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타운, 신세계 유통 노하우 ‘집약체’
소량·대량 동시 구매 가능 고객들 ‘선호’
먹고 보고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 공간’ 도입
유아휴게실 협소·버스 062번이 유일해 ‘불편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500원짜리 컵볶이를 손에 들고 “골라요, 골라”를 외쳐대는 가게들이 즐비한 시장 골목을 누비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 거리였던 어린 날, 엄마를 따라 처음으로 가본 대형마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세계였다.

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수많은 종류의 과자, 장난감, 책 등 온갖 물건이 품목별로 질서정연하게 가득 쌓여있는 모습은 7살 꼬맹이에게는 그저 신기한 풍경이었던 것.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져 있는 게 신기해 엄마가 대형마트에 간다고 하면 꼭 따라나서곤 했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만 있는 게 아니라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진 대형마트라면 어떨까. 그곳은 아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아버릴 것이다.

“바람 쐴 겸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와요. 쇼핑도 하고 구경할 데가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요즘 다양한 즐길 거리로 대형마트의 개념을 넘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쇼핑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아 찾게 되는 곳’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해 오픈한 ‘이마트타운(EMARTTOWN)’.

어느덧 오픈한 지 200일을 넘어선 이마트타운을 <투데이신문>에서 직접 찾아가봤다.

9000평 규모의 거대한 ‘이마트 타운’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이마트타운(EMARTTOWN)’은 지난해 6월 18일 정식 오픈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열린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국내 최초로 동시 입점한다는 점에서 오픈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마트타운의 오픈 당일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이마트타운 내 이마트는 계획대비 168%를 초과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2015년 오픈한 김포한강점(150%), 세종점(119%)의 실적도 넘어선다. 트레이드 역시 목표대비 110% 이상 초과달성하며 이마트다운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연면적 3만평(10만㎡) 부지에 이마트가 6000평, 트레이더스가 3000평, 무려 매장면적이 9000평에 달하는 이마트타운의 외관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매우 거대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층별 매장 현황이 적힌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트타운은 지상 3층부터 지하 3층까지 총 6층으로 이뤄져있었다. 제일 위층인 3층에는 옥상주차장이, 그 아래 2층에는 이마트와 더라이프(THE LIFE)가 있었다. 1층에는 이마트, 피코크키친(PEACOCK KITCHEN), 키즈올림픽존(KIDS OLYMPIC) 등이 위치했고 지하 1층에는 트레이더스(TRADERS), 일렉트로마트(ELECTRO MART), 몰리스펫숍(MOLLY’S PET SHOP)이 있었다. 지하 2층과 3층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어린이 놀이 천국 ‘키즈올림픽존’
먹고 보고 즐기는 ‘피코크키친’

먼저 1층 매장 입구에 들어선 키즈올림픽존은 무려 400평에 달했다. 많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규모였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볼풀 던지기, 자전거 타기, 보드 타기, 게임 등을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키즈올림픽존을 체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6살 남자 자녀를 둔 이모(여·38)씨는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데려 온다. 아이를 데리고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면 너무 힘이 드는데 이곳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 규모도 커서 아이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이곳은 30~40대 유아동 및 취학 자녀를 둔 중산층이 많은 지역 상권 특성에 맞게 신개념 놀이공간으로 꾸며진 듯 보였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피코크키친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다른 이마트 매장에서 봤던 마트 내 푸드코트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으나 피코크키친은 입구부터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물씬 풍기며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써 자리하고 있었다.

600평 규모의 피코크키친은 리테일 측면의 ‘그로서리(GROCERY)’와 서비스 측면의 ‘레스토랑(RESTAURANT)’을 합침으로써 식음의 전문성을 높였다. 이곳은 오리엔탈, 아메리칸, 유러피안 등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소울푸드 총 16개의 식음 코너를(300석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매장 가운데 위치한 PIAZZA(광장)에서는 피코크 상품을 활용해 셰프가 조리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장모(51·여)씨는 “장을 보다 배고파서 음식을 먹으려고 들어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인테리어도 예쁜 것 같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다. 또 지나가다가 봤는데 셰프가 직접 음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오늘은 부끄러워 가까이에서 구경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까이서 보고싶다”라며 웃음 지었다.

이처럼 피코크키친은 단순히 고객들이 음식을 맛 보는 곳이 아닌 보고, 맛보고, 셰프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더라이프, 다양한 가구·소품 즐비

2층으로 올라가자 1000평 규모의 더라이프가 있었다. 더라이프는 이케아 등과 같은 서구 라이프 스타일의 가구전문점과는 달리 철저히 국내 주거환경 및 생활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생활용품 전문매장이었다.

주거환경에 필요한 가구들이 가는 길마다 널려있는 것은 물론 용도에 맞는 다양한 가구들로 꾸며진 콘셉트 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가구를 제작해주는 목공소가 포함된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와 함께 생활용품 전문매장답게 집을 꾸밀 때 필요한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곳곳에 비치돼 있었으며 무료배송 및 조립서비스 등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결혼한 지 3개월이 됐다는 신혼부부 김모(32)씨와 이모(28·여)씨는 “너무 비싼 제품을 사기엔 부담스러워서 좀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가구를 둘러보려고 왔다. 다양한 가구와 가구 콘셉트에 맞는 소품들이 많아 인테리어를 생각하며 사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렉트로마트, 남성들 사랑 독차지
반려동물에겐 ‘몰리스펫숍’이 천국

이번엔 지하에 위치한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요란한 모습의 일렉트로마트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대형가전, 소형가전, 디지털가전, 완구 등 모든 가전 상품이 전시돼 있었다.

