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미약품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한미약품은 초대형 규모라고 평가받는 7700억원의 계약과 연이은 기술 수출 성공을 통해 일전에 없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줄줄이 한미약품의 목표주가 높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잘 나가던 한미약품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논란과 함께 임성기 회장이 손주들에게 물려주는 주식과 관련해 편법증여 의혹이 제기된 것.

초대형 계약·기술 수출…대박 행진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3월 19일 미국이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사와 자사가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사와 체결한 계약은 계약금 5000만달러와 단계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취료(마일스톤) 등까지 최대 6억9000만달러(약 7700억원)의 규모다. 또한 상업화 이후 별도로 판매 로열티도 발생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을 통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프랑스의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인 ‘퀸텀 프로젝트’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은 계약금 5억 유로와 임상개발 및 허가, 마일스톤 35억 유로 등 총 39억 유로(약 4조8000억원)을 받게 된다. 또한 별도로 매출액의 10% 이상에 달하는 러닝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른 한미약품 주가는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퀸텀 프로젝트에 성공한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16만4000원(29.98%)가 오른 71만100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4만1000원(29.93%)가 오른 17만8000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호재는 계속됐다. 9일에는 미국 얀센과 지속형 당뇨 및 비만 신약인 HM12525A(LAPS-GLP/GCG)를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이전하는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른 계약금은 1억500만 달러(약 1200억원)이며 단계별 임상개발 기술료 총 8억10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별도로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증권사들은 10일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현대증권은 62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고 하이투자증권은 57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46만원에서 80만원으로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말 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120.2% 증가했다. 3분기 말 37만1500원이었던 주가는 11일 기준 81만8000원을 기록했다.

좋은 일엔 마가 낀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이 같은 호재 속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이달 2일 서울 종로 교보악사자산운용과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한미약품이 올 3월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7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 발표가 있기 전부터 주가가 급등한 점에 주목하며 수사에 나선 것이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일라이릴리와의 계약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급등해 연일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7거래일 만에 70%가량 오른 24만원(3월 20일 기준)을 기록했다.

검찰은 한미약품의 직원 A씨가 내부 정보를 빼돌렸고 이 정보를 들은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가 펀드매니저 수십명에게 호재성 정보를 알려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 일가 손주 가운데 임 회장의 12살 난 손주는 830억원어치(61만4946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 또 다른 7~11세 친·외손주 6명은 똑같이 810억8910만원어치의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61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12.3배나 불어난 수치다.

이 외 임 회장의 2살배기 손녀는 지난해 2월 첫 돌을 맞아 1596주를 증여받았다. 주식가치는 2억원대다. 이로써 한미약품의 미성년자 손주 8명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5697억원대에 이른다.

앞서 2살 손녀를 제외한 한미약품 3세들은 2012년 8월 지분을 증여받았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미성년자인 손주와 부인 등 일가족 13명에게 290억원의 지분을 증여했다. 당시 4~9세였던 임 회장의 손주 7명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60만주(약24억원)을 증여받았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2005년부터 현금배당 대신 무상증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손주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금 감면을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조무보가 자녀가 아닌 손주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세대 생략 증여’의 경우 할증세율 30%가 더 부과된다. 그런데도 편법 증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자녀와 손주 등 두 차례에 걸쳐야 하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합친 것보다 세대 생략 증여의 경우가 물어야 하는 세금이 더 적기 때문.

또한 미성년자에게 미리 주식을 넘겨줄 경우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 같은 논란을 배가시키고 있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과정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2012년 주당 4000원이던 주가는 3년이 지난 현재 4만 3000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이에 따라 임 회장 손주들은 지금 각각 200억 원이 넘는 국내 최고 어린이 주식부자들이 됐는데, 임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미약품이 불공정거래 및 편법증여 의혹이라는 걸림돌을 넘기고 대박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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