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현장 ⓒ뉴시스

정운호 도박에서 시작한 사건, 탄핵으로 이어져
사건 곳곳에서 최순실 게이트 의혹 보였었다

탄핵까지 이어진 1년, 숨 가쁘게 이어져
탄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황

화장품회사 대표의 도박 사건이 터질 때만해도 아무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만약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이 없었다면 아마도 탄핵까지 이르지는 못했을 수 있다. 한 사람의 도박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수많은 부패의 연결고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오면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나비가 날개 짓 하나로 폭풍이 분 형국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올해 초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이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이처럼 온 나라가 시끄럽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를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미 한 차례 도박 사건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까지 받았던 정운호 전 대표가 지난해 100억 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았다. 1차 수사 때 이미 무혐의를 경험한 정운호 전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자신이 구속되지 않는 조건으로 착수금 20억 원과 성공보수 30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운호 전 대표는 구속됐다. 이에 정운호 전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20억 원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고, 최유정 변호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발생했고,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전 대표를 폭행죄로 고소했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변호사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변론행위치고는 과다한 착수금을 받았다는 비난이 일자 최유정 변호사는 착수금을 다른 변호사와 나눠먹었다고 실토를 했고, 그 과정에서 홍만표 변호사가 세상에 공개됐다. 최유정 변호사와 홍만표 변호사는 비리, 탈세,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도박이 뭐기에

정운호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은 롯데그룹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정운호 전 대표가 롯데 면세점에 입점할 때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언론들은 고위공직자 재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재산이 120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됐다. 검사장 신분으로 거액의 재산이 형성된 것에 대해 언론들은 맹비난하기 시작했고, 진경준 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사서 대박 났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언론들은 ‘하늘의 별따기’인 넥슨 주식 매입을 어떻게 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그 과정에서 넥슨 김정주 회장이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4억 원을 공짜로 줬고, 그 돈으로 넥슨 주식을 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진경준 전 검사장은 사퇴를 했고, 구속됐다.

한편 조선일보는 넥슨 뒤를 파다보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땅과 관련된 의혹을 포착했다. 넥슨이 2011년 3월 우병우 수석 처가 소유 땅을 1325억 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2012년 7월 넥슨은 부동산 개발회사에 땅을 매각했다. 이에 넥슨이 우병우 전 수석의 처가 땅이기 때문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 전 수석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와대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다면서 특별감찰관 제도를 발동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청와대는 ‘국기문란’이라면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고발했다. 그러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의혹을 수사해달라면서 검찰에 의뢰했다.

우병우로 나타난 최순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조선일보를 향해 ‘부패한 기득권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최초로 보도를 했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은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에만 집중됐다. 한편, 언론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이미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 먼저 보도한 조선일보 대신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한겨레신문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에 최태민 씨의 딸 최순실 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사건의 파장은 커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청와대의 압박으로 전경련이 8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전경련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한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언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그리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주도했다는 의혹을 언론에서 제기했다. 또한 국정감사 기간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특혜 학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어 부실 리포트 등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에서의 특혜 학점에 대한 각종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JTBC는 고영태 씨 제보를 바탕으로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는 봉건시대에서나 있는 일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국회 대국민연설에서 개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JTBC는 최순실 씨가 태블릿PC를 통해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등의 의혹 보도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1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 씨가 청와대 보좌진이 갖춰지기 전에 연설문 및 홍보 일부를 수정해줬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성난 민심이 술렁였다.10월 29일 광화문광장에 촛불집회가 열렸다. 1차 촛불집회 다음날인 10월 31일 최순실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최순실 씨 최측근인 고영태 씨 역시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월 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을 했고, 11월 4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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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박 대통령 깨워

박 대통령은 11월 4일 최순실 씨 국정농단과 관련해서 2차 대국민담화를 했다. 이 대국민담화에서 그 유명한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담화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결국 11월 5일 20만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 다음날인 6일 가족회사 ‘정강’ 공금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11월 8일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서 국회가 총리를 인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월 8일 최순실 씨 최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입국을 했고, 곧바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 주 주말인 1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100만 명이나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박 대통령은 법률대리인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임명했고, 지난 11월 1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유영하 변호사는 변론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검찰 조사를 당분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1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225, 찬성 210, 반대 4, 기권11로 통과됐다.

그 이후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1월 20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간수사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일괄 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 3명과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8일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긴급체포됐다. 최순실 씨 언니인 최순득 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긴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야3당은 탄핵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탄핵 추진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 12월 1일 탄핵안을 발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비박계의 협조가 없으면 탄핵이 어렵다면서 2일 가결 대신 9일 가결을 내세우면서 발의를 거부했다.

그러자 촛불민심은 성난 횃불이 되었다. 마침내 12월 3일 232만 명의 함성이 광화문에 울려 퍼졌다. 횃불민심은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 퇴진”을 강하게 외쳤다. 역대 최다 인원이라는 기록을 남긴 촛불집회는 연행자가 한명도 없는 등 평화시위를 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사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지난 6~7일 열렸다. 대기업 총수 및 관련자들이 청문회장을 나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8일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9일에는 234표라는 압도적인 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겨진 상태다.

이처럼 도박에서 시작한 사건이 부패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면서 결국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그 어느 때보다 2016년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가장 다이내믹한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