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한국정치는 죽었다

   
 

여야, 역사교과서 국정화 놓고 막말 퍼레이드
웬수도 이런 웬수 없는 듯한 막말 쏟아져

정치력 부재로 인한 격한 감정이 쏟아져
정치혐오 부르는 막말 퍼레이드, 견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결국 막말 퍼레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정치는 죽었다고 평가를 해도 될 정도이다. 정치란 상대 세력과 만나서 토론을 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주장하면서 상대의 의견은 전혀 수용할 의사가 보이지 않으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막말 퍼레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막말 퍼레이드에 대한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 혐오증만 더욱 커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요즘 정치권 소식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싫을 정도이다. 혹여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할까 겁이 날 정도이다. 막말 퍼레이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로가 상대에 대해 감정적인 발언이 쏟아지면서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막말의 포문을 연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TF 사무실을 항의방문하자 그 다음날인 26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화적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며 “국가를 야당이 난신적자(亂臣賊子, 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화적떼란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행패를 부리며 돌아다니는 무리’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다. 상대 정당 소속 의원을 화적떼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상대 정당 소속 국회의원을 국회의원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료 의원에게 ‘화적떼’?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야당 등의 국정화 반대에 대해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될 때 남한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그렇게 온몸을 던져서 정치생명을 걸고서 지키고 막아내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야당이 국정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 적화통일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야당의 가장 민감한 종북몰이를 또 다시 시작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만만찮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집필도 안됐는데 무슨 친일‧독재 미화냐고 하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고 말했다. 또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회동에서 ‘전체 교과서에서 그런(우리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기운이 온다’는 발언을 했다고 소개하며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의 정상화’가 정말 시급해 보인다”며 “이분들을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실성파로 부르고 싶다”고 언급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27일 시정연설과 관련해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 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라고 비꼬았다. 공갈 막말로 징계받았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상황을 언급하며 “최고 존엄에 대한 박수치고는 (김무성 대표가 너무) 건성건성 쳤다. 여권 2인자 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조롱했다.

결국 이런 막말 퍼레이드는 이념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관이 국정 교과서 반대 투쟁과 선동전을 전개하라는 지령을 국내 종북세력에게 내려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곳은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 강도와 발언 수위를 높이더니 무속인이니 똥인지 된장인지 하는 거친 막말로 대통령 모독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면서 “민생에도 야당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은 백해무익한 투쟁으로 남남갈등을 지켜보는 북한만 즐겁게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북한의 국정화 반대 투쟁 지령설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사실인지 여부를 가려내야 하고 사실이라면 이 단체들과 개인이 누구며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법당국의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야당은 눈 뜬 장님과 같다”면서 문재인 대표의 똥‧된장 발언에 대해 “나중에 드셔보시면 맛있는 된장인줄 알게 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똥-된장 품위 떨어져

이처럼 여야 모두가 막말 퍼레이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치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 퍼레이드가 시작된 이유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의지를 보이면서 국회의 정치력을 아예 차단시켜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고시가 확정되는 11월5일까지 새누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적 혹은 행정적 조치를 제대로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고시 확정 이후라야 야당의 경우에는 헌법 소원 등의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다 자극적인 발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보다 자극적인 발언이 먼저 쏟아진 쪽이 새누리당이라는 것을 본다면 새누리당이 그만큼 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막말 퍼레이드가 쏟아지게 된 시점을 살펴보면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온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오면서 새누리당으로서는 긴박한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에서 여론전에 밀린 상황이 됐다. 좌편향 국정교과서를 부각해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국정화가 결국 독재시절의 교과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게 팽배해지면서 민주사회에서의 다양성을 해치게 되는 요소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반대 입장이 더 높게 나오기 시작했다. 즉, 야당은 ‘독재’와 ‘민주’의 프레임을 갖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접근했는데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여론이 밀리면서 새누리당으로서는 다급한 상황이 됐다. 때문에 가장 손쉬운 프레임으로 ‘종북 프레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지령설’이나 ‘적화통일’ 같은 단어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른바 ‘빨갱이 프레임’을 통해 지금의 난관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에도 이명박 정부가 곤란한 상황이 됐는데 이때에도 종북 프레임을 덧씌워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종북 프레임을 통해 새누리당이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게 포함돼있다. 종북 프레임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켜 이 위기를 벗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새누리당 내부의 문제도 있다. 바로 수도권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걱정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더 높게 나오면서 수도권 의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패배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봇물 터지듯이 터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발언을 통해 수도권 의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력 부재가 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으로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에서 정치적·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예산 편성에 심사를 강화해서 전액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만 이미 정부는 예비비 편성이란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됐다. 헌법소원 등도 제기하려면 행정고시가 확정돼야 한다. 즉, 정치적·행정적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한 11월5일이 지나야 한다. 그 이전까지는 여론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보다 과격하고 비유적인 발언을 통해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 더욱이 상대 진영에서는 “아직도 집필되지 않은 교과서를 갖고 ‘독재·친일 미화 교과서’라고 재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논리를 깨지 않으면 국정교과서 반대 논리는 펼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막말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등 주류 측으로서는 10월 재보선 패배로 인해 또 다시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택하는 것이 막말 퍼레이드가 되는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상대 정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 정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막말 퍼레이드를 할 수는 없다. 상대 정당을 무시하고 자신만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막말을 꺼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력을 발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막말 퍼레이드를 해도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 징계받을 확률은 ‘0’이다. 사실상 징계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서도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막말을 퍼붓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의 입을 단속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오늘날 막말 퍼레이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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