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일무이한 재벌평론가 ‘재벌 3세’ 저자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재벌 3세 경영시대 열렸다…경영권 승계 작업 ‘한창’
이부진·이미경·구지은…재벌가 딸들 경영 참여 늘어난다
한국 사회, ‘온실 속 화초’ 재벌 3세 승계에 대해 ‘부정적’
세습경영, 재벌 3세가 마지막…점차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오래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재벌 3세를 맡은 현빈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 두 마디만 외치면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또한 일보다 사랑에 미친 현빈은 회의 중에 하지원 생각에 빠지고 회사 일은 뒤로한 채 하지원만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인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재벌들의 부와 권력, 그리고 문화를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단정 짓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로 치부해버리기엔 그들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거 한보그룹과 대우그룹이 부도났을 때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협력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이처럼 재벌의 위기는 곧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뒷짐 지고 그들의 움직임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재벌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3세 승계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벌 2세를 넘어 3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룹의 토대를 마련한 창업주, 이어받아 그룹을 거대하게 키운 2세에 이어 이제 3세에게 그룹의 경영권이 넘어가고 있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누구도 재벌 3세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이라도 하듯 묵묵히 재벌 이야기를 분석해온 이가 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재별 평론가이자 30년 넘게 재벌을 파고든 한국재벌정책연구원 홍성추 원장이다. 그는 최근 그간 연구해온 재벌의 이야기를 담아 ‘재벌 3세’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에 <투데이신문>에서는 그를 만나 재벌 3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Q. 재벌 이야기 중에서도 ‘재벌 3세’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몇 년 전부터 그룹의 주력 사업을 맡으며 경영 전면으로 나서는 재벌 3세들이 많아졌다. 경영권이 재벌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작업 또한 한창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창업주의 자손들은 대주주로서 지분만 갖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의 재벌은 창업주의 2세, 3세가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벌 3세가 기업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재벌 3세는 어릴 때부터 재벌가 자재로서 권리는 누리고 자라지만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재벌 3세들이 그룹의 총수가 될 텐데 이들이 그룹의 오너가 됐을 때 지금과도 같은, 혹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재벌 3세들이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재벌 3세가 어떻게 기업을 이끄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가 고통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문제는 없나 진단하고자 책을 발간하게 됐다.

Q. 언론인 활동을 하며 재벌 분야에 집중했다고 들었다. 재벌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 1988년부터 기자 일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하나의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불과 몇십 년 사이에 다양한 업종의 사업군으로 진출하면서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기업 하나가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릴 만큼 커진 데에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했던 시대적 상황이 한 몫을 했다. 또한 정부 주도형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사업의 태동부터 성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영향도 크다. 1990년 서울신문에서 일할 당시 ‘화제의 창업주’를 연재하면서 많은 창업주들을 만났다. 그 때 본격적으로 재벌 취재를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Q. 이제는 재벌 2세를 넘어 재벌 3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몇 년 전부터 국내 그룹들이 거의 대부분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를 시작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자산 기준) 중 총수와 3세가 있는 25개 그룹의 승계율은 평균 41.7%이다. 그중 사실상 승계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인 기업은 삼성그룹, GS그룹, 두산그룹, 신세계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효성그룹, 동국제강그룹 등이며 이 중에서 GS그룹과 두산그룹은 4세에 해당된다. 아직 승계가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가하고 있거나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그룹도 많다.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LS그룹, 금호그룹, 대림그룹, 현대그룹, OCI, 영풍그룹 등이 진행 중이다. 결론적으로 승계 가능한 환경에 있는 재벌가에서 대물림을 준비하지 않은 그룹은 한 곳도 없다.

Q. 재벌 3세 중에 가장 경영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꼽아주신다면.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등이 재벌 3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긴 하지만 누가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고 쉽사리 말하기는 어렵다. 재벌 3세들이 이제 막 경영을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누가 실력이 제일 낫다고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 지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Q. 재벌 3세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꼽힌다. 최근 이재용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실패로 7조에 이르는 적자를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가 이끄는 삼성그룹의 미래는 어떨까.

