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끝 모르고 오르던 국민의당 지지율, 답보상태로
당 공천권 놓고 갈등 보이기 시작하면 더욱 복잡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

국민의당(안철수 신당)이 처음 깃발을 올릴 때만해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국민의당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국민의당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빨간불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당 스스로 빨간불을 켜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야심차게 출발을 했던 국민의당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삐거덕대는 정당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해 12월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만해도 “과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의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탈당하면서 신당 창당에 탄력이 붙었다.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지율 역시 급속도로 상승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원들 역시 탈당, 안철수 신당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의당’이란 이름으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까지 꾸리면서 명실상부한 안철수 신당이 본 궤도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천정배 의원이 있는 국민회의이나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등은 흡사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기분을 느꼈을 정도로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강력한 돌풍을 일으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탈당 행렬은 계속됐고, 국민의당으로의 합류 행렬 역시 계속 이어졌다.

내우외환 겪고 있는 국민의당

정치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1월 말까지는 무난히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민의당이 막강한 권한과 자금을 부여받을 수 있는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날개를 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특히 법안 처리 등을 할 때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정의당이 국회에서 꾸준하게 활동을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것과 원내비교섭단체 자격을 갖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원내교섭단체가 될 경우 양당 구도에서 제3정당의 모습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원내비교섭단체가 될 경우 언론의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초창기이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계속 받고 있지만 비교섭단체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는 원내교섭단체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또 다른 것은 바로 원내교섭단체에게 부여하는 국고보조금이다. 만약 2월초까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80여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나온다. 이 국고보조금은 4월 총선을 치르는 중요한 시드머니가 된다. 만약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60여억 원을 제외한 대략 20여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20여억 원은 총선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다. 즉, 원내교섭단체가 되느냐 아니면 비교섭단체가 되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완전히 달라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탈당 행렬이 사실상 멈췄고, 국민의당으로의 합류 역시 사실상 멈춰버린 상태이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앞으로도 몇 명이 더 탈당을 해서 국민의당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과연 그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행렬이 멈춘 이유 중 하나는 김종인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아울러 문재인 대표가 “선대위가 본궤도에 오르면 사퇴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탈당의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탈당파들이 그동안 탈당을 한 이유는 “문재인 대표만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문재인 연대를 만들기 위한 모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더 이상 탈당의 명분이 없다. 더욱이 김종인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을 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주소는

국민의당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이런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인 요인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체성 논란은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입을 통해 일어났다. 한상진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이 이승만·박정희·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후 4.19민주묘역에 참배했다.

그런데 이날 참배 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 구설수에 올랐다. 4.19민주묘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칭한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칭한 것만 해도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소재인데 4.19민주묘역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함으로써 야권 지지층은 물론 같은 야권에서도 맹비난이 이어졌다.

천정배 의원은 당장 국민의당 정체성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야권연대는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호남 지지율 역시 하락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친이계(친이명박계)로 불렸던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떴다. 국민의당 소속 김영환 의원은 MB맨의 영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도대체 정체성이 뭐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정당이지만 그 추구하는 정체성은 새누리당이라는 것이 야권 지지층의 생각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메시지에 통일성이 없었다. 국민의당이 하루가 멀다하고 ‘설화(舌禍)’를 겪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의 향해 발표해야 할 메시지에 통일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원식 의원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지만 실질적으로 당의 메시지가 나오는 주요 창구는 한상진 위원장이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사당화라는 지적이 일어나면서 안철수 의원은 가급적 전면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윤여준 전 장관은 병상에 누워있기 때문에 당 메시지는 주로 한상진 위원장 입에서 나온다. 문제는 한상진 위원장은 내뱉고, 당은 그의 말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국민의당은 한상진 위원장 개인의 의견 즉 사견이라고 표현했지만 한상진 위원장이 국민의당 일개 당원의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파장은 상당하다.

국민의당이 계속해서 한상진 위원장 발언을 그냥 ‘사견’으로 취급하게 되면 많은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메시지 창구를 일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인재를 영입하는데 있어 원칙과 신뢰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배려심이 없다는 비난이 국민의당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월 8일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이란 이름을 발표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인재영입을 발표했다. 당시 영입 인사 1호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을 내세웠다가 비리 전력을 이유로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에 대해 허신행 전 장관은 ‘인격살인’이라며 반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허 전 장관에 따르면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단순히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유 때문에 자신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취소를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최근 신학용 의원을 영입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입법로비 혐의로 1500만원을 수수한 혐의,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대가로 3360만원을 받은 혐의를 비롯, 자신의 보좌관들 급여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1억6000여만원 인정)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인물 영입에 대한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부패하거나 막말하는 사람, 국민에 상처를 주거나 배척하는 사람, 기득권이나 힘 있는 사람 편에 서 있는 사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즉, 신학용 의원은 인재영입 원칙에 위배된 인물이다. 논란이 일자 안철수 의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신학용 의원의 영입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학용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신행 전 장관과 비교를 해보면 어딘가 형평성이 맞지 않아 보인다.

미래의 운명은

일각에서는 허신행 전 장관이 만약 배지를 단 현역이라면 그렇게 푸대접을 했을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로 나아가기 위해 현역의원들이 필요했고, 다급한 나머지 신학용 의원의 합류를 수용했다고 정치권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반면 허신행 전 장관은 현역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재 영입에 원칙도 신뢰도 배려심도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인재영입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당내 공천을 놓고 현역들과 안철수 의원 측근들 간의 보이지 않은 싸움도 풀어야할 숙제다.

안철수 의원 측은 원내교섭단체로 나아가기 위해 현역들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현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다. 반면 현역들은 자신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에는 공천이 어느 정도 보장받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역 물갈이 여론이 높아지면서 안철수 의원 측 역시 현역 물갈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역들이 공천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일단 선언했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러다 공천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당 소속 현역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들에게 당분간 탈당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말이 박지원 의원 입에서 나왔다. 즉, 국민의당 소속 현역들이 공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격적인 공천 논의에 들어가게 되면 상당한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 때문에 뭉쳤는지에 대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단지 문재인 대표 체제가 싫어서 탈당한 사람들이다. 정책이나 비전, 그리고 공약 등의 구심점이 없다. 그렇다고 안철수 의원을 무한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구심점을 두고 단단히 뭉쳐야 할 그들이 모래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의 앞날이 어렵고 험난할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계속해서 야권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는 없다면서 호남세력과의 연대는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호남 세력은 더불어민주당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안철수 의원의 생각과는 다르다. 이는 안철수 의원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

또 다른 빨간불은 언론이 결코 국민의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컨벤션 효과 때문에 국민의당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지만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작업을 본격화하면 국민의당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 소식을 발표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국민의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 세력 간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국민의당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당의 주축세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안철수 의원 측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역 의원들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안철수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반면 현역들은 자신의 배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 따라서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지금이야 당장 분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지만 자신의 계파에 불이익이 생길 거라고 판단되면 전면전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안철수 의원이 고민해야 할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서 이들과 함께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제3정당으로 활동하다가 역사 속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국민의당이 몰락하느냐 아니면 한국 정당사에 길이 남을 정당으로 거듭나느냐는 이제 8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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