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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해임건의안 처리, 여야 대치 정국 불가피
박 대통령 반발·새누리당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 소화
결국 여론이 가장 큰 문제, 여론의 향방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야당 단독 처리를 되면서 정국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해임건의안 처리는 부당하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여야의 대치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제 곧 국정감사가 있지만 여당의 의사일정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면서 국정감사가 야당 단독으로 실시되는 반쪽짜리 국정감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의혹들을 속속히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협치’를 기대하는 것은 ‘기대난망’이었을까. 사실상 협치가 끝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4월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협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결국 새누리당은 야당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정점에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지난 24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가 됐다. 새누리당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해임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야당 단독 처리는 의회 권력에 의한 폭거로 규정했다.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에 더 이상 끌려다니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만약 해임건의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하게 되면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에게 내어주는 꼴이 된다. 다시 말하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하고 새누리당은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것이다.

협치는 없다

문제는 국회에서 가결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거부했을 경우에 어떤 파국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국회 이후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사례는 5차례가 있는데 5차례 모두 대통령이 수용했거나 당사자가 자진사퇴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헌정사상 첫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이후의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이 됐기 때문에 야당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 새해 예산안 편성 및 각종 법률안 처리 등에 있어 상당한 파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국정감사는 야당 단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집권여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만약 여소야대 정국이 아니라 여대야소 정국이라면 집권여당이 전면보이콧을 했을 경우에는 국회가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일부 상임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민생을 팽개칠 수 없다면서 단독 국정감사 실시를 예고했다. 야당으로서는 국정감사가 박근혜정부의 실태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야당 단독으로라도 실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해임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집권여당의 국회 의사 일정 전면 보이콧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조를 이야기 해왔지만 선언적으로 끝난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공조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단독이라도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 야당은 최순실씨 등 17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비선실세에 의한 정권 말기 게이트를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정쟁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이미 사의를 표명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맹비난을 했다. 이처럼 여야가 격한 대치 상황에 놓여있다. 향후 국정감사가 파행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면 야당은 단독으로라도 향후 국회 의사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50조에 따르면 새누리당 당적 상임위원장이 위원회 일정을 거부하더라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간사, 국민의당 간사 순으로 상임위 의사봉을 쥘 수 있다. 즉,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 의사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 단독으로 국회 의사 일정이 진행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야당으로서는 집권여당을 다독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앞으로의 대처다. 사실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상황에 처했다.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격에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정감사장에서는 각종 의혹 제기가 난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 박근혜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공세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 있을 새해 예산안 심사와 각종 법률 처리에 있어 여당이 참여를 하지 않게 되면 야당이 이끄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론은 과연

가장 큰 문제는 여론이다. 집권여당이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는 사실은 여론을 상당히 차갑고 부정적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여당의 위치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의사일정을 보이콧한다면 오히려 민생을 팽개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여론의 향방이 중요하다. 의회 권력의 독단적 행동이었다는 비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집권여당의 몽니로 갈 것인지는 아직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만약 집권여당이 국회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새누리당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 일정에 결국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여당이나 야당이나 출구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야당에게 국회에 다시 돌아오게 할 명분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으로서는 해임건의안까지 처리를 했는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집권여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한다면 그 역시 명분이 서지 않게 된다. 따라서 물밑에서 서로 출구전략을 최대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명분이 과연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명분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국회 의사 일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여론이다.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국회가 정상화되느냐 아니면 파행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회가 정상화됐다고 해도 결국 파행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20대 첫 정기국회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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