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 <라이프트렌드 2017: 적당한불편> 저자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투데이신문

내년 키워드 ‘적당한 불편’… 불편 택하는 시대
지속적 관찰로 트렌드 예견… 적중률 99.9%

라이프 트렌드에 민감해지는 사람 늘어나
소비 트렌드, 기업에만 이득 될 뿐 몰라도 무관

연령 아닌 경제력 따라 사회적 태도 바뀌어
모두 잘 살기 위한 ‘자발적 가난’ 떠오를 것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2013년부터 연말이 다가오면 매년 새로운 내용과 함께 등장하는 책이 하나 있다. <라이프 트렌드>다. 다음 해 라이프 트렌드를 미리 점쳐볼 수 있어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트렌드 전망서로 꼽히고 있는 책이다.

<라이프 트렌드> 저자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는 매년 초 다음 해 라이프 트렌드를 글로 담아낸다.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이기도 한 그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GS, CJ, SK 등 주요 대기업 등에서 비즈니스 워크숍을 수행한 이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내놓으며 ‘트렌드 읽어 주는 남자’로 불리고 있다. 그가 내놓은 시리즈의 키워드는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2013), ‘그녀의 작은 사치’(2014), ‘가면을 쓴 사람들’(2015), ‘그들의 은밀한 취향’(2016) 등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더 멋진 내년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의무감으로 읽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새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스러워 읽기도 한다.

그런데 김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두고 트렌드를 단정 짓는 답안지가 아니라,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 담긴 문제지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향후 트렌드에 대한 호기심을 마침표 찍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호기심이 자극되기를 기대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올 연말 출간된 라이프 트렌드 2017의 주요 키워드는 ‘적당한 불편’이다. 책에서는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그가 말하는 적당한 불편이란 무엇이며 과연 그는 어떤 기준으로 라이프 트렌드를 점치는 것일까. 또 라이프 트렌드를 미리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3일 김 소장과 만나 이에 대한 답과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 라이프 트렌드를 소개하는 이유

Q. <라이프 트렌드>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트렌드 서적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처음 책을 쓸 때는 이미 출간된 대부분의 서적이 소비 트렌드를 다룬 책이었다. 그 가운데 라이프 트렌드를 다룬 내 책이 출간된 것이다. 그런데 꾸준하게 <라이프 트렌드>가 사랑받는 걸 보면 기쁘게도 사람들이 소비 외의 트렌드에도 관심을 높이는 것 같아 감사하다.

Q. 어떤 계기로 책을 펴내게 된 것인가.

사람들에게 소비 트렌드 외의 여러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한국 사람들은 삶의 이유가 마치 소비를 위해서인 것처럼 매일같이 무엇을 살지 고민할 정도로 유독 소비 트렌드에만 관심이 많다. 하지만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은 기업에만 이득이 될 뿐 우리는 몰라도 무관하다.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트렌드는 산업 트렌드 등이다. 어떤 산업이 망하고 또 어떤 산업이 흥할지 알아야 내가 다니는 회사가 건재할지,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점을 알아야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Q. 트렌드란 무엇인가.

흐름이다. 사람들이 갖고 있던 욕망의 흐름를 우리는 트렌드라고 칭한다. 그런데 흐름이 형성되려면 이전에 없었던 특이하고 신기한 것이 사회에 등장했을 때 이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두 달 만에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특이하고 신기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조차 없으니 당연히 흐름은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흐름은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과는 다르다.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어야 흐름으로 보고, 이를 곧 트렌드라고 한다.

Q. 그렇다면 트렌드가 아님에도 현재 우리가 트렌드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 있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의해 마치 트렌드인 것처럼 조작된 것을 실제 트렌드라고 우리는 인식할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미니스커트가 그 예다. ‘불황 때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말이 있다. 한 마초적인 저널리스트에 따르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경제주체인 남자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려고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성희롱적 발언인가. 미니스커트가 생긴 이래 미니스커트가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불황 때만 유행을 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미니스커트는 인기를 끌었다. 불황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말은 패션회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나온 말일뿐 트렌드가 아니다. ‘불황 때 소주가 잘 팔린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결코 불황이어서 소주가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말을 받아들여 실제 트렌드라고 인식한다.

