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vs. 이한구

살생부에 이어 여론조사 문건까지 유출, 발칵
공천 룰은 엉망, 원칙도 신뢰도 모두 무너져

탈당 가능성 높아져, 무소속 출마 러시 이어지나
4자 구도로 치러지는 총선, 승리자는 과연 누가

정치권에서는 이대로 가면 4자 구도로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연대와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심상찮다. 새누리당이 공천 작업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증폭되면서 당이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자칫하면 새누리당 후보 vs 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 후보 vs 더민주+정의당 연대 후보 vs 국민의당 후보가 대결을 벌이는 4자 구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누리당이 심상찮다. 집권여당은 그동안 뭉치고 또 뭉쳤다. 아무리 공천 갈등이 있다고 해도 뭉치고 또 뭉쳤다. 유일하게 분열된 것은 지난 2008년 이른바 친박 학살로 인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를 만들었을 때였다. 그 이외에는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뭉쳤다. 지난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뭉치지 않으면 필패한다는 것을 알았던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무조건 뭉쳐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공천 과정에서 불만이 있더라도 뭉치고 또 뭉쳤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에도 분열의 조짐이 있었지만 끝내 뭉쳤다. 그와 더불어 집권여당 공천 과정이 그나마 어느 정도 리더십을 갖고 틀어쥐면서 공천을 했다. 집권여당이 뭉칠 수 있었던 것은 현재권력이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있거나 미래권력이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있을 경우였다. 2008년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를 만든 것은 당시 미래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당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기의 새누리당

문제는 현재 새누리당의 상황이 심상찮다는 것이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아니 거의 매일 공천과 관련된 문제점이 튀어나오고 있다. 살생부가 돈 것에 이어 여론조사 수치가 담겨진 사진 4장의 문서가 SNS를 통해 돌았다. 이 문서는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누군가 여의도연구원이 조사한 여론조사 수치를 일부러 공개를 한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이 조사한 여론조사 수치는 공천 과정에 참고사항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공천을 100% 국민여론조사 혹은 70%국민여론조사+30% 당원여론조사인 상향식 공천을 내걸고 있다. 또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우선추천제도를 꺼내들어 사실상 전략공천을 하고 있다. 아울러 평가하위 20% 현역을 컷오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조사한 여로조사 수치가 공개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누가 어떤 경로로 유출을 했는지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이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어떤 경로로 유출했는지 파악이 되면 곧바로 정치적 쟁점화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친박계가 유출을 했다면 비박계를 일부러 죽이기 위해 유출된 것으로 보여진다. 비박계가 유출했다면 그 역시 친박계를 죽이기 위한 것이다. 그야말로 계파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살생부 파문으로 인해 가장 민감한 시기에 또 다시 여론조사 수치가 나돌면서 새누리당 의원들 하나하나 현재 민감한 상황이다.

여기에 공관위가 컷오프 대상으로 정한 현역들 리스트가 포함된 괴문서가 지난 4일 돌았다.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 홍문종 의원, 서상기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비박계 명단도 함께 포함되면서 친박과 비박을 가리지 않는 컷오프 명단이 돌은 것이다. 그야말로 괴문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들은 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지역 한 의원은 “이런 소문이 돌 때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라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친박 실세가 친박계 모임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유승민계 의원들을 “죽여버리겠다(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라고 말을 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천 룰도 현재 엉망이 되고 있다. 어떤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지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바는 없다. 또한 100%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지역이 어디이며 70%국민여론조사+30%당원여론조사 지역이 어느 지역인지 아직 선정되지도 않고 있다. 때문에 출마자들은 입이 바싹 마르고 있는 형국이다.

원칙은 어디로

이런 가운데 공관위는 1차 경선지역을 발표했다. 현역의원으로는 친박계 김태환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경선 없이 단수 공천 후보자가 나온 지역은 모두 9곳, 김태환 의원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서는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장석춘 후보가 추천됐다. 부산 사하을에는 조경태, 남구갑은 김정훈, 남구을은 서용교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경기도에서는 평택갑 원유철 원내대표와 평택을 유의동 원내대변인이 각각 공천됐다.

경선 지역은 23곳이 먼저 발표됐다. 서울에서는 박진, 오세훈, 정인봉 후보가 종로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을 포함해 8곳이 선정됐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갑의 나성린, 정근, 허원제 세 후보가 겨루는 것을 포함해 2곳에서 경선한다. 또한 청년 우선추천지역은 서울 노원병과 관악갑 두 곳으로 노원병에 이준석 후보가 사실상 공천됐다.

문제는 1차 경선지역이 발표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태환 의원의 반발이 거세다. 김태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결심을 말했다. 즉, 탈당 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사랑하는 구미시민 여러분. 김태환입니다”라며 “저는 8년전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그런데 또다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간 구미와 구미시민만을 바라보며 일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라며 “그런데, 한마디 설명도 없이 저를 배제해버렸습니다. 더욱이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 해 버렸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것은 구미시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결정입니다. 구미시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저는 당헌, 당규에도 위배되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구미시민의 이름으로 당당히 이의제기 하겠습니다”라며 “구미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없을 경우, 저는 중대결심을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사람이 비단 김태환 의원 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 사하을에는 예비후보들과 당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석동현 변호사는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아직도 의심스러운 조경태 예비후보를 경선 절차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공관위가 단수 추천한 것에 대해 이의신청을 내겠다”며 반발했다.

무소속 러시

이처럼 공관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아직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반발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천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반발자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수도권이나 충청권은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수도권이나 충청권 그리고 대구·경북에서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반발이 결국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승부수는 반발자를 새누리당에 어떻게 하든지 묶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계를 대거 학살 당했을 경우에는 친박계가 탈당을 해서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박계가 대거 학살 당했을 경우 비박계도 탈당,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묶어둘만한 능력이 있느냐 여부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상당히 무너졌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에도 공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분열이 되지 않았던 것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을 넘어 4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언제까지 돌봐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배지 한 번 더 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이 높다.

탈당을 한 후 국민의당으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국민의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민의당이 한 자리 숫자의 지지율로 추락한 것도 원인이지만 국민의당으로 갔을 경우 새누리당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당을 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 때문에 4월 총선에서 4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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