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히드라’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파충류형 괴물이다. 아홉 개의 목을 가지고 있다. 그중 여덟 개의 목은 죽일 수 있지만 가운데 있는 단 하나의 목만 불사신이라서 죽일 수 없다. 게다가 다른 목을 하나 잘라내면 거기에서 새로운 두 개의 목이 더 생겨난다. 헤라클라스도 히드라의 마지막 남은 머리를 죽일 수 없었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히드라의 형국이다. 즉, 머리가 많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나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히드라처럼 머리가 많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는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에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면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도 있고, 당 대표 선출도 있다. 아울러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상임위원장 인선도 있다. 이 세 가지를 놓고 당내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른 정당에 비해 중진들이 너무 많다. 3선 이상 중진이 8명이다. 그중 광주전남만 6명이다. 38명 중에 3선 이상 중진이 8명이라는 것은 비중이 너무 크다. 원내대표 자리도 한정돼 있고, 당 대표 자리도 한정돼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도 한정돼 있다.

즉, 3선 이상 중진은 많은데 그 자리는 한정돼있다. 그러다보니 신경전이 상당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내대표나 당 대표는 차기 대권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신경전은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연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오는 8월초까지 전당대회를 열기로 돼있다. 그런데 그 일정을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로 미루자는 것이다.

미뤄야 된다는 이유는 지역위원장 선출이나 당헌당규 개정 등의 정비 작업을 지금의 지도부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 당 장악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 대표 입장에선 다시 대표가 되더라도 대선 출마를 위해선 넉 달 만에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연기론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이나 당선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정책이나 입법 등을 우후죽순으로 내놓고 있다. 당이 활발하게 일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당내 교통정리가 재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각 의원들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상황에서 저마다 입법이나 정책 등을 내놓게 된다면 충돌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월호특별법이나 이명박·박근혜정부 심판 청문회 등에 대해서는 당내 일각에서 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머리는 많은데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곧 균열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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