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대선정국에서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은무엇인가

   
▲ ⓒ뉴시스

김재수 해임건의안 과정에서 나타난 분열의 모습
내년 대선 앞두고 하나된 목소리 나오지 않고 있어

제3지대론·호남 대권론·야권통합론의 목소리 나와
자칫하면 국민의당은 분열의 속으로 휘말릴 수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상당한 득을 얻었다고 정치권은 판단하고 이다. 왜냐하면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만큼 국민의당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 측면도 있다. 국민의당이 내재하고 있는 모습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국민의당이 상당한 딜레마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있어 가장 수혜받은 정당은 국민의당이다. 야권 공조를 확인하고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가결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차원에서 국민의당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국민의당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향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국민의당의 딜레마를 보여주기도 한다. 국민의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반대에 중지를 모을거라고 대부분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버렸다. 이로 인해 야권은 상당한 당혹감에 휩싸였다. 자칫하면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과도한 처사라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나의 사안을 갖고 다른 의견을 보여준 것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을 통해 “38석의 국민의당으로서는 몇분의 의원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밀고 나갈 경우 당의 균열이 생긴다”며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와 숙의·가결시키기로 합의하고 각각 의원들을 설득키로 했다”고 과정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의 어려움

국민의당은 여러 정체성을 갖춘 여러 정파가 모인 정당이다. 진보적인 인사가 있는가 하면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가 있다. 정체성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각 사안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기는 상당히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에 보수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진보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따라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는 쉽다. 반면 국민의당은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녹녹치 않다. 더욱이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 파문이 불거지면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온 후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당을 장악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지원 사당이냐"라면서 박지원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박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목소리는 둘로

다르게 본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론 일치에 계속 잡음이 흘러나오면 앞으로도 혼란에 혼란을 거듭할 수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내년 대선을 위해 친박-친문이 아닌 세력이 제3 중립지대에서 만나 제3의 후보를 내자는 것이 제3지대론을 화두로 삼고 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모든 대권 주자가 당적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선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초에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나 정운찬 전 총리 등에게 국민의당에 들어와서 대선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지만 이것이 먹혀들어가지 않으면서 제3지대론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제3지대론을 거론한 것은 거꾸로 이야기를 하면 국민의당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기득권을 버린다는 것은 호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 후보를 내자는 것은 호남을 버리고 새로운 대권 주자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은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3지대론에 맞서 호남 대권 주자를 만들자고 하는 것도 이런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호남 인사를 대권 주자로 만들지 못하면 국민의당 존재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3지대론은 자칫하면 호남을 내년 대선 정국에서 들러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게 호남 인사들의 판단이다. 호남이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3 지대론이 되면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결국 호남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 중심으로 호남 대선 주자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 대선 전략은

하지만 제3지대론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도 만만찮다. 다시 말해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 전략을 두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국민의당은 제3지대론이나 호남 대권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즉,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는 야권통합론도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만약 호남 민심이 야권통합론으로 기울어진다면 국민의당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즉, 국민의당은 내년 대선 전략을 놓고 의견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국민의당에게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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