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탄핵인용 이후 온라인에서는 탄핵 관련 숫자가 화제였다.

탄핵안 의결 불참의원 1명, 탄핵안 찬성 의원 234명, 탄핵안 반대 의원 56명, 탄핵안 무효 투표 7개, 탄핵안을 발의한 날 8일, 탄핵안을 가결한 날 9일, 탄핵심판 최종선고일 10일, 탄핵심판 최종선고 시간 11시.

기막한 우연이라며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탄핵 인용까지의 과정은 절대 우연이 아닌 촛불, 국민이 만든 결과였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올해 3월 4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19차례나 열린 집회에는 1500만명(주최측 추산 누적인원)의 사람들이 모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대규모 집회였으며 시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매주 대한민국의 정의를 찾기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촛불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을 선고하는 순간 국민 대부분은 아직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에 환호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박사모 등 회원으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시위를 벌여 몇몇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탄핵인용과 관련된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들이 헌재 결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탄핵 인용은 뒤집을 수 없는 역사적 결정이다.

그렇게 다시 광장엔 이 왔다. 탄핵 인용 이튿날인 11일 ‘박근혜정권 퇴진을 위한 비상국민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현장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투데이신문>은 탄핵이 완성된 숫자 11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민 11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민 최혜선씨, 김연지씨, 박명안씨, 추영배씨 ⓒ투데이신문

최혜선(24·여)
오랜 시간동안 싸웠다. 역사의 현장 속에 있었다는 것이 기쁘다. 아직도 청와대에서 나가지 않는 박근혜씨가 얼른 나갔으면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문제들이 많다. 하루 빨리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서도 이 문제가 계속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나 검찰 등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주길 바란다.

김연지(41·여)
세월호가 탄핵사유에서 제외된 것에 분통터진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박명안(33)
헌법재판관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했다고 믿는다. 세월호가 제외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세월호 문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면 감사하겠다. 이제부터는 은폐하려고 했던 일들, 은폐의 이유 등을 파헤쳐야 한다.

추영배(72)
헌재에서 만장일치 8:0이라는 수치로 파면했는데 그것이 곧 민중의 힘, 국민의 힘이다. 내가 20차 촛불집회를 하면서 외쳤던 것이 그대로 이뤄졌다. 한 사람을 파면시킨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세상, 세월호 아이들처럼 또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는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모여야 한다. 공의로운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박재민(가명·61)
헌재에서 말했듯이 이제 시작인 것 같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국정원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를 개혁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개헌을 말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4.13 총선 당시 선관위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한다고 건의했는데 두 거대정당이 반대했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서 지지율대로 의석을 얻을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적폐청산을 꼭 이뤄야한다.

송기창(56)
탄핵심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상식과 비상식, 선과 악의 문제다.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라를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어느 편에 서야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대전에 사는데, 처음엔 못 나오는 것이 부끄러웠다. 4차인가 5차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보람이 있었다. 이제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 같이 지혜와 힘을 모아 좋은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민 권민수씨, 진지한씨, 최이형순씨 유한샘씨 ⓒ투데이신문

권민수(28)
탄핵 돼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광장에서 외친 수많은 구호를 생각하면 탄핵 인용은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가 외쳤던 바를 위해서 끊임없이 싸워야 할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기뻐하되 내일부터는 다시 투쟁의 마음을 붙들고 광장을 지켜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가장 앞서서 싸워주신 세월호 유가족들을 기억하면서 세월호의 인양과 진실을 인양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다.

김미애(가명·53세·여)
국민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탄핵 인용이 되면 환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눈물이 났다. (세월호참사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대해서) 재판관 전원이 탄핵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안타깝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국민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28)
예상외로 만장일치 판결이 나와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아무리 헌법위배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국민의 생명권을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탄핵을 이끌어낸 분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인데 자세히 다루지 못해 안타깝다. 이제 대선국면인데 세월호를 정치인들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문제를 대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이제 정권이 무너졌으니 검찰도 적폐청산에 있어 적극적으로, 정직하게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

최이형순(24)
탄핵이 돼서 굉장히 기쁘다. 정의가 살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재벌개혁,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 대선주자들에게는 정의와 공의가 펼쳐지는 좋은 나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유한샘(23)
탄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시작됐다. 여러 가지 혼란도 야기될 것 같다. 이제 세월호를 시작으로 모든 사회갈등과 모순들이 해결되길 바란다.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국민을 ‘투표하는 기계’로만 보지 말고,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탄핵인 만큼 ‘국민이 주권자다’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좋겠다.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았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탄핵인용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촛불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모인 시민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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