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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가운데 신흥국 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화되면서 이들의 '캐치업(선진국 따라잡기)' 기간이 수십년 미뤄질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세계은행의 분석을 인용, 지난해 전 세계 신흥국 중 절반 이상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14개 개발도상국 가운데 63%가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개도국이 미국의 GDP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한 비율이 50%를 넘은 건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개도국 중 약 83%가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번 집계는 지난 10여 년간 신흥시장이 급격한 경기둔화를 겪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세계은행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을 신흥국의 경기침체와 성장둔화에 따른 수출실적 악화와 투자둔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격차가 앞으로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신흥국이 선진국의 소득수준을 한 세대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저성장세로 이 기간이 수십년 연장됐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전 5년 동안 집계된 성장세 기준으로 신흥국이 미국의 1인당 GDP를 따라잡는 데 걸릴 시간이 평균 42.3년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집계에 따르면 67.7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전 세계 경제 수준이 비슷한 수준으로 평준화되는 ‘경제수렴(Economic Convergence)’에 이르는 속도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1%, 3.6%로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시장환율 기준으로 2.4% 수준으로, 종전 2.9%에서 0.5%p 낮췄다. 또 선진국(2.2→1.7%)과 신흥국(4.1→3.5%) 경제성장률도 모두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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