벼워도 마음 놓고 올 수 있는 매장이 되고 싶어요. 빵이 먹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못 사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렇기에 우리 매장은 500원짜리 한 두 개로도 빵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손님들에게 문턱이 낮은 매장이 되고 싶어요”

기자가 소개한 빵집들 잘 보셨나요? 네 군데를 돌며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먼저 착한 빵집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 모두 좋은 식재료로 저렴한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셨다지요. 또한 모두 당일 판매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 개 당 적은 이윤에도 불구하고 모두 당일에 즉시 만들어 팔리지 않은 제품은 폐기한다는 게 저의 눈엔 매우 대단해보였습니다. 또한 다른 빵집과 차별화를 두고 꾸준히 사랑받는 매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도 이분들의 성공 비결이라 생각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빵 가격 속에서 앞으로도 착한 빵집을 찾는 발길이 쉴 틈 없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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