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잔불은 남아
수도권 연대 놓고 계파 갈등 보일 가능성 높아

김한길 불신하는 안철수, 서로의 입장은 과연
공천 탈락자의 엑소더스, 탈당 막을 방법 없나

국민의당이 일단 야권통합 폭풍우에서 일단 봉합한 느낌이다. 지난 4일 저녁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단 마무리를 했다. 야권통합의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일단 안철수 공동대표의 승리로 보인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당 앞날이 캄캄한 것도 사실이다. 그야말로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폭탄을 제대로 던졌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자마자 야권통합이라는 폭탄을 국민의당에 던졌다. 그리고 그 폭탄은 그야말로 국민의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 카드를 꺼낸 이유는 필리버스터 정국을 급속도로 전환하기 위한 카드였다. 또한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카드였다. 전정희 의원의 탈당과 송호창 의원의 고민 등으로 인해 당내에서도 갈등이 상당히 증폭될 수 있었던 상황인데 일단 야권통합 카드로 봉합을 한 것이다. 

쑥대밭이 되다

국민의당이 김종인 대표 말 한 마디에 쑥대밭이 됐다. 이 점에서 국민의당 현주소를 알 수 있다. 국민의당이 그만큼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계파가 모인 정당이다 보니 계파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김종인 대표가 정확하게 간파했다. 안철수 대표를 따라 들어온 안철수계는 안철수 공동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천정배 대표를 따라 들어온 천정배계는 ‘뉴DJ’로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을 따라 들어온 김한길계는 공천에서 살아남아서 배지를 한 번이라도 더 달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김종인 대표의 말 한 마디에 당이 흔들렸다. 천정배계로서는 호남에서 경쟁하고 수도권에서 연대를 하기를 원했다. 김한길계는 당대당 통합을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꾀하려고 했다. 안철수계는 당대당 통합이나 야권연대 모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각과 목표가 다르니 김종인 대표 말 한 마디에 완전히 흔들린 것이다.

흩어지면 죽는다

김종인 대표 말 한 마디에 흔들린 또 다른 이유는 당 지지율에 있다. 창당할 때만 해도 20%대를 기록했던 지지율이다. 하지만 한 자리 숫자로 급락했다.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 역시 정책이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김종인 대표 말 한 마디에 당이 흔들거린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야권통합 회오리로 인해 당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호남에서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호남 지지율의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면 국민의당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일단 지난 4일로 당은 봉합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진은 남아있다. 수도권 연대를 놓고 당내 갈등은 또 다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대표가 모든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당내 갈등은 또 다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출마자의 경우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면 당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일부는 당 지도부의 방침과는 다르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루라도 빨리 해주지 않으면 당과는 다른 행보를 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당 지도부의 명령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다.

흔들려도 죽는다

이와 더불어 당내 계파간 신뢰가 무너졌다. 김종인 대표의 말 한 마디에 신뢰가 흔들린 것이다. 안철수계 입장에서는 김한길 위원장은 당을 떠날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김한길 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해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한길 위원장으로서는 이런 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계산을 해야 한다. 이제 곧 공천 작업이 본격화된다. 그렇게 되면 현역 물갈이가 본격화된다. 현역 상당수가 김한길계라는 점에서 안철수계와 천정배계의 공격을 김한길계가 어떤 식으로 막아내느냐가 중요한 숙제가 됐다.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그때부터 당내 갈등은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내에서는 친안 패권주의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다. 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야권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불평불만이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앞길을 막았다는 점에서 당내 갈등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게 될 경우 이탈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플랜B’로 개별복당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개별복당을 시도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즉, 국민의당이 당대당 통합을 포기하는 대신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욱이 만약 공천에서 탈락이라도 하면 엑소더스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