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5자 회동은 그야말로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던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원유철 원내대표의 회동은 서로의 지지층을 향해 “날 좀 보소”의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이날 1시간 48분 간의 기나긴 시간을 보냈다. 보통 1시간 정도 회동 시간을 갖는데 반해 이날 거의 두 시간 가까이 회동을 가졌다. 워낙 폭넓은 이슈를 다뤘고, 워낙 입장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에 향후 정국은 그야말로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자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깔아줬고, 그 멍석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앉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깔아줬을 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 멍석에 앉은 여야 지도부 역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아울러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조차 합의점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동을 가진 이유는 단 하나이다. 서로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호소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여론이 점차 증가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자면 야당 지도부가 ‘감정적인’ 싸움을 걸어오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으로서는 야당 지도부가 감정적인 싸움을 걸어옴으로써 결집을 이뤄진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당시 후보가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는 말 한 마디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한 사례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날 회동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털어버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는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방어막을 확실하게 쳐줬다.

반면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확실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날 회동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서로가 서로의 지지층 결집만 이뤄내는 그런 회동이었다.

때문에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에서 바라보면 한심한 회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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