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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세인트존스라는 대학이 있다. 이 곳에는 교수가 없고 강의가 없으며 시험이 없는 학교가 있다. 대신 학생과 함께 공부하는 지도교사가 있고 꾸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이 있다. 고전 100권을 읽는 것이 학교의 핵심 커리큘럼으로 고전을 통해 철학과 역사 같은 인문학, 음악, 수학, 과학을 배운다.

세인트존스에서는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부터 모더니즘 소설 <더블린 사람들>까지, 철학과 소설 그리고 역사를 넘나들며 시대순으로 고전을 읽는다. <파이드로스>와 <향연>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을 읽으면서 자연 운동의 작동 원리에 대해 토론한다.

또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독서 후에는 인간의 이성과 본성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며 멜빌의 소설 <베니토 세레노>를 읽고 인종차별과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토론한다. 이 학교에서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고전 속에서 인류가 고민해온 문제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전을 시대순으로 읽어가다 보면 인류의 가치와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처럼 세인트존스의 수업은 고전을 읽고 자신만의 의견을 만들어 내며 토론을 통해 정리된 생각을 써내는 것으로 단순하게 진행되는데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은 이러한 세인트존스 대학의 공부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다.

세인트존스 졸업생인 한국인 저자는 4년 동안 읽은 리딩 리스트를 바탕으로 그곳에서 공부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세인트존스에서 공부하면서 고전이란 ‘읽는 책’이 아닌 ‘생각하는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강의식 수업과 스스로 공부하도록 이끄는 토론식 수업의 차이를 소개한다.

생각 없이 외우기만 하고 배운 것을 꺼낼 기회를 주지 않는 주입식 교육만 받은 학생은 언젠가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받는 한국의 교육이 어쩌면 터지기 직전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가 바람직한 한국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유의미한 지표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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