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소상공인, ‘진실 공방전’ 벌여

   
 

김 씨 “롯데슈퍼, 작성한 적 없는 계약서 법원에 제출”
롯데슈퍼 “사실무근… 법원 판결에 순응할 것”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롯데슈퍼 대표이사를 비롯한 세 직원이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 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2009년부터 롯데슈퍼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갑질 행태를 벌여 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슈퍼와 계약을 맺고 과일을 납품했던 청과물 가게 ‘성선청과’ 운영자 김 모 씨는 이달 초 롯데슈퍼의 전신이자 굿모닝마트, 하모니마트 등을 운영했던 CS유통 대표이사를 비롯해 CS유통 직원 3명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앞서 김 씨는 지난 해 11월 롯데슈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등의 횡포로 인해 수 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롯데슈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슈퍼는 당사가 벌인 모든 일에 대해 떳떳하다며 김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임의로 수수료 10% 인상”

김 씨가 최초로 롯데슈퍼와 거래를 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9년이다. 김 씨는 롯데슈퍼와 점포에 청과를 공급한 후 매출액의 15%를 공제한 총 판매금액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다만 당시 김 씨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계약서에는 김 씨의 지인인 송준기 씨 명의를 기재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계약 체결 후 김 씨는 씨에스유통 부곡점·마포점·썬프라자점 등에 청과를 납품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롯데슈퍼의 ‘원가이하 납품 강요’ 등으로 인해 손해액이 발생했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김 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수료인하 및 원가이하의 납품강요금지 등 처우개선을 요구했으나 롯데슈퍼는 이를 거절했다”라며 “그러나 당시에는 거래가 중단돼 납품처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 롯데슈퍼의 부당한 횡포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롯데슈퍼의 횡포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다 납품한 지 6년이 지난 2013년 롯데슈퍼와의 계약을 끊었다.

하지만 문제는 계약 해지 후 롯데슈퍼로부터 지급받은 판매금액이 당초 약정한 15%의 수수료가 아닌 20% 이상의 수수료가 공제된 금액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수수료 인상 관련 계약을 체결한 적도 없을 뿐더러 수수료 인상에 대한 말은 들은 적도 없다”며 “계약을 해지할 때까지 롯데슈퍼가 벌이는 갑질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후 김 씨는 임의로 수수료를 인상한 롯데슈퍼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씨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해당 수수료 인상 건을 문제 삼지 않으면 기존 수수료 방식이 아닌 직접 납품단가 지정방식 등의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김 씨를 회유했다.

김 씨는 “계약 시 직접 납품형태 뿐 아니라 새로운 업체에 청과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라며 “생계를 걱정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2014년 ‘보성청과’라는 이름으로 다시 롯데슈퍼와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롯데슈퍼의 회유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판매량이 너무 부진해 매장에 확인해보니 매장에서 청과 주문을 넣어도 본사 측에서 이 주문을 막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이처럼 반복해서 롯데슈퍼의 갑질에 휘둘리니 너무 억울하다”라고 털어놨다.

   
▲ 롯데슈퍼가 김 씨에게 전달한 납품대금 수수료 차액 환급액 확인서

이어 “그래서 롯데슈퍼에 수수료 임의책정 건과 발주를 거절한 것 등에 대해 항의했다”며 “그러자 신석식품 전 모 상무는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롯데슈퍼에서 부당하게 가져간 돈과 그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합쳐 총 2100만원을 지급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씨는 이에 대해 롯데슈퍼가 제시한 금액은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슈퍼와 거래하면서 그가 손해본 돈이 수억원이 넘는데 롯데슈퍼는 적은 금액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필적 없는 계약서 제출… 사문서 위조”

이후 김 씨는 앞서 롯데마트의 회유로 하지 못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했다. 그런데 공정거래 분쟁 조정 과정 중 롯데슈퍼가 뜻밖의 계약서를 제출해 또 한 번 경악케 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는 “롯데슈퍼가 분쟁조정원에 25% 수수료가 기재된 계약서를 제출했다”라며 “본 적도 없는 계약서를 나와 작성했다면서 제출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슈퍼가 2013년 김 씨와 계약했다며 분쟁조정원에 제출한 특정매입 거래계약서에는 김 씨가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점이 몇 가지 발견됐다.

   
▲ 롯데마트가 2013년 김 씨와 작성했다며 제출한 게약서. 김 씨는 '을' 기재란에 이름이나 상호가 아닌 사업자명판이 날인돼 있는 점 등이 사문서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계약서 1면 ‘을’의 기재란에는 ‘을’의 이름이나 상호가 아닌 사업자명판이 날인돼 있다. 이는 계약서 상 ‘갑’인 씨에스유통은 상호로 표기한 것과 비교되는 점이다.

아울러 김 씨가 제공한 송 씨의 인감도장과 롯데슈퍼가 분쟁조정원에 제출한 계약서 내 찍힌 송 씨의 인감도장은 서로 모양과 글씨체가 각기 달랐다.

그러나 롯데슈퍼가 제출한 계약서가 위조한 것이라는 김 씨의 주장이 분쟁조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해당 계약서는 위조가 분명하다”라며 “계약서 어디에도 나의 필적은 확인할 수 없다”라며 “더군다나 롯데슈퍼는 우리 측 변호사에게 5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안까지 했냐”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게 없다면 왜 2013년에 2100만원을 환급해주겠다고 하고 합의를 하자고 제안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롯데슈퍼가 법원에 제출한 2009년 3월 상품공급계약서 역시 그가 날인한 사실이 없는 위조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롯데슈퍼는 분쟁조정중 상품공급계약서를 분실했다고 언급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소송 중 이 계약서를 제출한 것도 어처구니 없거니와 계약서에 날인된 송 씨의 인장은 처음 보는 인장이라 당황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김 씨가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등록증(왼쪽)과 2009년 계약한 상품공급계약서(오른쪽) 비교 시 상호와 사업자등록 번호 등에 차이가 있다.

김 씨가 제공한 2009년 3월 상품공급계약서에 ‘성선청과’로 기재돼야 하는 상호에는 ‘성성청과’로 기재, 사업자등록 번호는 틀리게 기재돼 있으며 ‘갑’란에는 날인조차 돼있지 않았다.

롯데슈퍼 “특정매입거래계약서, 김 씨와 작성해”

그러나 롯데슈퍼는 서로 간의 합의 하에 수수료 25%로 인상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김 씨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사는 2조 5000억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계약서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공정위의 분쟁조정 중에서 질 것 같으니 조정을 취하했다”라며 “김 씨가 주장하는 계약서 조작 등의 모든 사실은 법원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소송 과정에 성실히 임하는 것은 물론 법원 결과에 순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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