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으로 금융감독원 제재를 앞둔 빅3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로써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으로 금감원 제재를 앞둔 빅3 중 삼성, 한화생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이날 그간 지급하지 않았던 자살재해사망보험금 1858건, 672억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672억원은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액 1134억원 중 60%에 달한다.

교보생명 측은 고객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며 2007년 이전 자살보험금은 원금만, 나머지는 전액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일부를 위로금 형식으로 제공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을 불러 제재 심의 전 소명 시간을 갖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이들 빅3 생보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에 대한 문책성 경고 등 중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교보생명과 같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아 제재 대상에 오른 삼성, 한화생명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465억원’ 자살보험금 논란…어떻게 진행됐나?

지난해 2월 기준 2465억원에 달한 자살보험금 논란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시켰다.

이후 생보사들은 같은 상품을 시장에 앞다퉈 내놨고 2010년 초까지 280여만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일어났고 생보사들은 2010년 4월 이후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약관을 개정했다. 재해사망은 일반 사망에 비해 2~3배 더 많은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담이 커 자살사고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속이고 일반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왔다.

자살보험금에 관한 논란은 지난 2014년 금감원이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현황을 대대적으로 점검한 뒤 보험금 지급을 권고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생보사들은 약관 표기의 실수라고 반박했지만, 금감원은 잘못 기재된 약관이라도 약관대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 생보사들은 금감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지난 2010년 4월 약관 개정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경우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에 대한 별도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생보사들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진웅섭 금감원장은 “대법원이 소멸시효와 관련해 판단을 내릴 경우 당연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겠지만 민사적 책임 면제와는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적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밝히며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압박했다.

당초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에 휩싸였던 생보사는 총 14곳 중 ING, 신한, 메트라이프, PCA, 흥국, DGB, 하나생명 등 7곳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약속했다.

이어 빅3와 함께 소멸시효에 따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던 알리안츠, 동부, KDB, 현대라이프생명 등 4곳도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를 받자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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