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 집회 ⓒ뉴시스

샤이 보수 떠올라…보수층 결집 가능하나
자유한국당, 샤이 보수 띄우려 혈안 돼 있어
10~15% 샤이 보수, 존재감 발현 가능성은
샤이 보수 자극해 보수정권 재창출 노림수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기 현실적 어려움 많아

정치권에서 이른바 ‘샤이 보수’라는 말이 있다. 침묵하는 보수라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샤이 보수’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샤이 보수가 과연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 그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면 과연 대선 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하다. 샤이 보수의 존재 여부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자유한국당은 ‘샤이 보수’가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그 샤이 보수가 끝내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샤이 보수’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현상에서 따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고는 누구나 예측하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트펌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막말과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트럼프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지지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뒤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투표를 통해 발현됐다. 이를 두고 ‘샤이 트럼프’라는 말이 생겨났다. 평소에는 뒤로 숨어 있다가 투표 당일 투표를 하는 세력을 ‘샤이 XXX’이라고 붙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샤이 박근혜’ 혹은 ‘샤이 보수’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샤이 트럼프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면 샤이 박근혜 혹은 샤이 보수라는 단어는 인위적으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유한국당에서 ‘샤이 보수’라는 단어를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만약 언론에서 먼저 사용했다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단어이지만 자유한국당에서 사용한 단어라는 것은 무엇인가의 ‘뜻’을 가지고 만들어진 인위적인 단어라는 것이다.

샤이 보수는

자유한국당이 ‘샤이 보수’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이유는 단 하나다. 보수의 결집이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을 계기로 보수가 숨어버렸다. 보수를 더 이상 보수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 됐다.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하면서 보수는 상당히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결국 뒤로 숨어버렸다. 그 숨은 보수를 일깨우고 다시 전면으로 내세우게 되면 보수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논리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탄핵 반대 여론이 20% 안팎에 달하는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이기 때문에 10~15% 정도의 숨은 보수 표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보수 표심이 깨어나게 된다면 보수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샤이 보수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개별 참석에 대해 만류하지 않는 것 같은 이유다. 매주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 참여 인원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샤이 보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은 판단하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들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당에게 정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그들은 “빨갱이에게 나라를 넘겨줄 수 없다”라는 논리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들을 자극해서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연단에 올라서 계속해서 연설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 자극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심판을 받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축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논리다. 계속해서 ‘샤이 보수’를 자극해서 뒤로 숨지 않게 하고 앞으로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연달아 국회에서 탄핵심판과 관련된 토론회를 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계속 종편이나 라디오 등에 출연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소위 숨어 있는 10~15%를 자극해서 깨워서 앞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중도층 역시 보수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주자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부동층 즉 무응답층이 30% 정도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무시못하는 세력인 것은 틀림없다. 보수정당으로서는 이들을 자극해서 보수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샤이 보수’를 건드리고 있다. 실제로 부동층이 향후 대선 정국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직도 대선 주자를 선택하지 못한 이들이 대선에서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면 상당한 표심으로 작용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또 다른 변수는 바로 투표율이다. 조기 대선을 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변수는 50대 이상의 투표율이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50대 이상 투표율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보수정당이 패배를 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상 투표율이 높게 나온다면 아무래도 보수정당이 유리하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젊은층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 유권자들도 투표가 나라를 바꾸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투표 의향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 워낙 높은 투표의향을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 투표 의향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남은 것은 바로 50대 이상 투표 의향이다. 이들이 대선 투표 당일 투표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면 투표율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보수 대선 주자에게 유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샤이 보수’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다만 과연 ‘샤이 보수’가 얼마나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투표 성향이 얼마 전에 비해 급속도로 야권에 기울어진 이 상황을 돌파하기에는 보수의 현실이 어둡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탄핵선고를 받기라도 한다면 그 운동장은 더욱 기울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야권 후보들과 보수정당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샤이 보수를 이끌만한 대선 주자가 없다는 것이다.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장으로 나가게 만들어줄 대선 주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대선 주자가 보수에게는 없다. 때문에 샤이 보수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야권 후보들을 이길 수 있는 그런 후보가 있다면 샤이 보수는 뭉치게 되고, 대선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샤이 보수가 말 그대로 숨은 보수이지 이들이 투표장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그 의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바로 보수정당의 현재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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