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라인 버리자니 미국 눈치 보이네

   
 

18조 원 투입된 KF-X사업, 좌초 위기에 놓여
미국 핵심기술 이전 거부, 정부는 알고 있었나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그야말로 난항에 부딪혔다. 미국이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인해 KF-X 사업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대상이 없다. 물론 주철기 청와대 안보수석이 경질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책성 경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교라인 문책론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박근혜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사실 상식적으로 미국이 전투기의 핵심기술을 선뜻 내줄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X사업 초창기에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전투기 핵심기술을 선뜻 내준다고 계속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핵심기술 이전 자체를 아예 거부했다. 이번 방미 기간 중에도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국을 방문해서 의사를 타진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개발부터 양산까지 18조 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정부는 국산 전투기 개발은 예정대로 착수하되 AESA 레이더 등 부품은 직도입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2025년부터 100여 대의 전투기가 부족하게 돼 자칫 전력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KF-X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당장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외교라인 문책을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 국방장관을 만나 핵심기술 이전을 재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과 관련해서 방미 성과에 재를 뿌렸다면서 외교라인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KF-X사업의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한다면서 외교안보라인의 경질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야 모두 외교 안보 라인 경질을 단순히 주철기 수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날아간 KF-X의 꿈

여야 모두 지목하는 인물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장관 등 3명이다. 이들 3명을 경질해야 진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주철기 수석의 경질로서 외교안보라인 개편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남은 사람들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경질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보호막’을 쳤다. 사실 김관진 실장, 윤병세 장관, 한민구 장관이 KF-X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들 3명에 대한 책임론과 교체론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던 것이다. 김관진 실장은 F-15가 전격적으로 F-35로 교체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X 단일 후보로 올라온 미국 보잉사의 F-15SE를 부결시켰다. 그러면서 김관진 실장은 장관 신분이던 2013년 9월 3일 국방위 현안질의에 참석해 “국민 세금 8조3000억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KF-X사업이 좌초되면서 김관진 실장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윤병세 장관은 KF-X사업 문책에 이어 ‘실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 10월 21일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최근 일각에서 지난주 방미 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구한 것은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다”라고 말한 사실에 대해 10월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중국해에 대해 발언해줄 것을 요청한 것 아니냐고 윤병세 장관에게 따졌다. 그러자 윤병세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흘 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를 언급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즉, 자신이 발언한 것을 자신이 뒤집은 것이다. 이에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이 연설문의 일부 문구를 빼먹고 읽다보니 오해가 생겼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윤병세 장관 경질론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민구 장관 역시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요구가 실패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3인방’을 경질하기는 쉽지 않다. 김관진 실장은 남북 고위급 접촉 등 대북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윤병세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에 가장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참모이다. 당장 한중일정상회담은 물론 다자간 정상회담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질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민구 장관을 경질할 경우 핵심기술 이전 요구를 미국이 거절한 것에 대한 불만의 성격이 크다. 즉, 한민구 장관을 경질할 경우 오히려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때문에 경질 자체가 쉽지 않다. 더욱이 만약 이들 3명을 경질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외교안보실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지만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교체했다. 앞으로도 교체해야 할 장관들이 아직 3명이나 남았다. 이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게 되면 인사청문회 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외교라인은 과연

하지만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KF-X사업은 분명 좌초됐다. 추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추진을 하더라도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 특히 방위산업의 경우에는 비리가 만연해있다. 방위산업이 전문 분야이다 보니 각종 특혜 및 비리가 상당히 많이 얽혀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방위산업 비리도 근절될 수 있다. 단순히 몇 백억 원 규모의 사업이 아니라 몇 십조 원 규모의 사업이 바로 방위산업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나오면 조 단위로 움직인다. 때문에 만약 방위산업이 실패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도 방위산업 정책을 수립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앞서 언급한 바대로 외교라인 교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앞으로 여론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여론이 급속도로 경질 쪽에 무게를 싣는다면 청와대는 여론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에 있을 부분적인 개각에서 경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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