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⑧]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장순 교수·국제미래학회 미래한류문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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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케이팝, 한류 열풍 주역
경제적 가치창출 매몰돼 아쉬워
한류의 근원적 가치 잊지 말아야
콘텐츠에 ‘의(義)·예(禮)·지(智)’필요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해외시장을 향한 한국 대중문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지 약 30년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콘텐츠 및 한류스타들이 배출됐으며 이에 미미했던 한국의 존재감도 확실히 드러나게 됐다.

한류(韓流)란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일컫는다. 즉 한국의 대중문화가 외국에 소개되거나 인기를 얻게 되면 이것이 곧 한류다. 한류를 이끌기 위해 미스코리아가 김치, 고추장 등의 먹거리와 한국의 가전제품 등을 활발히 소개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가 머다 하고 쏟아지는 드라마, 음악, 게임 등의 여러 콘텐츠가 한류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발행된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해외한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의 지속기간은 앞으로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한류가 곧 사라지는 거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한류의 미래는 어떨까? 정말 머지않아 끝나는 것인가?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며 특히 경제적 성장을 크게 이룬 한류가 오늘날보다 더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앞으로의 한류는 어떤 모습이며 지난 한류의 역사와 현 한류를 통해 앞으로 한류의 확대를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투데이신문>에서는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장순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Q. 해외시장을 향한 한류의 움직임은 30년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 수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13년 말 기준 문화 수출 규모는 47억5000만 달러다. 그 중 게임 산업이 27억15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이 넘는 57.16%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음악산업, 즉 케이팝(K-POP)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방송산업이 각각 2억7700만 달러(5.84%), 2억3900만 달러(5.04%)의 수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출 규모는 ‘한류’라는 언어기호가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1999년 말에 비해 방송산업 수출은 약 24배, 음악산업 수출은 약 30배나 폭증한 수치다.

Q. 한류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나.

새로운 언어기호가 등장했다는 것은 어떤 현상이 하나의 실체로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류’라는 언어기호가 처음 등장한 1999년 11월 이후, 한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경공인체육관에서는 1999년 11월 11과 12일 이틀에 걸쳐 클론의 북경투어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북경공인체육관은 중국의 젊은이들로 가득 찼고, 이들은 <쾌락지남(快樂指南)>으로 개사된 <쿵따리 샤바라>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클론의 북경공연을 지켜본 북경청년보 기자는 일주일 후인 11월 19일 ‘동풍도 동점할 때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처음으로 ‘한류’라는 말을 쓴다. 이 기자는 해당 기사에 ‘서풍’에 맞서는 ‘동풍’, 즉 ‘동쪽나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으로 같은 아시아인으로서의 문화적 자부심을 담았다.

   
 

Q. 그렇다면 한류는 어떻게 일류(日流)를 제치고 문화 수출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인가.

아시아콘텐츠시장, 특히 한류의 메인스트림인 드라마시장의 역사는 3단계 발전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1950~1980년대까지 일본 드라마를 모방하는 일본 드라마 ‘수입시기’, 2단계는 1990년대 일본 드라마를 모방하면서 동시에 탈동조화도 함께 이뤄지는 일본 드라마와의 ‘경쟁시기’, 3단계는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일본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를 역모방하는 한국 드라마의 ‘확산시기’다. 일류에서 한류로 아시아 드라마시장의 선도세력이 바뀐 것은 경쟁시기에서 확산시기로 넘어가는 경계, 다시 말해 1999년 말 언어기호 한류의 등장과 그 시기가 같다. 같은 해 대일 문화콘텐츠 수출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1000달러의 출초를 기록하며 일본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진세력의 등장을 알리는 팡파르를 울리기도 했다.

또 이 시기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시기와도 일치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금융자산의 시장 가치가 팽창하는 현상인 버블이 붕괴되고, 일본인들의 삶이 피폐해져 아시아시장을 선도했던 일본 드라마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화려했던 트렌디드라마가 쇠퇴하고, 포스트 트렌디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다. 경제력을 상실한 일본인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됐고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들이 소구한 것은 극단적인 폭력과 섹스, 잔인함 같은 것이었다. 포스트 트렌디드라마는 일본인들의 이 같은 소구를 그대로 담아냈다.

한편, 한국은 1986년 TBS 드라마 <남녀 7인 여름이야기>로 시작된 일본의 트렌디드라마보다 6년 늦게 1992년 첫 번째 트렌디드라마 MBC <질투>를 제작, 방송했다. 이후 1993년 <질투>는 중국 하얼빈TV에 처음 수출되며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드라마가 됐다. 한국형 포스트 트렌디드라마는 일본의 포스트 트렌디드라마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가 아시아드라마시장에서 한류가 일류를 제치게 선봉에 서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Q. 그런데 한류가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류는 30여년 가까이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그 사이 한류는 세 차례의 크고 작은 위기를 넘겼다. 때로는 거품 취급을 당하며 몇 년 내로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꿋꿋이 드라마에서 케이팝으로 시장 선도 장르를 교체해 나가는 등 한국 대중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Q. 콘텐츠가 곧 한류다. 현재 한류의 중심에 선 콘텐츠는 무엇인가.

