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수 만화가·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올해 초등학교 5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는 첫째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다. 그래서 몇몇 과목은 도움반에 다닌다. 해가 갈수록 나와 아내의 걱정은 커져간다. 부모 도움 없이 독립된 인격체로 잘 성장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아이 학교에 특강을 갔다. 담임선생님 상담에서 만화가인 내가 특강을 하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을 나눈 터였다.

필자의 만화 <산타할아버지 조선에 오다>(이하 산타할아버지)는 2014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국어활동교과서에 전편이 실려 있다. 마침 스마트러닝 콘텐츠로 새롭게 개발한 직후였다. 4학년 학생들은 한 해 전 이미 필자의 만화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모두가 알고 있었다.

스마트러닝 콘텐츠로 다시 만든 <산타할아버지>는 애니메이션 효과, 상호작용, 퀴즈 등이 모바일과 스마트패드에 연동돼 있다. 쉽게 말해 움직이는 교과서다. 아이들은 스마트러닝 콘텐츠로 다시 태어난 교과서 수록 만화를 신기해하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산타할아버지>는 9단원에 배치됐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는 부분이 교과목표다. 조선시대에 가게 된 산타할아버지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통해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사슴의 마음을 알아가며 인성이 함양된다. 지면으로 된 교과서에 비해 상호작용과 퀴즈 등을 가미한 교육은 모바일과 핸드폰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퀴즈 정답율은 100%에 가까웠다.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교과서 퀴즈 문제를 푸니 재밌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강의를 위해 학교에 도착해 보니 놀랍게 학교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됐다. 디지털교육 관련 시범학교에만 와이파이가 된다고 한다.

교과서를 디지털로 바꾼다는 소식을 들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일선 학교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오히려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내느라 스마트 기기로부터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분명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적절히 활용을 하지 않고 기존의 교육 방식을 고집할 경우 학교교육은 아이들에게 점점 더 외면 받을지 모른다.

인터넷 강의가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초등학교 사교육 시장에서는 스마트 단말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지식, 정보 습득과 사람간의 교류를 스마트 기기에 맡긴다.

나쁜 습관과 중독을 우려해 무조건적으로 차단만 한다면 오히려 음지에서 더욱 득세할지 모른다. 차라리 공교육에서 스마트러닝을 활발하게 활용한다면 교실을 떠나 학원으로 몰려가는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스마트기기의 적절한 사용법과 스마트 예절 교육은 별도로 실시해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마침 인성교육진흥법도 지난해 발효됐고 클린콘텐츠운동본부가 인성교육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인성마법사, 클린베어’라는 인성 만화가 출간됐다. 이를 스마트러닝 콘텐츠로까지 발전시키면 우리의 학생들은 재미와 흥미를 더해 인성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스스로 체험하는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어렵게 스마트망을 확보해 진행한 스마트 만화를 통한 인성 교육으로 참여 학생들은 모두 즐거워했고 아이들의 보살핌을 많이 받던 우리 아이는 아이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존재가 됐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가장 뿌듯했던 소중한 경험이다. 모든 것이 스마트 러닝으로 진행한 인성 콘텐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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