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진로 고민중 미국 유학하면서 다양성에 관심
다양성 사회 만들기 위한 ‘나, 너 그리고 우리’

타인 보는 고정관념·편견 극복해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적극 지지

시민의식 개선·제도개혁 병행 필요
존엄과 평등 이뤄지는 세상 꿈꿔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우리사회는 선주민과 이주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사회 구성원 측면에서는 다양성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 혐오, 성소수자 비하, 여성 차별 등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해 옭아매고 있는 모습을 보면 태도나 의식적인 면에선 아직 다양성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더 이상의 분열을 막고, 더불어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3일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을 만나 우리사회의 다양성 인식에 대해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았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한국다양성연구소’에 대해 소개한다면.

문화, 제도 규범, 전통 등 모든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정해놓은 것들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별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시작한 연구소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자존감과 자기애를 높이면서 건강한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만큼 ‘나, 너 그리고 우리’라는 3단계로 나눠 다양성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의 정체성 찾기,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없애기, 사회적‧구조적 차별과 억압을 없애는 순서로 단계가 나뉜다. 이처럼 구조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Q.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경제, 노동, 장애, 종교, 평화 등의 분야에 대해 강의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교육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특강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젠더·섹슈얼리티, 여성인권과 성소수자인권을 포함한 성평등 교육을 많이 한다. 또한 인권교육이나 다양성 교육도 진행한다. 아동, 노인, 장애인, 다문화 교육도 하고 있다. 사회복지센터가 아닌 경우에는 성평등 교육이 가장 많다.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전역 후 미국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러 갔다. 그곳에서 라티노 여성 교수님에게 ‘왜 사람이 타인에 대해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게 되는가’라는 제목의 과목을 배우면서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등하다고 하는 미국 사회에서도 흑인과 라티노,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그곳에서 소수인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지지하고 존중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단체라 생소하다. 외국에도 이런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나.

미국에는 다양성전문교육 기관인 NCCJ(National Conference for Community and Justice)가 있다. 대학원 과정 중에 이곳에서 2년 동안 일했다. 대화형식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퍼실리테이터(대화진행자)가 돼서 하루 6~8시간 정도 대화했다. 학생 30명, 스태프 30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학생들의 정체성을 모두 반영해서 스태프를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장애인, 흑인, 백인, 라티노, 아시안 등 다양한 학생들이 참가하면 스태프들도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로 동일하게 구성하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대상으로는 여름과 겨울 방학동안 일주일씩, 학기 중에는 직장인을 상대로 1박 2일, 3박 4일로 진행한다. 그리고 한국다양성연구소처럼 1인 연구소로 활동하는 DAP(Diversity Awareness Partnership) 라는 곳도 있다. DAP는 주로 특강,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한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다양성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

Q. 국내 다양성 지수를 진단해본다면.

많이 좋지 않다. 2012년 여성가족부가 여론조사기관 GH코리아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다문화수용성지수’가 100점 만점에 51.2점을 얻는데 그쳤다. 또한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문화공존’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18개국의 찬성비율이 74%인 것을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직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자 하는 마음이나 태도가 부족한 것 같다.

Q.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이 꽃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많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딱 짚어내긴 힘들다. 우선 경제적인 이유,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제시대, 6.25전쟁, IMF를 겪으면서 안정적으로 살기 원하는 분위기가 조부모 세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종교적인 이유다. 유교와 기독교 등 보수적인 예절이나 전통을 강조하는 종교들이 널리 퍼져있다. 특히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더욱 심하다. 또 하나는 군대와 안보문제다. 경험한 바 다양성을 제일 싫어하는 곳이 군대와 종교집단이다. 군대는 다양성을 말하면 위협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온·오프라인에서 ‘주변에 성소수자 없다’, ‘인종차별은 없다’, ‘장애인이 살기 편한 사회다’, ‘여성이 살기 편하다.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받는다’는 등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살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헬조선’이라고 하지 않나. 나도 살기 힘든데 누구를 신경 쓰겠나. 그러나 요즘 인식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대가 갈수록 더 빠르게 다양성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이를 더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차별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사례는 굉장히 많고 일상적이며 그룹마다 다르다.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우리가 인권침해사례를 특별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고발의 형식으로 뉴스 혹은 다큐멘터리 등에 나올 때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삶을 언론이나 매체들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자들의 시각’으로 매체를 만들기 때문에 소수자와 약자들이 매일 경험하는 차별에 주목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특수한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Q. 본인이 경험한 사례는.

미국에서 햄버거 가게인 ‘인앤아웃’에 갔는데 어떤 여성이 갓난아이를 데려왔다. 이제 좋다, 싫다 정도 의사표현을 하는 한 두살 정도 됐을 법한 아이다. 이 여성이 아이에게 “엄마 옆에 앉을래, 아니면 유아용 의자에 앉을래?”하고 물어봤다. 그리고 아이가 의사표현을 하는 대로 해줬다. 또 우리가 들으면 깜짝 놀랄 수도 있지만 “콜라 마실래, 주스 마실래?”하고 물어보더라. 이번에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앉히고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먹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즈음 우리나라 학생에 관한 인터넷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학생은 서울에서도 부자동네에 살고 유명한 학교에 다니며 반에서 1등을 하는 반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 이 학생이 자살하기 전날 친구가 페이스북 하는 것을 보고 ‘그거 뭐니?’하고 물었는데 친구가 ‘네 마음을 남길 수 있는 곳이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한 학생은 바로 그날 페이스북에 가입해 글을 남겼는데 ’너무 우울하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모두 내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원하는 것이 딱 두 가지인데 노란머리를 하는 것,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날 염색을 하고 자살했다. 그 학생의 이야기가 내 얘기처럼 느껴져 엄청 울었다. 나 역시 부모님의 억압으로 원치 않은 과에 진학했고 학창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모든 아동·청소년의 얘기다. 한국사회는 억압과 차별이 만연해 있다.

