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캐나다 정유업체인 하베스트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 무죄 판단은 잘못됐다”며 재차 유죄를 주장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 심리로 열린 강 전 사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은 “1심은 강 전 사장에게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 배임의 고의와 동기가 인정되기 때문에 1심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과연 아무런 개인적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었는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수 관련 정보를 수집했는지, 신중히 검토했는지 등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며 “강 전 사장은 계약 체결에만 급급해 성급하게 인수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전 사장은 공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회사 이익에 대한 확신도 없이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인수 사업을 벌였다”며 “손해를 볼 것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경영성과를 위해 애써 외면하는 등 배임의 고의와 동기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증거 제출와 석유공사 이사, M&A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전 사장 측 변호인은 “1심에서 20명이 넘는 증인에 대한 신문과 방대한 증거 조사 등으로 장기간 동안 충실히 심리했다”며 “검찰은 1심에서부터 추측에 근거한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지 객관적인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 손해 정도와 배임 행위 여부, 배임에 대한 고의나 인식 등이 입증이 돼야 한다”며 “검찰은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인수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순 자산가치를 총 자산가치로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강 전 사장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석유공사 사장 자리에 취임한 것”이라며 “불법한 돈을 받았다거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20일 오후 3시에 공판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의 구체적인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편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날을 시장 가격보다 무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문사가 하베스트 측이 제시한 수치를 원용해 만든 자료만을 그대로 믿고 인수했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하기 위해 하베스트 자산가치가 인수대금보다 질적으로 낮았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인수대금 사이에 질적으로 불균형한 차이가 없다면 인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무죄 판결에 서울중앙지검 이영렬(58) 지검장은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이 지검장은 “1심 판결처럼 경영 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수사를 통한 사후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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