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이기적인 선택이자 거래로서의 결혼
[칼럼]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이기적인 선택이자 거래로서의 결혼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09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가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과 가깝고, 그 학교가 개강을 한 관계로 필자는 요 며칠 부모님 댁에서 묵었다. 저녁식사 때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부모님께서 결혼 이야기를 하셨다.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결혼 하려면 돈 모아야 되지 않겠냐?’라는 것이었다.

이런 대화 속에서 문득 예전부터 고민하던 칼럼 소재가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열쇠 세 개’, 즉 집 열쇠, 자동차 열쇠, 사무실 열쇠로 대표되는 신부 측에 대한 과도한 혼수 요구의 사례가 ‘조금’ 줄어들고, 오히려 신랑 측이 신접살림을 마련할 수 있는 돈에 대한 압박으로 파혼에 이르고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짧게 이야기 하면 신부 측에 대한 혼수의 압박보다 신랑이 마련해야 되는 집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 구성의 문화가 변경된 것이 핵심인 것 같다. 예전에는 자식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기존에 부모님과 자식이 함께 살던 집에 아들의 신부가 들어와서 사는 일이 많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여성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더욱 당연히 여겨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랑 측은 굳이 새 집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고, 오로지 신부가 마련하는 혼수가 더 중요한 사항으로 다뤄졌다. 거기에다가 ‘이번 기회에 가재도구를 바꿔보자’는 욕심과 ‘이 정도 혼수는 해야 우리 자식과 결혼할 수 있다’는 가부장적인 허례허식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마저도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세상으로 바뀌다보니, 신랑 측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랑 측이 집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별도로 할 필요가 생기고, 상대적으로 혼수보다 더 큰 부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랑이 살 집을 마련하고, 신부가 혼수를 마련한다’는 고정관념이 가족 구성의 문화가 바뀌면서 오히려 남성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주택이나 전월세 가격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수입은 줄어드는 경제적 상황, ‘결혼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의 변화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이 변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도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혼수와 신혼부부가 살 집을 합쳐서 신랑과 신부 측이 절반씩 부담하는 문화도 생겼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직장 생활이 늘어나면서, 신랑 측 부모나 신부 측 부모 중 한 쪽의 집에 매우 가까이 살면서 손주의 육아까지 신랑 신부의 부모가 담당하는 경우도 생겼다. 어떻게 보면 ‘준대가족’이라고 일컬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과 결혼과 혼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권인숙 교수(독자들이 예상하는 그 권인숙 교수가 맞다)가 기고한 『여성이 ‘하향선택결혼’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칼럼도 생각났다. 권인숙 교수는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여성의 스펙, 즉 여성의 학력, 수입, 사회적 지위 등이 과도하게 높다는, 그야말로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보고서를 접하고 여성이 하향선택결혼, 즉 자신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남성과 결혼할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입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기 때문에 남성의 ‘상향선택결혼’ 자체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 그리고 여성의 소위 ‘고스펙’을 남성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배운 여자는 신부감으로 좋지 않다’는 생각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역사의 변화가 계속 진행하면서 결혼에 관한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데릴사위, 민며느리 제도, 축첩(畜妾. 남성이 본처 이외에 후처를 두는 것)의 유행과 소멸 등을 비롯해 서양식 결혼식의 도입, 가족제도의 변화 등이 결혼 제도와 연결돼 많은 변화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가부장제도가 옳다!’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모습도 일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사실도 있다. 첫째, 아직도 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 맞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결혼이 20~40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남성과 여성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겠다. 그 안에 성차별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이 한 공동체를 이루는 대사건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셋째, 권인숙 교수도 지적한 바와 같이 ‘결혼은 가장 이기적인 선택이고 거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