: 이재용 부회장은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2세대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갑자기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전권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그룹 경영 전반은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편법승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됐지만 이 부회장은 현재 자신만의 경영전략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용주의 경영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증권을 방문해 격려했고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 사태 때에는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보통 재벌 총수들이 그런 자리에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사업으로는 기업의 인수합병과 비핵심사업의 과감한 정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신사업 추진에도 열정을 갖고 있다. 삼성은 새로운 사업으로 자동차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사업은 기업의 미래를 이끌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부회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은 삼성이라는 시스템이다. 삼성은 세계적인 회사다.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에 오너가 경영을 잘못할 때를 대비한 계획이 짜여있고 전문가들이 철저히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혼자 기업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삼성이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앞으로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Q. 재벌 3세부터는 딸들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주목할 만한 여성 재벌 3세 경영인은 누가 있나.

: 재벌 2세까지만 하더라도 딸들은 경영과 상관없는 미대나 음대를 보내고 결혼할 때가 되면 정해둔 집안으로 시집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재벌 3세부터는 딸들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부모들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딸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 여성 재벌 3세 경영인 중 가장 큰 주목과 기대를 받는 사람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외모는 물론 성격과 경영 스타일까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부진의 법칙’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신만의 위기 관리능력과 창의적인 경영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람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녀인 이 부회장은 일찍부터 경영에 참여해 영화, 방송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경영학을 공부한 재벌가 딸로는 아워홈 구지은 전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보스턴 대학교 석사과정을 마치고 삼성 인력개발원, 왓슨 와이어트 코리아 수석 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아워홈에 입사했다. 보수적인 가풍으로 유명한 LG그룹이 여성을 경영인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만 봐도 구 전 부사장의 능력이 상당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Q. 유달리 재벌 3세들은 어렸을 때부터 유학을 가는 ‘유학파’들이 많다. 힘들게 창업을 한 1세와 그를 옆에서 도운 2세와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고 하는데 그 코스가 어떻게 되나.

: 재벌가에는 ‘이재용 코스’로 불리는 정통 엘리트 교육 코스가 있다. 경기초등학교, 서울대학교,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경영대학원,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이는 재벌가에서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코스로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학력 관리라고 일컬어진다. 재벌 3세들의 학력은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관리된다. 재벌 3세들에게는 대학만큼 어느 초등학교를 나왔는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학습 환경이나 시설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답은 ‘인맥 관리’에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맺어진 인연이 훗날 화려한 인맥으로 빛을 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Q. 어렸을 때부터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 유학을 갔다 오고 전문가들에게 경영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경영을 잘 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내놓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도 결론은 필드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경영 수업을 많이 받지 못했다. 1981년 한화그룹 창업주인 김종희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이른 나이에 재벌 총수로 재계에 등장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대보단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실전에 강한 경영인이었다. 취임 이듬해인 1982년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과 경인에너지 인수를 감행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김승연 회장은 대주주들을 설득해 인수를 밀어 붙였다. 이후의 경영 행보에서도 김승연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처럼 경영 수업과 경영 능력은 별개이며 경영을 잘 할지 아닐지는 결국 필드에 나가 봐야 알 수 있다.

Q. 삼성가 자녀와 평사원의 결혼으로 화제가 됐던 임우재씨와 이부진 사장이 이혼 진행 중이고 SK 최태원 회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아내와의 관계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신문사에 보내기도 하는 등 재벌이 옛날과 달리 이혼, 재혼 등을 사적인 일로 치부하고 있다. 이런 일이 정말 개인적인 일로 끝날 수 있는 것인가. 기업에 미치는 리스크는 없을까.

