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영 변호사
▸現 법률사무소 장안 대표변호사

【투데이신문 이화영 변호사】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밝은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국민들은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됐다. 이른바 ‘부천 초등학생 토막 살인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경기도 부천시에서 아버지가 초등학생인 최모 군을 살해하고 토막내어 사체의 일부분은 쓰레기장에 유기하고, 일부는 변기에 흘려보냈으며 일부는 냉동실에 약 3년 동안 보관을 해왔던 입에 담기조차 엽기적인 내용의 사건이다.

비슷한 사건으로는 계모가 9살 초등학생 여아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아이의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아이는 호흡곤란과 피하출혈로 숨진 ‘울산 계모 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이 외에도 갓 낳은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경우와 여러 아동 학대 및 사망사건들이 잊을만 하면 뉴스에서 흘러나왔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힘없이 스러져간 가여운 어린 넋들 생각에 눈물지으면서 함께 분노해 왔다. 그리고 또 다시, 경기도 부천시에서 목사부부가 여중생 딸을 훈계한다며 지난해 3월 5시간에 걸쳐 폭행해 딸이 사망하고 사망한 딸의 시신을 11개월 동안 방향제를 뿌려가며 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법은 신분에 따른 차별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법 앞의 평등’을 헌법적 가치로 천명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것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위 문장은 “형법은 생래적 신분에 따라 형벌의 가중‧감경을 하는 형벌의 차별(차등)을 두고 있다”고 수정돼야 옳을 것이다.

형법이 신분상 형의 가중‧감경을 하는 예는 형법 제328조, 제344조의 ‘친족상도례규정(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에 있어서는 친족간의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 형법 제250조제2항의 ‘존속살해죄’, 형법 제251조의 ‘영아살해죄’가 있다. 이 중 존속살해죄는 비속(자녀)이 존속(자신의 직계존속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포함)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형을 가중하는 것이고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특수한 동기로 영아를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그 형을 감경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형량이 ‘영아살해죄<살인죄<존속살해죄’의 순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계존속이 비속을 살해하면 비속이 존속을 살해하는 경우보다 형량이 낮은 일반 살인죄로 처벌을 받고, 만약 존속이 살해한 비속이 갓 낳은 영아라면 특수한 사정을 참작해 일반 살인죄보다 더 형량이 낮은 영아살해죄로 처벌을 받는 것이다.

“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이 법을 잘 지키며 살아간다. 그것은 ‘법’이 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시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믿음 때문이며 입법자가 법을 만들 때 그 안전장치를 가장 합리적으로 작동시키게 만들었을 것이리라는 입법의사에 대한 존중 때문이다.

하지만 시류(時流)가 바뀜에 따라 변화하여야 할 법이 생기기 마련이고, 대표적인 예로 ‘동성동본 금혼규정의 폐지’를 들 수 있다. 위 동성동본금혼규정은 199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고 2005년에 이르러서 정식으로 폐지됐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헌법재판소 7인의 재판관의 위헌 의견이 있다.

위 재판관 7인은 동성동본금혼규정에 대한 위헌을 선언하면서 그 근거로서 “…(생략)…혼인에 있어 상대방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그 제한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다”라고 한 것이다. 이는 동성동본 금혼 규정이 모계의 성과 본을 가진 상대방을 만나 배우자로 삼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부계의 성과 본을 가진 상대방을 만나 배우자로 삼는 것은 헌법 제11조에 위반되는 성별에 의한 차별이어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반면, 9인의 헌법재판관 중 2인은 여전히 위 규정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간단히 위 2인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가족법의 특성상 가족법은 사회의 관습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관습(이 사안에서는 동성동본금혼)을 입법으로 강제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에 따른 것으로서 입법자가 현저히 불합리한 결정으로 입법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위 규정은 합헌이다”라는 것이다.

위 결정은 법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여전히 법이 변화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과감히 시류의 변화에 따라 동성동본금혼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리고 법이 규정했던 차별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위 결정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가 지키며 살아가는 법이 ‘평등의 원칙’을 위배해 위헌결정을 받는 사례는 늘 존재하고 있다.

‘법(法)’은 ‘물 수(水)’자와 ‘갈 거(去)’자가 합쳐진 자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법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당위성이 있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하지만 법은 물과는 다르게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고 신이 아닌 사람이 만든 ‘규범적인 이치’이므로 만약 수정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갖은 숙고 끝에 변화되어야 할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법의 흐름은 ‘시대의 변화’라는 물길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현재의 법은 과연 정당한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서두에 언급한 근래의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하면서 유교사상에 의하여 자(子)의 부모에 대한 도덕적 윤리만을 강조해 존속살해만을 가중하여 처벌하고, 비속살해에 대하여는 일반 살인죄로 처벌하거나 심지어 영아의 경우에는 감경해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 들게 되었다. 부모 역시 자에 대해 보호와 양육의 법적‧도덕적 의무가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접하는 사건들과 같이 비속살해의 피해자는 대부분 힘 없이 저항한번 해보지도 못하는 신체적 약자인 아동이며 지속적으로 폭력과 학대에 시달려 왔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피해자들이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이나 학대를 당하다가 살해된 것인 반면 가해자들은 대부분 아동이나 영아의 살해에 대해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반면 존속살해의 경우 존속의 지속적인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은 존속살해죄가 일반살인죄보다 가중처벌되는 것은 자의 부모에 대한 비도덕적인 윤리성을 비난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므로 존속이 강하게 보호되는 것은 그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만 할 뿐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속에 대한 범죄는 과거와는 달리 그 태양이 매우 잔인하고 엽기적이기까지하다. 그런데도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것은 ‘신분관계’로 인해 가중처벌을 하면서 자기 자식을 죽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 또한 ‘신분관계’로 가중처벌하지 않거나 혹은 감경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변화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맞는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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