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994년 이후 최악의 무더위가 유난스럽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에어컨을 마음껏 틀기는 부담스럽다. 누진세 탓이다. 덕분에 에어컨은 ‘자린고비의 굴비’ 신세로 집 한 켠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은 지난 9일부터 절전 가두캠페인에 나섰다. 한전은 다음주까지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산업체 휴가 기간이 끝나 다시 조업을 재개하면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네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한 전력사용량이 최고에 이를 것이 전망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전 조환익 사장은 “일반 가게에서는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것을 자제하고 국민들도 여름철 피크시간대에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자제하는 등 절전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독한 무더위에 낮이며 밤이며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는데 조환익 사장은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자제하라고 한다. 전체 전력소비량 중 52%에 이르는 산업용 전기 소비는 놔두고 32%인 상업용, 13%인 가정용 전기 소비를 잡으려 한다.

11.7배의 누진율을 자랑하는 현행 누진세로 한전은 지난해 11조3467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 6조3579억원을 웃도는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9.2%를 기록해 삼성전자(13.16%)까지 넘어선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역시 지난해보다 45.8% 급등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전력 생산 원가는 줄었지만, 전기요금은 그대로여서 수익은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전의 방만 경영도 지탄을 받고 있다. 직원 100명을 선발, 1인당 900만원짜리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1조 99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배당금만 6548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2013년 1월~2014년 6월까지 술집 등 사용제한 업종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총 59건에 1744만2500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이어져 도덕적 해이 논란도 더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합리적 에어컨 이용’이라며 26도 이상으로, 하루에 4시간가량 에어컨을 켤 것을 권장하며 에너지 낭비를 막자고 말하고 있다.

자린고비는 밥상머리 위에 굴비를 매달아 놓고 그 맛을 상상했다. 지금의 국민들도 에어컨을 집 한 켠에 세워두고 그 바람을 상상하며 무더위를 버티고 있다. 자린고비는 굴비의 맛을 상상하면서까지 아껴 부를 모았다. 그러나 누진세를 피하기 위한 현대인들의 에어컨 바람 상상은 조선시대 자린고비에 비해서도 초라하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 ‘26도 이상으로 하루에 4시간가량’이라는 에어컨 가동 가이드라인보다는 집에서도 냉방병에 걸릴 자유 정도가 더 어울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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