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3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테슬라의 보급형 자동차 ‘모델3’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31일부터 예약 주문이 시작된 ‘모델 3’는 지난 7일 기준으로 32만5000대의 예약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31만 9680대를 넘어선 수치다.

오는 2017년 말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될 테슬라 ‘모델3’에 대해 구매자들은 1000달러(약 115만원)의 계약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델 S, 모델 X 등 고성능 전기차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테슬라는 이번 모델 3를 통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했다. 모델 3의 가격은 3만 5000달러(약 4019만원)으로, 국내의 경우 정부 지원금까지 더해진다면 2000만원대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는 계속해서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전기차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 테슬라는 전 세계 리튬 이온 전지를 한 곳에서 생산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겠다는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파나소닉과 함께 미국 네바다 주에 5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완성차 업계도 속속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 역시 오는 6월 1회 충전으로 180km를 달릴 수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 2013년 약 20만대, 2014년 30여만대로 꾸준히 성장하다 지난해에는 60만대를 넘어서며 1년 사이 두 배로 성장했다.

이처럼 테슬라가 몰고 온 전기차 열풍을 맞아 <투데이신문>은 한국의 전기차 실정을 들여다봤다.

   
▲ ⓒ영화포스터

19세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다시 주류 시장 진입하나

테슬라가 전기차를 처음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1884년 영국의 발명가 토마스 파커(Thomas Parker)에 의해 최초로 전기차는 만들어졌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미국 텍사스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고 이에 힘입어 가솔린차에 대한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되면서 전기차는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다.

이렇게 사라진 상용 전기차 부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지난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데뷔한 테슬라보다 10년 이상 빨리 나타난 양산형 상용 전기차 ‘EV1’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996년 제너럴 모터스(GM)는 EV1이라는 상용 전기차를 출시하고 양산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캘리포니아에서 차를 판매하려면 전체 판매량의 20%를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는 차를 만들게 한 법인 ‘배기가스 제로법’을 제정하자 GM은 야심 차게 준비한 전기차 EV1을 꺼내 든 것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EV1은 출시 7년만인 2003년 전량 리콜 조치돼 사막 한가운데서 폐기된 채 버려졌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배기가스 제로법’을 폐기했다.

지난 2016년 크리스 페인 감독은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라는 영화를 통해 EV1의 석연치 않은 퇴장을 재조명했다.

EV1을 둘러싼 음모론은 차치하더라도 EV1이 쓸만한 차였음은 틀림없다. EV1은 4시간 충전으로 130km를 달릴 수 있었고 1회 충전으로 최대 160km를 운행할 수 있었다. 차후에 배터리 개선을 통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300km까지 늘어났다. 올해 1월에 출시된 쉐보레 ‘볼트EV’의 경우 한 번 충전했을 때 최대 321km를 갈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당시 EV1의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GM이 뚜렷한 이유 없이 EV1을 전량리콜한 이후 전기차는 테슬라가 나타나기 전까지 완성차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서울에 집중된 한국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많아야 대당 0.56기

그렇다면 한국의 전기차 시장과 인프라는 어느 정도일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 5767대 중 63.9%는 제주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제주가 2368대로 41.1%, 서울이 1316대(22.8%)로 나타났으며, 뒤이어 가장 많은 전남(371대)은 6.4%에 불과했다.

이어 ▲경남 319대 ▲경기 281대 ▲경북 216대 ▲부산 211대 ▲광주 193대 ▲충남 132대 ▲강원 82대 ▲대구 72대 ▲인천 67대 ▲울산 51대 ▲충북 28대 ▲전북 27대 ▲대전 25대 ▲세종 8대 순이다.

반면 충전시간을 20~30분으로 단축 가능한 급속충전기는 전국에 총 337기로, 전기차 1대당 급속충전기 숫자는 0.06기뿐이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0.56기로 가장 많았고 이어 충북(0.46기), 경기(0.20기)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가장 많은 제주와 서울은 0.02기와 0.03기로 꼴찌를 다퉜다.

   
▲ ⓒ뉴시스

한국, 전기차 보조금 삭감
급속충전기 조기 유료화 나서

한국은 점점 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전기차 시대에 오히려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먼저 전기차 보조금이 삭감됐다. 지난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으로 대당 15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는 300만원 줄어든 1200만원을 지원한다. 가정용 완속 충전기 지원금도 지난해 6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감소했다.

더불어 그간 무료였던 급속충전시설도 유료로 전환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국에 설치된 공공급속충전시설의 충전요금이 1킬로와트시(kWh)당 313.1원으로 유료화됐다.

정부가 급속충전기 확장 등 전기차 인프라의 확장이 아니라 조기 유료화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조기 유료화에 대해 민간충전사업자 육성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국내 급속충전시설은 337개로, 미국(3만1792개), 중국(3만1000개)은 물론 일본(3000여개)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진다.

책정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1kWh당 전력요금은 산업용이 107.41원, 교육용 113.22원, 주택용 123.69원, 일반용(공공, 영업) 130.46원 등이다. 공공급속충전시설 충전요금 313.1원보다 최대 3배가량 낮다. 가정용 전기료 누진 요율과 비교했을 때도 4단계(280.6원, 301~400kWh)보다 높다.

갈길 먼 전기차 전용 보험
기존 차와 형평성 문제 있어

전기차 대중화와 더불어 정부는 전기차 전용 보험 개발에 착수했지만, 난관은 아직 높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기존 보험료보다 20~30% 저렴한 전기차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또 전기차 가격에서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에 대해 별도의 보험상품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30~40% 비싼 보험료를 적용 받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르노삼성 SM3의 경우 전기차 모델은 419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1962만원)보다 2.1배가량 높다. 기아차 쏘울의 경우에도 전기차 모델(4250만원)이 가솔린 모델(1998만원)에 비해 2배 넘게 비싸다.

물론 실구매가로 따지면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으로 인해 2000만원대까지 떨어지지만, 보험료는 실제 차량 가격인 4000만원대로 산정된다. 보험업계는 기존 가솔린 차량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어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에 보험료를 산정하지 못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전기차에 적용되는 보험 요율이 일반 자동차보다 20%가량 높게 설정돼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 2010년 금감원은 전기차가 비싸고 사고 시 일반 차보다 손실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험업계는 배터리에 대해 별도의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차량 제작 업체가 아닌 배터리 제조 업체에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전용 보험 개발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요율 산정을 담당한 보험개발원은 이달 중으로 르노삼성 SM3 전기차 모델로 충돌실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모델3’가 열어젖힌 전기차 시대. 하지만 급격히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아직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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