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 국회, 국민이 눈 떠야

   
▲ 정세균 국회의장 ⓒ뉴시스

의장직 사퇴 요구 단식 농성, 일주일째 이어져
직권남용 형사고소에 이어 망신주기 의혹 제기

정세균 부인까지 건드리며 대대적인 공세 펼쳐
정세균측, 치졸한 공격으로 판단하며 정국 꼬여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이전투구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국민에게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법적 조치는 물론 폭로전까지 이어지면서 깊은 한숨을 쉬게 만들고 있다. 꼬여가는 정국이 풀릴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퇴로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망할 판국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대강 대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진흙탕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에 들어간지 일주일을 훨씬 넘겼다. 단식농성이 해제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에 대해 형사고발은 물론 폭로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새누리당과 협의가 없이 차수변경을 진행한 것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소를 한 것이다. 국회법에는 차수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여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이에 따라 정세균 의장이 직권남용으로 차수변경을 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세균 의장 측은 국회법에 따라 차수변경에 대해 통보를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국회 의사처에 이미 물어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차수변경을 한 것이라면서 한 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분노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형사고발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의장은 소속이 없다. 또한 국가 서열 2위이다. 아울러 여야 모두를 대표하기 때문에 가급적 국회의장이 잘못을 하더라도 한쪽 정당이 형사고소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고소를 한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명분 쌓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의장 측이 앞서 언급한 대로 의사처에 물어보고 난 후에 차수변경을 했기 때문에 정세균 의장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 측의 말대로라면 결국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형사고소한다고 해도 과연 기소까지 갈 수 있을지도 문제이고, 기소에 간다고 해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있겠느냐도 문제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심을 대상으로 정세균 의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해 새누리당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정세균 의장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서 망신주기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행위를 할 때 검찰에 고발을 함으로써 자신의 명분을 쌓고 상대의 망신을 주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또한 그로 인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경우도 봐왔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형사고소를 통해 얻을 것은 얻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제는 정세균 의장이다. 정세균 의장은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에 돌입했을 당시만 해도 정치적으로 풀려고 했다. 하지만 형사고소에 들어가면서 정세균 의장이 대노했다고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을 법적으로 풀려고 하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정세균 의장은 새누리당이 고소를 취하하고 자신에게 가해졌던 맹비난에 대해 사과를 해야만 정국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이 상당히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향해 ‘정세균씨’ 혹은 ‘정세균 의원’ 등으로 불렀다는 것에 대해 감정이 상당히 상했다고 한다. 정세균 의장으로서는 새누리당이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것은 용납하겠지만 예의가 없고 더티한 공세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역대 야당들도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을 향해 ‘XXX씨’ 등으로 부른 일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새누리당의 발언은 정세균 의장의 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뉴시스

화낸 이유는

더욱이 정세균 의장의 감정을 건드린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 공관으로 몰려가서 면담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면담을 거부했다고 기자들을 향해 항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의장 공관으로 몰려가서 면담을 요청하는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만나달라고 면담 요청을 한 사실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감정적으로 상당히 상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세균 의장에 대한 비판의 현수막을 전국적으로 걸었다는 것에 대해 정세균 의장으로서는 감정적으로 많이 악화됐다.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정치적 도의를 넘어 거의 욕설과도 같은 맹비난을 가하는 것에 대해 정세균 의장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의 감정을 건드린 결정적인 것은 바로 부인까지 건드렸다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이 지난 추석 미국 방문 때 국회 예산으로 부인의 여행 경비와 교민들에게 나눠줄 시계를 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3당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석을 탔지만 정세균 의장의 부인은 일등석을 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가 서열 2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인을 동반해서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다. 또한 교민들에게 시계를 선물하는 것도 국회의장으로서 당연히 해왔던 관례이다. 때문에 정세균 의장으로서는 새누리당의 이런 공격은 그야말로 치졸한 공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정세균 의장 부인이 ‘황제 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꺼내들었다. 정세균 의장 부인이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쇼핑을 할 수 있는 VIP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급 백화점에서 한해 수천마원어치 쇼핑을 할 정도로 씀씀이가 큰 것인지 정세균 의장이 답을 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은 주장했다. 하지만 그 VIP카드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카드도 아니고,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오히려 치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세균 의장 부인이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고 하면 공격을 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VIP 카드를 갖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각종 의혹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공방이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돌파구는 과연

이로 인해 정국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정세균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 자체도 꼬이게 만들었고, 그 이후 형사고소와 각종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가 퇴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세균 의장으로서는 유감 표명을 하고 싶어도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대적으로 망신을 줌으로써 오히려 퇴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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