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본잠식 위기설이 제기됐던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결국 ‘백지 재무제표’를 내고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사이언스의 주채권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말 미래사이언스에 대한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으며 현재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기업실사가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오는 3월말~4월경 기업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채권단회의를 거쳐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자 워킹맘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기업인으로 변신해 성공가도를 달려온 미래사이언스 한경희 대표. 그의 최대 히트작인 스팀청소기는 2003년 출시 이후 10여년간 1000만대가 팔려나갔고 뒤이어 스팀다리미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난 2008년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새로 출시한 상품들이 이전과 같은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고 새로 진출한 사업에서도 지지부진하며 성장 한계에 직면, 자금난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앞서 미래사이언스는 지난해 4월 2015년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아 자본잠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간 미래사이언스는 늦어도 매년 4월 중순경까지는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의혹은 계속 커져만 갔다.

결국 지난해 12월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2015년도 감사보고서에는 회계법인 ‘의견거절’과 함께 회사의 재무상태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도 기재되지 않았다.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및 주석자료를 포함한 감사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의견거절의 이유를 밝혔다.

자본잠식 위기설 이외에도 2010년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한 대표의 남편 고영철 회장의 엔에스코기술과 합병으로 부채가 급등했고, 일반인 중학생 형제의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제품이 사실 한 대표의 아들 형제가 만들었고 이들에게 제품 판매 순수익의 일부를 지급했다는 의혹, 지난 2014년 83억의 손실을 기록한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36억여원을 빌리는 등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돼왔다.

그때마다 미래사이언스 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번호를 남겨주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답을 들을 순 없었다.

결국 미래사이언스는 한경희라는 이름을 덜어내고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한 대표와 사측은 계속해서 위기를 넘어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백지 재무제표’는 다시 채워 넣더라도 앞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 ‘백지 답안’을 고수하고 있는 미래사이언스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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