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한국인삼공사는 자사브랜드의 상표가 조선총독부의 ‘정관장’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상표를 등록하고 계속 사용해왔던 것으로 보이며 피의자를 고소 후 자사 홈페이지에서 정관장의 유래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이는 지난 17일 전주지법 형사4단독 송호철 판사가 ‘정관장’은 세금수탈을 위해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용어라는 내용의 인쇄물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홍삼업체 대표 문모(64)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밝힌 말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1940년대 사제 홍삼 및 위조 고려삼이 쏟아짐에 따라 실제 조선총독부에서는 진품과 위조를 구별하기 위해 ‘정관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했다.

즉 정관장은 조선총독부 관할 공장에서 만든 ‘진짜 관제품’을 뜻한다. 그런데 한국인삼공사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1986년 10월 정관장을 상표 등록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난 수십년간 홍삼업계를 이끈 글로벌 기업이 나서서 일제의 잔재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한국인삼공사는 왜 상표를 정관장으로 등록했으며 어떤 이유로 지금까지 전과 같은 상표를 고수해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아픔과 시련을 다시 느끼게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인삼공사 입장에서는 현재 자리잡은 정관장의 건강한 이미지를 버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표가 기업의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즉 정관장의 유래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앞으로 사람들이 정관장을 건강한 이미지로 떠올리기기보다 오히려 정관장하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삼공사 측은 아직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자사가 상표 등록해 사용하고 있는 정관장의 유래가 조선총독부로부터 나왔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한국인삼공사 측이 직접 정관장의 유래로 “조선총독부 전매국은 사제 홍삼 및 위조 고려삼 제품과의 구별을 위해 당시 진품 관제홍삼의 의미로 ‘정관장’이란 용어를 고려삼 캔포장 발표에 표시했다”라고 게재한 흔적이 떡하니 남아있는 걸 보면 현재 한국인삼공사는 말도 안되는 핑계 거리를 대며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정관장 상표 논란에 대해 어떠한 자세도 취하지 않고 있는 한국인삼공사에 정관장이 지금까지 연매출 1300억원을 기록하며 홍삼업계를 선두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곳은 어디인지 묻고 싶다.

국적 없는 기업은 없다. 정관장은 한국인삼공사라는 기업명에서도 나타나듯 한국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기업의 브랜드다. 한국에 뿌리를 뒀으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데 힘쓰는 것이 한국 기업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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