: 창업자나 재벌 2세 때에는 이혼은 금기사항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3세에 이르러서는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창업주의 경우 ‘두 집 살림을 하더라도 이혼은 하지 않는다’라며 조강지처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있었지만 2세, 3세로 넘어가면서 그 불문율이 깨지고 이혼과 재혼은 경영과는 다른 개인사라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회장은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였던 사람과 살림을 차리고 생활했고 본부인 역시 이를 알고 감내하고 살았다. 그러다 몇 년 전 정식으로 이혼하고 사실혼 관계였던 부인과 재혼했다.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과 동아그룹 최원석 전 회장도 이혼을 하고 재혼했다. 이처럼 재벌가에 이혼이나 재혼이 늘어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적인 일은 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Q. 온실 속 화초로 자라난 재벌 3세들이 그룹 총수가 됐을 때 2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 그룹을 창업한 1세대나 그 옆에서 아버지의 피눈물 나는 고생을 지켜보며 함께 창업과정을 도운 2세와 달리 재벌 3세는 비교적 쉽게 자리에 오른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부는 과할 만큼 축적돼 있고 그룹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마냥 우뚝 서 있는 상태다. 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유학을 다녔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경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30세 전후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아버지의 그룹에 차장이나 부장으로 입사해 몇 년이 지나면 임원급인 전무로 승진한다. 또한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다.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되고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 말을 해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한다. 이런 재벌 3세가 그룹의 총수가 됐을 때 그룹이 지금과 같은, 아니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Q. 그래서 그런지 재벌 3세의 경영 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 그룹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한 그룹이 휘청하면 그 아래에 있는 협력 기업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 즉, 재벌 3세가 어떻게 기업을 이끌고 경영하는가에 따라 한국 전체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재벌 3세가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 것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경제를 지키는 일이고, 재벌 기업과 그 협력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삶을 지키는 방법이다.

Q. 이러한 시선을 바꾸기 위해 재벌 3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 답은 간단하다. 재벌 3세들이 그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 보이면 된다. 기업 승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냉혹한 평가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합격점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기업을 승계했다고 할 수 있다.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씨가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전무가 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장남 오리콤 박서원 부사장을 전무로 올리고 새롭게 진출한 면세점사업을 맡겼다.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기업의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순간 그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2014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은 현대중공업을 정기선 전무가 어떻게 살려낼까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 박서원 전무는 두산그룹이 전략적으로 새롭게 시작한 면세점사업을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 이들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3세 경영인으로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 좌측부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사진ⓒ뉴시스

Q. “정권은 유한해도 재벌은 무한하다”라는 말이 있다. 늙어 죽을 때까지 회장 자리를 독점한 채 아들·딸들에게 회장 또는 부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재벌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 다른 나라의 경우 창업주의 2세, 3세로 내려가면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한다. 창업자의 자손들은 대주주로서 지분만 갖고 있을 뿐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의 재벌은 창업자의 후손들이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외국에도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가문은 많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도 우리나라보다 외국이 훨씬 많다. 하지만 유독 재벌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유는 대(代)를 이어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는 독특한 경영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세습경영은 재벌 3세까지가 마지막이라고 본다. 재벌 3세의 아들들은 경영권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다. 점차 우리나라 기업들도 세계적인 다른 기업들처럼 재벌들은 대주주로서 배당을 받고 회사는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어 가는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Q. 재벌 3세들이 이끄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아직은 미완이기 때문에 속단하기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재벌 3세들의 경영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에 3세의 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재벌 3세 중에서도 도전정신으로 성과를 내는 인재들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사소해 보이는 것도 경제를 흔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인 혼란까지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3세들의 진정한 자질을 알아야 한다. 자질이 부족한 자식들을 위해 아버지인 현재 회장들은 그동안 자식들의 학벌을 세탁하고 자식들을 위한 계열사를 만들어서 일감을 몰아줬다. 또 경제 발전을 위한 사업이 아닌 일반인들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한 사업으로 손쉽게 자식들의 안전한 경영을 보장해줬다. 그러나 기업은 작은 가게와 다르다. 잘못된 결정으로 우리 경제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기업인이 될 각오를 가진 3세들만이 경영을 해야 한다. 진정한 기업인 자질을 가진, 경영 능력이 뛰어난 재벌 3세들이 한눈팔지 않고 경영에 매진함과 동시에 언론이나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그들을 잘 감시하고 견제한다면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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