역사는 만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류사는 드라마와 케이팝이라는 걸출한 장르에 의해 쓰이고 있다. 드라마에 의해 써진 1차 한류시대는 아시아드라마시장의 경쟁시기(1987~1999)와 확산시기(2000~2009)를 포함하고 있으며 2차 한류시대(2010~현재)는 케이팝에 의해 이뤄졌다. 케이팝은 소요 시간이 짧다는 측면에서 SNS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다. 유통망인 SNS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콘텐츠인 케이팝은 자신을 실어 나를 운반자, 즉 유통망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둘의 결합이 2차 한류시대를 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드라마와 케이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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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류의 주요 소비국가 및 소비층은.

1차 한류시대의 메인스트림인 드라마와 2차 한류시대의 메인스트림인 케이팝의 제일 큰 소비국가는 일본과 중국이다. 2013년 드라마 수출액은 2억3900만 달러다. 그 가운데 57.9%인 1억3900만 달러가 일본에서 소비됐다. 2위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 3500만 달러, 지역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5200만 달러가 소비됐다.

2013년 케이팝 수출액은 드라마보다 다소 많은 2억7700만 달러였다. 그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79.95%인 2억 2160만 달러가 일본에서 소비됐다. 이는 일본 편향 수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2위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 1000만 달러, 지역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3800만 달러가 소비됐다.

한류 소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 젊은 층보다 위, 아래 세대가 소비층에 합류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의 소비층 변화과정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는 수입되는 드라마의 내용과 소재, 장르, 시기에 따라 한류 소비층의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NHK 지상파 방송이 끝나도 인기가 식지 않았던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 소비층은 40~50대 중년 여성이었다. 일명, ‘캔디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순정만화 같은 <겨울연가>를 통해 아름다웠던 소녀시절의 첫사랑에 빠졌다. 이후 SBS <천국의 계단>, MBC <이브의 모든 것>, KBS <풀하우스> 등 한국형 포스트 트렌디드라마들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자, 일본의 한국 드라마 소비층은 중장년 여성층에서 젊은 소비자층으로 확대됐다. 이어 문화 수용 정도를 나타내는 문화할인율이 높아 수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사극으로까지 수출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한국 드라마 소비층은 중장년 남성층으로까지 크게 확대됐다.

Q. 한국경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나라의 총수출 규모는 2013년 2조2100억 달러다. 그 가운데 문화수출 규모가 47억5000만 달러로 점유율이 0.21%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감생심 문화수출의 비중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화 한류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10~20대 젊은이부터 70~80대 노년층까지 아시아를 비롯해 미주,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문화 한류의 소비 주체들에게서 나온다. 이들이 갖고 있는 문화 한류에 대한 충성도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떠받쳐줄 힘의 원천이다.

한류는 문화콘텐츠에 의해 생성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육성은 한류의 신화적 영원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고, 한류의 신화적 영원성은 지속적인 한국경제의 튼튼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의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1997년 말 우리나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 사태를 맞았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온 국민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실업자가 속출하고 이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가정이 붕괴됐다. 그런데 이때 해외시장에서는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13억 중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한국드라마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문화수출이 IMF 경제위기 속에서 시름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콘텐츠로 만들어 나가는 문화 한류의 아우라는 한국경제의 영원성을 담보해주는 정신적인 힘이 돼줄 것이다. 위기는 항시 존재한다. 그러나 창조성에 기반을 둔 우리의 문화콘텐츠산업은 언제나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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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류는 경제적 가치 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문화 유전자는 ‘인(仁)’에 기초하고 있다. <맹자>의 ‘등문공장구상(滕文公章句上)’ 제3장을 보면 임금의 자리에 오른 등문공이 맹자에게 치국의 법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맹자는 이때 등문공에게 “부유하게 되려면 인하지 못하고 인하려 하면 부유하게 될 수 없다”(陽虎曰爲富 不仁也 爲仁 不富矣)는 양호의 말을 전한다. 돈을 추구하면 어질지 못하게 되고, 인을 추구하면 가난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을 추구하는 문화가, 그래서 가난해야 할 문화가 현대에 와서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경제발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인(仁)’에 기초한 유전자가 우리의 문화콘텐츠로 인해 인류의 안녕과 행복, 문화발전에 기여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한류의 경제적 가치창출에 매몰돼 한류의 근원적 가치를 잊고 사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한류에 관한 모든 논의의 초점이 돈벌이에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한류는 우리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한국문화 바람이다. 하늘과 땅, 너와 나, 우리와 세계인이 ‘인’으로 하나 되는 세상, 원대한 한류대동사회의 구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화발전이 그 동안 경제발전의 종속변수로 자리를 지켜왔다면 문화 한류는 문화적 가치에 힘입어 경제발전을 이루는, 그리고 순치된 세상을 만드는 기재가 됐으면 한다.

