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뉴시스

총선이 끝나고 나면 꼭 하나씩 터진다. 바로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된 내용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또한 그 결말이 의원직 상실로 이어진다. 물론 그 중에는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있다. 비례대표와 둘러싼 잡음이 총선이 끝나고 나면 꼭 터진다. 그만큼 비례대표가 근본취지에 걸맞게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이 비례대표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비례대표 당선이 되고 싶으면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여의도 정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느날 갑자기 듣도 보지도 못했던 인물이 갑작스럽게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활약을 많이 한 인물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인지도도 별로 없고,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해당 분야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비례대표 배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비례대표 공천 장사를 의심해본다.

錢국구 국회의원

사실 비례대표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근본적인 취지에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례대표는 그 본질이 상당히 왜곡됐다. 비례대표를 과거에는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불렀다. 정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특별당비를 낸 사람들에게 전국구 국회의원 배지를 줬다. 때문에 전국구 국회의원을 전(錢)국구 국회의원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돈이 있으면 금배지를 달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비례대표로 전환되면서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근본취지를 살리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錢국구 국회의원이 되지 말자는 차원에서 돈과 권력의 쇠사슬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 이어왔다. 때문에 돈과 금배지의 관계가 상당히 많이 끊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구습(舊習)은 남아있다. 일부 정치인은 비례대표를 시켜주겠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 돈을 상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공천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8대 국회 당시 친박연대 앙정례 전 의원이다. 양정례 전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다. 문제는 사회경력이 부실하다는 비판과 함께 자격논란이 일어났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배경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공천헌금 30억원을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은 김노식 전 의원 등과 함께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옥고를 치러야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비례대표 공천 헌금 상납 의혹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가 있다. 자유선진당 김영주 부산광역시당 위원장은 비례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당직자가 곷천댓가를 요구한 50억원을 약속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합당으로 인해 새누리당 소속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25번을 배정받은 현영희 전 의원도 5천만원을 공천로비자금으로 건넨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비례대표는 무덤?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인해 결국 정당해산까지 이르게 된 정당도 있다. 바로 통합진보당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분당을 거치게 됐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해 해산 절차를 밟아 현재는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이번 4월 총선 이후에도 비례대표 공천 파문이 또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바로 국민의당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김수민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선거홍보물 제작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가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가 디자인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김수민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이 곧바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선관위에 따르면 김수민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2곳의 선거홍보물 제작업체와 허위 하청계약을 맺고, 이들 업체로부터 2억 3820만원의 사례비를 챙겼다는 혐의다. 선관위는 또한 선거 당시 사무총장으로 국민의당 살림을 총괄했던 ‘사전에 논의하고 허위 회계보고를 지시했다’는 혐의가 있다며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까지 함께 고발했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당 계좌로 들어온 돈은 없다면서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검찰에 고발이 된 첫날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그 다음날 곧바로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해서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국민의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대표에게는 상당한 흠집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박선숙 의원이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후폭풍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내부 누군가가 선관위에 찌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즉, 내부 알력다툼이 표출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선숙 의원이 지난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당의 모든 것을 관장했다. 특히 비례대표 배정도 상당히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례대표 배정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안철수 대표 측근들이 배정됐다. 때문에 박선숙 의원이 상당한 입김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과 함께 박선숙 의원의 힘을 빼서 안철수 대표의 오른팔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올해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의 힘을 빼려는 작전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비례대표 공천 잡음이 고질병처럼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의 근본취지는 상당히 좋다. 다만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일 뿐이다. 따라서 운용만 제대로 하면 비례대표의 근본취지를 살리면서 투명한 공천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을 돈줄로 생각하고 비례대표 공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영원히 비례대표 공천 잡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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