Q, 트렌드, 어떻게 예견하는 것인가.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다. <라이프 트렌드>에 담은 2017년 트렌드는 2016년 1월에 정했고, 2018년 트렌드는 지금 웬만큼 써 놨다. 이처럼 미리 정해둘 수 있는 것은 트렌드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한다면 명확하게 예견할 수 있어서다. 트렌드는 곧 사람의 욕망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어느 해 갑자기 새롭게 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요인 중 하나인 인구 변화 역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1년 만에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앞서서 고령화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가 형성될지, 어떤 변화가 생길지 시기를 알 수 있다.

Q. 어떤 기준으로 메인 키워드를 정하는 것인가.

어떤 트렌드에 대한 치수를 보고 우선순위를 가리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책을 통해 소개해왔다. 기업에 득이 되는 트렌드와 사회 전체적으로 득이 되는 트렌드가 있을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득이 되는 트렌드를 소개해 온 것이다. 기업에 득이 되는 트렌드는 한 특정 기업이 돈 더 버는 것으로 끝나게 되지만 사회에 득이 되는 트렌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자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트렌드 분석가로서 트렌드를 100%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사회에 득이 되는 트렌드를 부각시켜 트렌드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적당히 불편해진 우리들의 삶

Q. ‘적당한 불편’을 올해 키워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다. 편리함을 추구하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 편리함 때문에 사람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 예가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모든 기업은 사람을 편리하게 해 주는 대가로 장사를 했는데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서 편리함만 추구하다가는 큰일을 당하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따라서 번거롭고 귀찮고 돈이 더 들더라도 사람들은 직접 샴푸 등 화학제품을 만들어 쓰고, 직접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먹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세계에는 10만종의 화학물질이 있고 그 중 3만 5000여종이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중 검증 안 된 화학물질이 85%다. 화학물질은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안전 여부를 알 수 있는 게 많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사서 쓰는 게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는 맹목적인 소비에서 사람들은 벗어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소비 태도는 이전부터 선진국에서 이뤄져 왔는데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도 여기에 눈을 뜰 정도가 됐다고 판단돼 ‘적당한 불편’을 올해 키워드로 정한 것이다.

Q.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가.

불편한 것과 적당히 불편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적당한 고통은 쾌락이 될 수 있듯, 적당한 불편도 새로운 즐거움이자 성취가 될 수 있다. 그 예가 DIY(Do It Yourself) 제품이다. 직접 조립해야 하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지만 가성비가 높고 조립의 재미와 내 손으로 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느낌이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있다. 이와 같이 불편하지만 재미 등 의미를 가져다준다면 적당한 불편이라고 볼 수 있다.

Q. ‘적당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삶의 가치다. 지금까지는 나의 편리를 위해 세상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물건을 많이 사면 인생도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많이 사고, 비싼 물건을 산 후 남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맹목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 적당한 불편을 통해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수 있다.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투데이신문