Q. 한류의 성장을 위해 현 시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한류의 경제적 가치창출에만 목을 매왔다. ‘어떻게 하면 한류와 이런 저런 장치들을 묶어 새로운 한류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여기에만 매몰돼 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면 이는 태생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한류는 그 시작이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향해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절박한 삶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류는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독특한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화는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흐른다’는 전통적인 문화유통 이데올로기를 깨뜨리고 새로운 유통이데올로기를 세상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한류의 경제적 가치창출 기능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류의 본질적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를 기본 구성요소로 하는 문화콘텐츠는 이 둘 사이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통해 ‘자기정화, 자기실현, 자기계발, 레크리에이션’ 등의 내적 기능을 수행하고, 동시에 ‘사회통합, 인류통합’ 기능과 같은 외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문화콘텐츠의 본질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영역 간의 기술적 융복합에 의한 한류 새 상품 만들기는 그 다음의 과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새 상품 만들기에 너무 심취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기회 있을 때마다 “Back to the Contents”, “콘텐츠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유는 콘텐츠가 무너지면 한류도, 한류의 경제적 가치창출기능도 모두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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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류는 드라마와 케이팝에서 시작돼 최근에는 게임,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형태의 한류가 탄생하게 될지 궁금하다.

한류시장의 변화는 다이내믹 그 자체다.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경제, 사회, 문화 영역간의 융복합을 촉진시키고 있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경쟁적인 한류시장의 모습이 행여 거품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또한 겉으로 드러난 표현형 상품들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혹시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때문에 지금의 다이내믹한 시장 환경에서 새로 등장하게 될 한류상품을 예상해보기보다는 시장의 다양한 움직임들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한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먼저 초목표(super objective)를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류의 신화적 영원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와 문화사업가, 한류학자들이 함께 그들의 공동선으로 한류의 최종목표를 채택했으면 한다. 공동목표는 우리 문화콘텐츠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Q. 한류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거나 앞으로 사라지게 될 한류 분야가 있다면.

문화콘텐츠라는 단어는 2000년대 초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한류 생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조어로 한류를 있게 한 드라마, 케이팝, 영화 같은 한류 중심소재 영역들을 지칭한다. 문화콘텐츠가 추구해야 할 지고의 가치는 ‘상업성’이다. 즉 경제적 가치창출을 제일로 한다. 상업성은 ‘대중성’을 전제로 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야 경제적 가치창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중성은 ‘오락성’을 전제로 한다. 재미가 있어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락성은 예술적 ‘창조성’을 전제로 해 상업성을 추구하는 문화상품이라도 예술적 가치는 지니고 있어야 한다.

게임은 이 같은 ‘상업성, 대중성, 오락성, 예술성’ 등 문화콘텐츠의 4가지 특성을 고루 갖춘 한류 중심소재영역 중의 하나다. 게임이 차지하는 문화수출 비중은 매년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문화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게임은 한류의 주류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게임이 갖는 반교육적, 반사회적 폭력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마치 사건의 배후자인 것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게임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원인이 돼 국내 게임산업은 중국, 일본 같은 경쟁국들에게 시장을 내줘야 하는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하기 위해 게임은 문화콘텐츠의 네 가지 특성 가운데 특히, 두 번째 ‘대중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금의 소비 주체 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폭넓은 대중성의 확보는 미래의 게임산업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Q. 한류 성장을 위해 콘텐츠는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시아인들은 한류하면 ‘가족 간의 화목, 노인공경, 순수, 순애보, 도덕, 교육, 발전된 경제, 미남미녀 배우’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이것이 한류밈이다. 밈(meme)은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되는 것을 지칭한다. 드라마밈을 사단칠정론에 근거해 유형을 분류하면, 인(仁)유전자형 73.7%, 지(智)유전자형 15.8%, 예(禮)유전자형 10.5% 등으로 범주화가 가능하다. 이 결과는 세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첫째, 한국 드라마는 ‘인’유전자형 중심으로 하고 있다. 둘째, 한국 드라마는 수오지심의 단서인 ‘의’(義)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셋째, 유형분류의 비율은 드라마밈의 확장성과 반비례한다. ‘의’유전자형의 부재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아직까지 ‘의’유전자형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소재빈곤 문제는 ‘의’유전자형의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반비례하는 사단칠정론적 밈 유형의 점유비율은 ‘예’유전자형이 89.5%, ‘지’유전자형이 84.2% 확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밈 확장성이 아직도 무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한류 붐이 73.7%의 ‘인’유전자형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류 문화콘텐츠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의’유전자형, ‘예’유전자형, ‘지’유전자형으로의 확장은 지금의 한류를 훨씬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것이 한류대동사회, 한류토피아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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