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4일 군내 가혹행위 고발 긴급 기자회견 열려

   
▲ 군인권센터 김형남 간사(좌),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우)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故 윤 일병 사건’이 있은 지 불과 2년 만에 군 내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병영문화혁신 실패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았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6사단 GP 구타가혹행위 사망사건’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지난 2월 7일 새벽 4시경, 철원의 전방 GP에서 박모(21) 일병은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자신의 턱을 겨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일병의 죽음 뒤에는 선임병들의 폭력과 가혹행위가 원인으로 작용했음이 밝혀졌다.

2014년 9월, 선임병 유모(21) 병장은 근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개머리판으로 박 일병을 내려쳤고 선임들의 빨래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며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해당 부대의 간부가 CCTV를 통해 목격했지만 유 병장에게 내려진 처분은 고작 GP 철수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월에도 박 일병을 향한 선임병들의 욕설과 폭력은 계속됐다. 심지어는 박 일병의 어머니와 누나를 성적 대상화하는 패륜적인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남북대치 국면에서 추가된 화력대기 근무도 전부 박 일병의 몫이었다. 

조사 결과 6사단 GP의 이러한 악습은 대물림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들 역시 박 일병과 마찬가지로 과거 군 내 가혹행위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군 내 제반 여건이 올바르게 작동되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실제 박 일병은 신병 전입 후 병력을 관리하는 담당 행정보급관과의 면담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동일 부대 내에서 해당 GP에서만 병영부조리에 관한 설문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이번 가혹행위의 주범이었던 제모(21) 상병, 김모(20) 상병, 임모(20) 일병이 5군단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직 젊고 전과가 없으며 범행을 인정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1심 재판 이후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군이 주선한 자리에서 피해자 어머니의 반성문 요구에 가해자와 그 가족들이 이를 거절한 점을 미뤄 볼 때 양형 이유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군 검찰의 항소로 전역한 제 병장은 부산고등법원에서, 김 일병과 임 일병은 고등군사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초 폭행 가해자인 유 병장은 전역 이후 인천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심 재판이 시작되자 가해자 측은 법정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지난 11월이 돼서야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투데이신문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며 “관할 법원은 가해자 전원에게 마땅한 실형을 선고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줘야 하며 특히 군사법원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한 “병영문화혁신을 공수표로 만든 박근혜 정부는 2015년부터 최순실표 국방정책으로 의심되는 개념도 목표도 불분명한 창조국방에만 매달렸다”며 “군사법원이 폐지됐다면 이런 비상식적인 판결은 없었을 것이며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해 군의 인권 실태를 전수조사 할 수 있었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박근혜 정부의 병영문화혁신 실패에 분노를 표했다.

끝으로 “억울한 박 일병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실형 선고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계속되는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과 평시 군사법원 폐지, 최전방 근무 여건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거짓말로 가득 찬 공수표만 발행해온 국군 최고 통수권자에게 더 이상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리 아들, 딸의 생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故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으로 병영 악습의 적폐를 끊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이 군 내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군인권보호관 제도’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는 외부인사가 군을 감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고 결국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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