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소정 기자】작곡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가 자신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La Belle et la Bête>(1994년작)로 2003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필립 글래스는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트루먼쇼(The Truman Show)’,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후보에 모두 올랐던 ‘디 아워스(The Hours)’를 비롯해 ‘쿤둔(Kundun)’,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 및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Stoker)’ 등에 이르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일찍이 1960-70년대에 단순한 프레이즈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을 확고히 확립했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 극음악, 심포니, 실내악 등에서 로버트 윌슨, 라비 샹카,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기까지 20~21세기에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과 장르를 초월해 작업하며 현대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넓혀온 우리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다.

특히 필립 글래스와 ‘스토커’ 영화를 함께 작업한 영화감독 박찬욱은 최근 LG아트센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필립 글래스는 우리 시대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박찬욱은 “너무나 천재적이고, 모든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며 “다른 민족의 음악들, 대중음악의 문법들, 영화나 대중매체들과의 결합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외연을 넓혀가면서도 자기 스타일과 자기 세계를 굳건하게 본인의 음악처럼 계속 반복하면서도 끝없이 발전하는 위대한 작곡가” 라고 극찬했다.

20세기에 탄생한 ‘영화’라는 예술매체에 심취한 필립 글래스는 1980년대 미국의 컬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갓프리 레지오(Godfrey Reggio)의 ‘코야니스캇씨-균형 잃은 삶’(1982, ‘캇씨(qatsi)’ 시리즈의 첫 번째)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영상과 음악의 혁신적인 결합을 성공시켰고 1990년대 ‘장 콕토 3부작’에서 절정의 미학을 탄생시켰다.

20세기 초의 ‘르네상스맨’으로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예술혼을 펼쳐 보인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의 예술세계를 깊이 존경해온 글래스는 동화의 판타지를 한 편의 시처럼 구현해 큰 성공을 거둔 콕토의 흑백 고전영화 <미녀와 야수>(1946)에서 예술 창작의 본질을 읽어냈고, 여기에 자신의 음악적 천재성을 불어넣어 영상의 보조로서의 음악이 아닌 음악이 영상을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필름 오페라라는 형식으로 탄생시켜 주목받았다.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오는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