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갈이 성적표, 실제 득표에 어떤 영향이
추풍낙엽 떨어지듯 하는 더 민주의 컷오프
이해찬·정청래 컷오프로 상징적 의미 부여
국민의당, 현역 물갈이 외쳤지만 성적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공천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현역 물갈이 요구는 끝없이 나왔다. 하지만 그 성적표를 보면 다른 결과를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물갈이가 3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당은 임내현 의원과 김한길 의원 정도가 현역 물갈이가 됐다. 국민의당은 새정치를 표방했지만 현역 물갈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총선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바로 얼마나 인물이 많이 바뀌었느냐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4년 동안의 현역 의원들을 평가한다. 그런데 상당수 지역민은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국회의원이 일을 잘했든 못했든 혹여 다른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오면 더 잘하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역 의원들이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우리 지역 현역의원이 바뀌었으면 하는 욕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어느 정당이 어느 정도의 현역 물갈이를 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대략 40% 정도의 현역 물갈이가 이뤄졌다. 외국의 경우에는 다선 의원들이 상당히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초재선 의원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정당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 민주의 결단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차떼기 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위기에 있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천막당사와 함께 과감하게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그로 인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정당의 인적 쇄신은 그 정당을 새로운 정당으로 만드는 그런 도구가 된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얼마나 많은 현역들을 물갈이를 하느냐도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야권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재편됐다. 이로 인해 혁신 경쟁이 치열하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 주도권을 놓고 정국 주도권을 놓고 야권 주도권 경쟁을 그동안 벌여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현역 물갈이를 혁신의 도구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물갈이가 상당히 많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인재영입도 상당히 많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물갈이폭이 30%를 웃돌고 있다. 공천이 완전히 마무리 돼봐야 알겠지만 현역 물갈이 폭이 40%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상징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친노 좌장이라고 불리는 이해찬 의원을 날렸다. 그동안 친노 핵심 인사로 항상 거론돼왔던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은 경천동지할만한 일이다. 물론 친노 지지층에서는 상당한 반발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찬 의원을 날렸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무엇인가 변화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칫하면 집토끼가 산으로 도망갈 수도 있는 문제다. 친노 지지층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김종인 대표가 이해찬 의원을 날린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이 쌓여있다. 때문에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는 상당한 진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컷오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운동권 386 친노가 주류라고 판단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의 선택

여기에 더 상징적인 인물이 정청래 의원이다. 정청래 의원은 막말 파문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곱지 않겠지만 강성 지지층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따라서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시켰다는 것은 사실상 지지율 감소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모험을 걸었다. 실제로 정청래 의원 컷오프 소식이 들리자 강성 지지층은 매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모여 국민 필리버스터란 이름으로 컷오프 반대 시위를 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지지를 철회한다는 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는 물론 당 대표실과 공관위원들 개개인에게도 항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탈당하는 당원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컷오프를 강행했다. 재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때문에 한때 정청래 의원이 탈당,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정청래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무마됐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과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는 상당한 상징성을 안고 있다. 이번 현역 물갈이의 의미를 살펴보면 당내 강경파로 분류됐던 친노와 86 학생운동권 그룹의 퇴진이다. 이는 김종인 대표가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해온 계파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당장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있겠지만 길게 보면 호남에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유도 친노와 운동권 정당문화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가 이 두 가지를 제거함으로써 호남 민심이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만큼 뼈아픈 것이 있다. 바로 수도권에서 강성 지지층들이다. 이들의 경우에는 김종인 대표의 컷오프에 대해 ‘비민주적’, ‘독재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아이러니한 것이 바로 호남지지층과 수도권 친노 지지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두 세력이 하나로 뭉친 세력이기 때문에 두 세력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일단 김종인 대표는 호남지지층을 선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수도권 친노 지지층을 어떤 식으로 달래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친노 지지층을 달래지 못하면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반면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현역 물갈이 성적이 초라하다. 임내현 의원과 자발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김한길 의원 정도이다. 나머지 현역들은 단수공천이 되거나 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꾸려야 한다. 그러자면 현역의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은 현역들의 입김이 상당히 세다. 즉, 현역 교체 비율이 다른 정당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현역 물갈이 폭이 상당히 컸다면 탈당 등의 후폭풍이 불어 닥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야권연대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히 크다. 김한길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천정배 대표 역시 한동안 갈등을 보이다가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로 인해 현역 물갈이는 거의 없다.

호남의 선택은

문제는 현역 물갈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호남 유권자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현역 물갈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두고 호남 유권자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을 선택하지 않거나 국민의당을 선택하거나이다. 호남 유권자들 상당수가 현역 교체를 요구하는 편이기 때문에 현역 물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국민의당을 심판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가 바로 이런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현역 물갈이가 필요한데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역이 필요하다. 이런 아이러니가 호남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의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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