● 어제와 다른 오늘… 진화하는 욕망

Q. 책에는 기성세대와 2030세대가 각각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고 소개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성세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2030세대는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이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는 당연히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적 풍요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대학 졸업하면 취직하기 수월했고 결혼에 대한 반감이 없으니 배우자도 잘 생겼고, 단칸방에서 시작하더라도 모두가 다 어려운 상태에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보다 훨씬 여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2030세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나 하나도 먹고 살기 힘든데 둘이 살면 더 힘들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기성세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쉽게 하려 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바뀌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사실 기성시대 때도 먹고살기 힘들지 않았나. 하지만 기성세대의 경우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오늘보다는 내일은 우선시했고 지금의 2030세대는 내일을 포기하는 대신 오늘을 산다. 우린 지금 오늘에 가장 집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Q. 2030세대의 태도가 바뀌면서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가족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핏줄로 만들어진 가족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더라도 자식 때문에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가족 형태는 ‘핏줄이 뭐 중요해? 코드가 맞는 게 더 중요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과 얼마나 맞는 사람인지가 중점이 돼 이뤄진다. 핏줄 안 섞여도 한 곳에 모여 서로 의지하며 살면 이는 가족이라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핏줄이 섞인 가족이라도 오히려 친구보다 가족이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형제간 금전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원수처럼 지내는 가족이 많은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양이와 살고, 핏줄 안 섞인 여러 사람이 한 집에 모여 살고, 자식 없이 남녀만 사는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Q.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수많은 젊은 세대가 기업에 속해있다. 혹시 20대 젊은 층으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기업 문화 트렌드가 있나.

수평적 조직문화는 젊은 세대들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기업 문화다. 20대들이 입사 후 제일 많이 겪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회사 내 권위자들과 업무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다. 사실 신입사원과 부장이 계급장 떼고 업무 능력만 본다면 신입사원이 월등할 때가 많다. 소비자들도 바뀌고 세상도 날로 바뀌고 있어 옛날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 도태된다. 그런데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신입사원들의 의견은 뒤로 미룬 채 나이, 직급 등을 앞세워 자신들의 뜻대로 하려고 한다. 결국 이에 불편함을 느낀 젊은 사람들은 퇴사를 요구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골치를 앓는다. 회사 내 역할이 사라진 사람은 회사를 안 나가려고 버티고, 한창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은 회사를 나가겠다고 하니 고민되지 않겠냐.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모든 직원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뜻을 말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한다. 미국, 중국 등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했다. 여러 의견 중 가장 좋은 의견을 찾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 역시 수평적 직급 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Q. 여러 트렌드를 두고 어떤 트렌드가 가장 나은지 평가를 하기도 하나.

그런 일은 없다. 트렌드에 대해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는 기준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변하는 것이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지금 20대들을 그대로 타임머신에 태워 30년 전 상황에 처하게 하면 지금 기성세대와 거의 똑같이 살 것이다.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투데이신문

● 라이프 트렌드에 민감해진 시대

Q. 트렌드는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습 흡수력이 높은 젊은 층이 빠르게 받아들이나.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소비 여력이 비슷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문화에 관대한 젊은 층이 더 트렌드를 많이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나이와 상관없이 경제력이 트렌드 확산에 제일 큰 역할을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돈이 필요한데 지금의 젊은 층은 경제적으로 풍요하지 않아 절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관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가장 많이 받아들였던 세대는 1990년대 20대로 이들은 곧 X세대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1990년대 초‧중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부모님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부모님도 궁핍하고, 애들도 궁핍하다. 취직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트렌드 확산에 연령대가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Q. 자식들 다 키우고, 직장에서도 은퇴한 60대의 라이프 트렌드는 무엇인가.

그동안에는 각 나이대별로 갖고 있는 관성이 있어 60대면 인생이 끝났다고 보고 퇴직 이후 새로운 것을 벌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60대는 ‘내 인생은 아직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위한 인생을 살 것이다’는 생각과 함께 다양한 변화를 체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60대가 등장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셀린이 2015년 광고 모델로 발탁한 미국의 유명 작가 존 디디온(당시 81세), 세계적인 패션 디렉터인 닉 우스터(1959년생)가 그 예다. 현재 다양한 곳에서 실버 패션쇼가 개최될 정도로 런웨이를 걷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패션에 대한 욕망이 높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이들은 단지 패션뿐 아니라 여행, 취미, 학업, 취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Q. ‘쓸데없음의 쓸모있음’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 예견했다. ‘쓸데없음의 쓸모있음’이란 무엇인가.

