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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투명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당의 노선과 규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나라, 그저 꿈에 불과한 걸까?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민참여 정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지난 2015년 9~12월까지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했다. ‘다수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그 시효가 다했으며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풀뿌리 정치 시스템이 그 대안이라는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이 책은 먼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민의를 보다 기민하고 투명하게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듣도 보도 못한’ 정당들을 소개한다. 이들 정당은 모두 시민의 힘으로, 아래로부터 일궈낸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새 정치’는 ‘새 인물’이 등장해 단박에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새 시스템’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혁신할 때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어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신생 플랫폼이 강조하는 것은 ‘정보공개’와 ‘공유’다. 공공데이터를 가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2차 생산물을 낼 수 있도록 ‘오픈소스’ 형식으로 공유한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알파고’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영국 에버딘 대학 사회학과의 플레셔 포미나야 교수는 ‘디지털기술과 민주주의’라는 강연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디지털기술이 민주적 참여 가능성을 높인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하는 변화이며 시민들 간의 면대면 접촉에 기반한 신뢰와 연대라는 사실이다.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들은 결국 세상은 끊임없이 성찰하는 ‘다수의 군중’에 의해 변화함을 보여준다. 정치 엘리트나 전문가가 독식하는 정치 공학이 아닌 토론과 공유로 이루어지는 예술로서의 정치,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듣도 보도 못한’ 세상, 그 유쾌한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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