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등 한·일·중 정상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3국 협력체제의 복원 필요성을 공감했다.

하지만 3국 정상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여전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한·중 정상이 3국 협력 복원의 전제로 분명한 역사 인식을 거론했지만, 일본은 역사와 관련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 ▲2009년 10월 중국 베이징 ▲2010년 5월 한국 제주도 ▲2011년 5월 일본 도쿄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 등 매년 개최지를 번갈아 가며 5차례 열렸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2013년 서울 회의가 무산된 이후 개최되지 않았다가 3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이에 이날 회의는 동북아 3국 협력체제의 복원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로 평가됐다.

각국 정상은 일단 모두발언에서 하나 같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한·일·중 정상회의의 복원을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여 간의 3국 협력의 정체를 교훈으로 삼아서 앞으로 3국이 서로 공존과 협력의 길을 걸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3국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새로운 도약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새 시대를 열면서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인 연관성을 갖는 우리 3국은 지금까지 재난방지와 환경, 청소년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꾸준한 협력을 계속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협력을 총괄하면서 박 대통령, 리 총리와 함께 우리 세 정상부터 정치적인 모멘텀과 추진력을 부여하면서 3국 협력의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 역시 "중·한·일 3국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잡고 함께 전진해 나가서 동북아 경제 통합을 같이 추진하고 동북아 경제를 함께 활성화시키는 데 있어서 더 큰 리더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세계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3국의 시각차는 3국 정상회의에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 결과와 관련해 "유동적인 역내외 정세 속에서도 지난 3년 여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3국 간 실질 협력이 진전돼 온 점을 평가했다"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의 평화·안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의는 2012년 5월 이후 3년 반 만에 개최된 것으로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틀인 우리 3국 간에 협력 체제가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상회의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 끝에 3국 협력 복원이 이뤄지게 돼 의장국으로 뜻 깊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이 의장국으로서 역사 문제를 공동선언문에 입각해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서 제기한 반면 리 총리는 직접적으로 일본을 겨냥했다.

리 총리는 "정치적 상호 신뢰는 협력을 심화하는 중요한 기초이고, 역사문제를 비롯한 중대한 사무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며 "우리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데 대하여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3국 협력프로세스는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며 "우리는 3국 협력체제, 3국 정상회의 체제가 다시 파장이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 양자관계와 3자 관계에 있어서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3국 협력 체제 중단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매년 개최됐지만,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여 2012년 5월 베이징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반면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 리 총리와 흉금을 터놓고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상당히 솔직한 의견교환을 이번에 할 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사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로서는 처음부터 정상 차원의 회담을 개최하고 추진해야 된다고 누차 말씀드려 왔다"며 한·일·중 정상회의가 3년 6개월 만에 재개된 배경에 일본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내년에는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일·한·중 정상회의를 주최하게 된다. 오늘 전향적인 논의를 출발점으로 해서 내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를 결실이 많은 것으로 하고자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이날 역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듯이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3국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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