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와 완화 위한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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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로 점점 지쳐가는 요즘. 하지만 냉방기 사용이 늘어나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평상시 수용가 단계보다 높게 적용돼 요금이 크게 증가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탓에 국민들은 마음 편히 에어컨 바람 한 번 제대로 쐬지 못하고 매일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정부가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며 각 가정마다 50킬로와트 아워(kWh) 만큼 전기를 더 싸게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주)소비자공공네트워크는 징벌적 요금제도인 누진제에 대한 유지와 완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좀 더 생산적이고 학술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느껴 여러 전문가들이 참석한 ‘전기요금 누진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지난 12일 소비자공공네트워크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좌장을 맡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를 중심으로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 서울대학교 협동과정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이종수 교수,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영탁 교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김성수 교수, 시사포커스 박강수 회장, (주)소비자공공네트워크 이혜영 본부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유승훈 교수가 ‘누진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리고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이호평 본부장도 토론회에 함께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주)소비자공공네트워크 김연화 회장은 “전기요금이 무서워 국민들이 더위에도 냉방기를 틀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다”며 “(국민들이) 누진제와 관련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기 위해서 이번 토론회가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는 개회사를 전했다.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유승훈 교수ⓒ투데이신문

발제자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유승훈 교수는 “누진요금제는 일정한 기본요금 외에 사용량 요금을 부과할 때 몇 개의 구간을 나눠 구간별로 요금 비율이 증가하는 형태의 요금제”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는 구간에 따른 요금뿐만 아니라 기본요금까지도 모두 증가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 교수는 “기본요금은 6구간이 1구간의 31.6배, 사용량 요금은 6구간이 1구간의 11.7배로 많은 소비를 규제하는 성격을 띤다”며 “과거 1~2구간 소비가구 대부분은 저소득층이었지만 가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고소득층 1인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되려 고소득층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미만 수준의 절대적 빈곤 가구이자 5인 이상 가구는 누진요금제로 165.7원의 전기를 사용하지만 최저생계비의 5배 이상의 고소득 1인 가구는 111.1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해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상실하고 에너지 복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방안으로 11.7배에 달하는 현행 누진율을 2~4배 수준으로 완화해 하위 구간의 요금을 인상하고 상위 구간의 요금 인하와 함께 대가족 요금할인 한도 폐지를 추진,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좌장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는 “최근 정부가 누진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장기적으로는 누진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과들과 누진제의 문제점에 대해 몸소 느끼고 있는 여러 참석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토론의 시작을 알렸다.

   
▲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투데이신문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는 “정부가 누진제 개선을 위해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은 태스크포스(TF)팀이 누구로 구성되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지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누진제 문제는 소수의 엘리트 공무원들끼리 결정할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와 중립적이고 실력 있는 전문가, 관계 기관 등으으로 TF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정부가 TF팀의 운영방식과, 활동시기 등과 관련한 내용을 빠르게 발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협동과정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이종수 교수는 “전기요금으로 복지를 실행한다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저소득층은 에너지 바우처 등을 통해 요금을 지원하고, 고소득층을 대상으로는 소득세와 같은 세제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 바우처는 동계 난방 에너지 복지 수단으로, 사실상 하계에 냉방과 관련된 복지수단은 크게 없다”며 “하계 에너지 복지 수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유 교수가 제안한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200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전력대란을 예로 들며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력시장의 왜곡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영탁 교수ⓒ투데이신문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영탁 교수는 “누진제 제도와 복지 제도가 동시에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며 “현재 6단계의 소비자가 11.7배 많이 내고 있는데 그걸 급격하게 낮출 경우, 낮은 단계 가구 중에 저소득이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등의 복지 제도를 동시에 겸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인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내고의 문제를 잠식시키기 위해서는 산업용, 주택용 등 용도별이 아닌 100볼트(V), 200볼트(V) 등 전압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끝으로 유 교수가 제안한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을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때 전기가격도 인하하는 가격 연동제는 유가가 낮아질 때, 떨어질 때 도입하는 것이 시기가 적절한데 지금이 바로 이를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김성수 교수는 “전기 사용에 따른 부과금액은 사용한 전기량에 따라 원가에 맞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이지 ‘전기세(세금)’가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때문에 상품처럼 원가에 근거해 요금이 부과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단계별로 11배까지 금액차가 발생하는 구조는 (원가에 근거해) 설명되지 않는다”며 전기요금에 여러 가지 정책적 요소가 작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를 최대한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박강수 회장은 현행 누진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앞선 토론자들과 달리 한전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박 회장은 “전기요금은 누진제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을 개혁해야 한다”며 “한전의 전기 생산과 판매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과 전기 생산원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주)소비자공공네트워크 이혜영 본부장ⓒ투데이신문

(주)소비자공공네트워크 이혜영 본부장은 “냉방기 사용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처음에 약 1000명을 밑돌았지만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약 2800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누진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왜 불만을 제기하는지, 무엇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높이는 지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답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고 불공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서민 중심의 요금제도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단체도 연대를 통해서 이번 전기요금제가 서민 중심의 요금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다”고 소비자를 위한 전기요금제 마련에 힘을 실었다.

한편 새누리당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해 약 15명으로 구성된 TF를 출범시켜 이번 주에 첫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TF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김시호 한국전력 부사장 등 정부 측 인사와 소비자단체,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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