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4.16세월호 참사 2주기 전문가 토론회 열려

   
 

참사 당시, 약자는 배 안에 있던 승객이었다 
선원과 해경, 위기의 순간 아무것도 안 해
제2의 세월호 막으려면… 야만성 바꿔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4.16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전문가를 초청해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본질을 되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편, 토론회가 진행될 무렵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의 방해공작이 펼쳐졌다. 그들은 밖에서 애국가를 부르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며 토론회를 방해했다. 소음 속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에 대한 묵념에 이어 토론회가 시작됐다. 

   
 

선원과 해경,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먼저 한성대 이충진 교수가 ‘야만의 사회와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충진 교수는 세월호가 단순 사고에서 참사로 전환된 원인을 선원과 해경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선장과 선원 대부분이 탈출하던 때까지 스피커를 통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만약 선내에 갇힌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면 많은 학생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만히 있었던 건 선원과 해경이었다. 그들은 탈출 명령이나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다. 주어진 지시와 명령을 기계처럼 반복한 세월, 습관이 그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시 선원과 해경은 절대적인 강자였고 배 안에 있는 승객은 자신의 목숨을 선원과 해경에 맡길 수밖에 없는 절대적 약자였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절대 강자였던 선원과 해경은 위기의 순간, 약자인 승객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에 승객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기는 꼴이 됐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걸 넘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내보내는 등 승객이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힘을 박탈했다고 이 교수는 비판했다. 더불어 선원이나 해경이 자신이 가진 독점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결국 선원과 해경으로 대표되는 ‘강자’의 야만성이 바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해경이라면 국민을 구조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구조의 권한과 힘이 있는 해경은 아무 것도 안 했다”며 “당시 이런 부당한 폭력 앞에서 승객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렇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야만적 사회와 야만적인 우리 모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강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라며 “야만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내가 만든 단어가 약자친화성이다. 제2의 세월호를 막기 위해선 약자친화적 공동체, 약자친화적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혜로운 공동체, 비극 반복하지 않아

다음으로 연세대 박명림 교수가 ‘국가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인간을 위한 국가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에 임했다. 박명림 교수는 세월호 이후 2년을 돌아보는 관점에서 논했다.

박 교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나 지혜로운 공동체는 비극을 맞이했을 때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거듭난다. 또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 비극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어리석은 인간이나 공동체는 비극의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고, 비극을 지속하거나 해법을 놓고 갈라져 분열된다는 것.

그는 “한국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동일하다는 건 세월호에 대해 아무런 치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아픔과 눈물 흘리는 곳에 대한 치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가족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역시 엄마나 아빠가 아니라 지금 아픈 사람이다. 사회에서도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울고 있는 사람”이라며 “아파하고 우는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산YMCA 류홍번 사무총장은 ‘4.16 정신계승과 생명‧시민 중심의 도시비전 수립 및 운영에 관한 기본조례(안)’의 추진 계획을 이야기했다. 류홍번 사무총장은 이번 조례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류 사무총장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리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게 진정한 4.16 추모와 기억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4.16 정신을 계승하자는 운동을 통해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안산에서 대안적인 모습을 (조례안을 통해)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류 사무총장에 따르면 해당 조례안의 기본이 되는 건 4.16정신에 관한 것이다. 현재는 이 조례안에 대해 워크숍, 자문회의 등을 통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조례를 넘어 지역의 헌법적인 개념의 조례를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인 만큼 안산 구성원과 함께 충분히 토론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 국가가 나서서 진실 은폐”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416운동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앞서 다른 사고나 참사가 났을 때 안전불감증 혹은 인재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검찰의 축소, 은폐, 꼬리자르기 수사로 말단 공무원들만 처벌됐다”면서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세월호 참사를 신자유주의적 재난이라고 볼 때 ‘만약 세월호에 탄 승객이 서울 강남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면 저렇게 했을까’하는 문제와 연결된다”며 “신자유주의 통치권력과 생명권력이 결합돼 있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304명이 사망한 대참사였을 뿐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사건의 진실 은폐하고 조작하며 진실을 요구하는 세력에게 폭력으로 억압하는 것”이라면서 “또한 국가가 언론과 보수단체를 동원해 피해자를 혐오하고 모욕한 사건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 집단을 기억세력이라고 칭했다. 그에 따르면 기억세력은 4.16운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은 기억세력이 모두 승인하는 목표가 됐다. 그 목표가 지니는 보편적 정의는 이 사회 시민들이 움직였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박 위원은 “4.16운동을 통해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승객으로 불안한 삶을 살아갈 것이므로 4.16운동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강문대 노동위원장이 ‘세월호와 기업책임자 처벌’이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강문대 위원은 ‘세월호와 기업책임자 처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논했다.

이 법은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관리 및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에 적용된다.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안전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처벌하며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제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강 위원은 “어떤 사고가 나면 공무원도 처벌받지 않는다. 아주 간혹 처벌되긴 하나 그것도 뇌물이나 비리로 처벌된다. 사고 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업무상 과실 치사상을 묻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법상 기업의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을 처벌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이들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 더욱이 기업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이 법의 취지는 사고 예방과 사고 재발 방지를 통해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20대 국회 때는 이 문제에 접근하는 의원과 함께 법 추진할 예정이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자에게 관대한 것은 야만”

단원고 2학년 3반 故 유예은 양 아빠이자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최근 포항공과대학의 한 교수가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는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서”라는 등의 망언을 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 발언을 한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전혀 들여다 보지 않은 사람 같다. 이미 세상에 공개된 아이들의 육성,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배 안에서 휴대전화로 서로를 찍고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거나, 선생님을 챙기거나, 우리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복했다”며 “배 안에서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을 했던 아이들에게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 게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자에게 관대한 것은 야만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야만스러운 사회, 그런 사회에서 우리가 왜 세금을 내고 국민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유 위원장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단체가 견고하게 뭉쳐있다고 한다. 물론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우리는 무수히 싸웠고 토론했으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애써왔다. 그것이 우리 안에 병이 돼서 지금 많은 부모가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가 화를 조금이라도 표출하면 유가족답지 못하다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우리 아이에게 누가 될까 봐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그는 “가진 것 없고 생각도 짧고 그저 집단이 모여 지루한 치열한 토론으로 하나씩 만들어간다. 그거 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 자식 잃은 유가족이 그런 과정을 통해 무언가 제시할 때, 여러분께서 기존에 가진 경험, 기존에 공부했던 것을 백지로 만들어놓고 우리의 말을 들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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