   
 

여기서 끝이라면 ‘일렉트로’라는 이름이 필요 없을 터, 이 공간에는 슈퍼맨, 베트맨, 아이언맨처럼 ‘일렉트로맨(ELECTRO MAN)’이라는 히어로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매장입구부터 벽면, 기동, 행잉배너까지 매장 전체에 꾸며져 있었다. 또한 울던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고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릴 정도로 다양한 피규어가 존재했다.

피규어존을 지나자 남성들을 위한 작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 에일 맥주, 위스키 등 각종 술과 자동차, 스포츠, 여행 등을 주제로 한 전문잡지가 진열돼 있었다. 또한 아메리카노, 라떼, 팝콘뿐만 아니라 맥주도 사서 마실 수 있는 ‘일렉트로 바’가 있었다.

   
 

진열된 술을 구경하고 있던 박모(43)씨는 “‘쇼핑’하면 여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곳에는 각종 피규어, 가전제품이 있어 좋다. 또 간단하게 목을 축일 수 있는 맥주 바가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런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를 따라 나왔다가 지쳐서 털썩 주저앉아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남편이라도 “일렉트로 바에서 맥주 한 잔 하게 해줄게”라고 말하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날 듯했다.

   
 

에스컬레이터 옆쪽에는 몰리스펫숍이 위치해 있었다. 이마트타운 내 다른 공간에서는 반려동물의 입장이 금지돼 있으나 몰리스펫숍에서는 주인과 함께 동반입장이 가능했다.

매장 입구부터 옷, 간식, 장난감, 집 등 각종 반려동물 용품이 구비돼 있었다. 그 옆에는 반려동물이 스파를 즐기고 털을 자르고 염색을 하는 등 미용을 할 수 있는 뷰티&스파 존이 있었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분양소가 위치, 약 30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양 공간 뒤쪽으로는 소형 반려동물과 대형 반려동물 모두 맡길 수 있는 호텔이 있었으며 반려동물을 직접 씻길 수 있는 셀프 목욕실도 존재했다. 또한 주인이 물건을 사는 동안 반려동물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기다릴 수 있는 도그런(애견 운동장)도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열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이제 열린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를 구경할 차례. 트레이더스는 열린 창고형 할인매장만의 특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4%였던 이마트와의 상품 중복율을 1%대(중복상품 50여개 수준)로 낮췄다.

창고형 할인점으로 널리 알려진 코스트코와 많이 비교되는 트레이더스는 연회비가 없다는 점이 고객들에게 장점으로 통하고 있었다.

고양시 일산동에 사는 김모(37·여)씨는 “지금까지 5~6번 정도 온 것 같다. 일단 연회비가 없어서 좋고 가격도 괜찮아서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더스에는 과일·채소, 생선, 정육, 베이커리, 주류, 유제품 등 각 코너별로 온갖 종류의 물품이 전시돼 있었다. 물품들은 역시 창고형 할인점답게 품목별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또한 마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식코너도 구간마다 있어 손님들의 발걸음을 묶어두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신발, 가방, 지갑, 옷 등 기존 창고형 할인매장에서는 볼 수 없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트레이더스 직원은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가방, 지갑과 같은 물품이 트레이더스에 있는 이유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마트타운, 개선할 점은?

그러나 이마트타운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먼저 이마트타운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062번이 유일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는 고객들은 다소 불편을 겪을 듯 했다. 또한 방문객 대비 적은 서비스시설도 개선해야할 부분으로 보였다.

또한 오픈 초기 각 층에 1개씩 있는 화장실이 너무 적다고 지적된 것을 반영해 이마트타운 측은 1층과 지하 2층에 화장실을 1개씩 늘린 상태이지만 운영되고 있는 규모에 비해 아직도 상대적으로 화장실이 적은 듯 보였다.

   
 

또한 유아 휴게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고양시 덕양구 하모(32·여)씨는 “백화점에 비해서는 (이마트타운의) 유아 휴게실 공간이 협소한 것 같다. 기저귀를 갈 때 사람이 많은데 장소가 좁아 북적거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지적들도 있었으나 친구와 함께 온 젊은 층부터 시작해 모녀, 온 가족, 중년부부, 혼자 구경 온 사람 등 다양한 연령층이 쇼핑 즐기고 있는 모습으로 미뤄볼 때 이마트타운은 전반적으로 고객들에게 ‘합격점’을 받아든 것 같았다.

고객들은 앞서 ‘트레이더스에 연회비가 없다’는 점을 꼽은 것과 함께 트레이더스와 이마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선호하는 듯 보였다.

고양시 일산동에 사는 이모(여·42)씨는 “트레이더스와 이마트가 같이 붙어있는 점이 좋다. 대량으로 구매해야 할 물품은 트레이더스에서 사고 이마트가 소량으로 구매하고 싶은 물건은 올라가서 이마트에서 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가는 곳’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타운은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다양한 콘텐츠 공간을 도입하며 고객들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 할인점의 개념을 넘어서 ‘원 스톱 쇼핑(one-stop shopping)’이 가능한 복합쇼핑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현재 국내 소비시장은 출점 및 영업규제, 모바일·온라인 등 업태 간 경쟁심화로 인해 할인점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신세계 유통 노하우가 모두 담긴 이마트타운이 앞으로 어떻게 획일화된 기존 오프라인 할인점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들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며 성장할지 지켜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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