쓸데없음 쓸모있음은 취향과 연관된 화두다. 가성비는 실용적인 물건을 살 때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는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다.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운동화를 사는 데 쓸데없이 돈을 쓴다. 가성비를 따지려면 운동화를 하나만 사면 될 것을 라면 먹어가며 돈 아껴 운동화를 3켤레나 사기도 한다. 하나는 뜯지도 않고, 하나는 보기만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가성비 따지는 소비만 하게 되면 인생이 너무 팍팍하다. 쓸데없음의 쓸모있음으로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즐거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향을 갖는 거고, 취향에서만큼은 가성비를 지운다.

● 라이프를 사로잡으려는 기업

Q. 기업 사이에서도 트렌드가 있지 않은가.

그동안에는 A‧B‧C마트가 있을 경우, A마트의 경쟁업체는 B‧C마트였다. 즉 근처에 위치한 동종업계의 경쟁 구도에만 신경을 썼던 ‘마켓 셰어(Market Share)’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업체가 아닌 소비자와 싸우는 ‘라이프 셰어(Life Share)' 시대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A마트 안 간다고 반드시 B마트들 가는 것이 아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 DIY하는 사람들 등 별의 별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이긴다고 해서 다가 아니게 된 것이다. 마켓 셰어를 따지던 시대에는 동종업계의 경쟁 구도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제 동종은 물론이고 이종, 심지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분야와도 경쟁을 하게 된다. IT업계는 자동차업계와 싸우고, 유통업계나 미디어업계와도 싸운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점유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라이프 셰어’가 핵심이 됐다.

Q. ‘라이프 셰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특별한 마케팅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마트타운이 대표적이다. 이마트타운은 대형 마트 10개 이상이 있는 일산에 지난해 6월 자리잡았다. 대형 마트를이 서로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운다는 전제하에 시장점유율이 나뉘는 건데 이마트는 매장 포화 지역인 일산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마트는 시장점유율이 아닌 라이프셰어, 즉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욕망을 장악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이마트타운은 남자들의 놀이터와도 같은 체험형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 대형 마트 즉석식품의 패러다음을 바꾼 ‘피코크 키친’,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다양한 전문점을 더하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보다 훨씬 큰 공간에서 훨씬 풍부함 체험 기회와 쇼핑 품목을 제공한다. 이 덕분에 이마트타운 방문자의 평균 체류 시간은 2시간 2분으로, 서울 지역 대형 마트 평균 이용 시간 1시간 7분보다 55분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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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변하는 한국사회

Q. 2016년과 2017년 트렌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올해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2017년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더 이상 흥하는 기업은 생기지 않고, 망하는 기업이 굉장히 많아질 거다. 그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노령화’, ‘청년 실업’ 등이 더욱 심해지면서 기존부터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결국 우리들에게 가난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내놓으려하는 ‘자발적 가난’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비원 아저씨 일자리를 없애느니 여러 사람이 얼마 씩 더 관리비를 내자는 것, 세금 더 내도 좋으니 복지 시스템이 투명해진다면 동의하겠다는 것 등 다 같이 잘 살 궁리를 하려는 태도가 자발적 가난이다.

Q. 혹시 새로운 트렌드에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있나.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가난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가난은 나쁜 것, 부자는 좋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부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회인 반면,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못된 사회였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천박한 태도다. 가난이 현실이 되는 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가난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거다. 사실 가난은 불편한 게 아니고, 살다가 보면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다. 또 가난하다고 죽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더 행복한 나라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에만 너무 집착하다보니 어느덧 가난에 너무 취약한 나라가 됐다. 이런 우리들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자발적 가난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또 이 사회는 복지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정해야 한다. 특히 내년은 선거가 있는 해다.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Q. 트렌드 분석가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소비 트렌드에 너무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소비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죽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에 사회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트렌드보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 읽어 내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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