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 사진ⓒ뉴시스

삼성, 미래 성장 동력 ‘바이오 사업’ 진출
대규모 자금 투자·장기간 시행착오 필수
2020년까지 연간1조800억원 매출 달성 목표
“반도체 공정과 유사”…수탁생산 성공 자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전자, 중공업·건설, 화학, 금융, 서비스 산업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 활동을 벌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이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금껏 해왔던 사업 분야와는 전혀 다른 바이오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

바이오 의약 분야 진출은 오랜 연구 기간과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든다는 큰 위험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전에 나선 삼성은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을 건설하는 등 바이오 사업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오랜 연구 기간 등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이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바이오 의약 육성 나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7일 중국에서 열린 ‘2015년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에서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며 바이오 의약에 대한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연말 인사에서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 온 고한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바이오 사업 육성 본격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다면 삼성은 언제부터 바이오 의약에 꽂혔을까. 삼성은 지난 2010년부터 바이오 의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은 5대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와 제약,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LED, 태양광사업 등을 선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매출 50조원, 고용창출 4만5000명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한 삼성은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제약 분야를 2020년까지 연간1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의학계와 제조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이오 사업은 기존 삼성이 주력해온 제조업 사업과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

바이오의약품은 그간 삼성이 주로 만들어왔던 공산품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와 기술 쌓였을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 때문에 그간 공산품을 만들어오던 삼성이 과연 경쟁력 있는 의약품을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제약, 삼성의 새로운 돌파구?

삼성이 과감히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중국이 국내 제조업의 주력 사업군인 TV,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반도체산업까지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현재 국내 제조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삼성은 지금과 같은 제조업 위주 산업으로는 미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또한 바이오 사업은 삼성이 큰 위험을 감수하고도 도전에 나설 만큼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가 825억 달러(약 97조원)가량인 반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1790억 달러(약 210조원)에 이른다.

지금도 반도체 시장 규모의 2배가 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로 인한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층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에는 2780억달러(약 3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이 주목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은 현재 뛰어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약품은 크게 합성(chemical)약품과 바이오(bio)약품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합성약품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해 만들며 바이오약품은 생체가 가진 단백질이나 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그런데 합성약품은 말 그대로 화학물질을 결합해 만든 약인만큼 부작용이 많고 암이나 당뇨, 아토피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바이오약품은 화학물질이 아닌 세포와 단백질, 유전자 등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합성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다.

바이오의약품은 이러한 장점으로 제약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현재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사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개발 이원화…바이오로직스에 초점

삼성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진출하면서 생산과 개발을 이원화하는 전략을 썼다.

2011년에 설립돼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설립,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회사가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두 회사 중 삼성에서 더 큰 투자를 하고 있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은 2013년에 연간 바이오의약품 3만 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제1공장을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2월엔 15만 리터 규모의 제2공장을 준공, 같은 해 3월에는 18만 리터 규모의 제3공장 착공식까지 마쳤다.

제3공장 착공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착공식을 마친 제3공장에 들어간 공사비는 8500억원으로 삼성은 오는 2017년까지 제3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생산을 위한 검증 과정을 거쳐 2018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게 되면 삼성은 연간 36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갖추게 된다.

성공·실패 예측 어려워…위탁 생산 집중

현재 삼성은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보다 다른 제약회사로부터 약품 생산을 위탁받아 약을 생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투자를 감행하는 대로 결실이 나왔던 그동안의 사업과 달리 바이오 사업 투자의 성공·실패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

바이오 사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연구 기간 등이 필요하다.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업인 만큼 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의 자금 투자와 장기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이미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유명하다.

또한 바이오 신약 개발은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10년 이상의 연구 시간 등 수십 년간의 제약 기술이 집적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설사 약이 개발됐다고 해도 예상한 효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이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에피스보다 다른 제약회사로부터 약품 생산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바이오로직스를 먼저 육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제약사의 길’ 어떻게 헤쳐 나갈까

비록 뒤늦은 출발이기는 하지만 삼성은 다른 제약사들이 갖지 못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과 플랜트 설비 기술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보통 다른 제약사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상업가동에 들어가기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반면 삼성은 이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엄격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간 삼성이 주력해온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다는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는 제3공장 착공식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착공 후 3년 이내에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례가 없었다. 15만 리터 규모도 우리가 처음”이라며 “수탁생산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공장을 빨리 만들어 잘 돌리고 잘 파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은 반도체 생산 경험을 통해 이를 이미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능력이 36만 리터가 됨에 따라 론자(26만 리터), 베링거인겔하임(24만 리터)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며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전략으로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신약 개발은커녕 수탁 생산으로 투자비만 회수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수탁 생산에서 벗어나 실제로 약을 상용화한다고 해도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전자기업으로 친숙한 삼성이 과연 제약회사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지 구축을 통한 제약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 전 세계 의료인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바이오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생산 공정도 쉽지 않을뿐더러 장기적인 노하우가 축적돼야 결실을 볼 수 있는 만큼 현재 경험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단기적인 손실이 있을 것을 각오하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

1970년대 당시 도저히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여겨졌으나 끊임없는 투자로 반도체 사업을 성공시킨 것처럼 삼성이 이번엔 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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