▲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억압계층과 특권계층, 함께 목소리 내야

Q. 여성혐오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여성혐오와 관련해서는 최근 기업, 노조, 사회복지센터 등에서 성평등 교육이나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다. 그런데 성평등 교육을 하는 여자 강사들도 많지만 남자 강사를 더 선호하더라. 교육받는 사람들이 남성일 경우 강사가 여성일 때 “어디 한 번 해 봐라”하며 무시하거나 차별적인 태도로 임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다양성을 교육하면서도 남성 특권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특권그룹에게 특권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내가 가진 임무, 역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억압그룹에서도 당연히 스스로 인권운동을 해야겠지만 지지자로서 함께 갈 수 있는 특권그룹을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흑인인권운동에서 백인 지지자가 함께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특권그룹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성소수자 문제는 어떻게 보나.

미국에 가서야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회적 규범에 맞춰서 살 필요가 없구나.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건 없구나’하는 생각을 갖게됐다.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비성소수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답한다. 오히려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길 바란다. 그들은 친구들이 차별하지 않기를, 가족이나 본인이 속한 공동체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들에겐 ‘내 자신이 될 수 없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이 사회가 성별 이분법적이고 성적 지향에서도 동성애 아니면 이성애 또는 양성애로만 나누는 사회가 아니라면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문화다

Q. 다문화(이주민)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다문화라는 단어의 확대된 재정의가 필요하다. 처음 이 단어를 만들었을 때는 결혼이주민 등 우리사회에 처음 와서 적응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기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한국의 문화가 기본적인 문화고, 너희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의식에 기반해 쓰인다. 그러나 각자가 모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지역, 성별, 장애유무, 직업마다 모두 다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문화다’라는 의미를 더해 재정의 해야 한다.

Q.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생각은.

북한이탈주민의 문제도 다문화와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데 서로가 다른 점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생각이 다르다고 빨갱이 취급하는 문화에서는 통일이 될 수 없고 돼도 위험하다.

Q. 노동자와 관련된 문제는 다양성 측면에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노동자다. 노동자의 인권이 모두의 인권이다. 안전한 곳에서 일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데 그 당연한 것조차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특권그룹과 억압그룹으로 나눈다면 전체 부를 독점하는 1%의 사람들이 특권그룹, 나머지 99%는 경계그룹 혹은 억압그룹에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는 자본주의의 문제다. 노동에 대한 차별은 다양한 차별의 핵심이기도 하다.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차별의 문제는 빈곤문제다. 빈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Q. 그밖에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동물권과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AI(조류 인플루엔자)문제로 이번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닭과 오리를 생매장했다. ‘음식’이라는 도구적 입장으로만 대하기 때문에 생명이라는 인식이 없다. 동물을 생명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환경문제에서는 탈핵을 생각하고 있다. 환경과 인간에 해롭지 않은 에너지원을 많이 개발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진대 위에 핵발전소가 늘어서 있다. 굉장히 무섭고 위험하다. 차근차근 하나씩 줄여가야 한다.

Q. 탄핵정국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이 극렬하게 충돌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안타깝다. 탄핵선고일 집회에서 세분이 돌아가셨다. 이를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을 때와 같이 생각해야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저러니 응당 당연한 일을 당했다’고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경찰이 충돌을 예상한 만큼 안전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한다는 발언을 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안정시키고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했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세뇌 당했다’거나 안 좋게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세대가 겪어온 경험이나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할머니는 이북에 살다 전쟁 때 피난을 오셨다. 음식도 구걸하고 총알도 피하고 시체를 밟고 넘어오셨다. 그 경험 때문에 북한얘기만 나와도 너무 싫고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배운 분들이다. 가족 내에도 다문화가 존재한다. 다른 문화를 경험했다고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 <사진제공 = 한국다양성연구소>

다양성·인권 위해 차별금지법 통과 돼야

Q. 작년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출마당시 인권,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돼야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양성과 인권을 위해 ‘정치’를 택한 이유는.

교육이나 인권활동을 하다가 정치인이 된다고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연관성이 있어서 도전했다.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다양성이나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모습과 역할은 다르지만 큰 그림에서는 동일하다.

Q. 출마 당시 청소년과 아동의 권리도 주장했다. 얼마 전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언론에 나오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완전 동의한다.(웃음) 지지한다. 아동·청소년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대변자가 없는 사회적 약자다. 선거연령 하향은 18세는 당연하고, 점점 더 낮춰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교육감처럼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경우는 더 빠르게 돼야 한다.

아동·청소년은 사회적 관점으로 빈곤하다고 본다. 청년들은 투표권이 있는데도 목소리와 입장이 반영되기 힘들다. 아동·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으니 더욱 심각하다. 그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Q.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의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상향식(Bottom up)과 하향식(Top down)이 그것이다. 상향식이란 시민의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돼 점점 올라가 문화가 바뀌고 시민들의 요구로 법과 제도와 절차가 바뀌는 것이다. 하향식은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돼야 한다.

▲ 다양성교육에 참가한 인천 예일고등학교 또래상담 동아리 학생들과 김지학 소장 <사진제공 = 한국다양성연구소>

Q. 한국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사회에서 마련해야 하는 것과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인권과 다양성이 뭐냐고 물었을 때 한마디로 답한다면 ‘사람답게,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좋은 일자리,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취업문제를 청년들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변해야한다. 세금제도를 바꿔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생존이 보장된 사회에서 나답게 살기 위한 도전을 할 수 있다. 오늘 먹고살 것을 걱정하면서 꿈을 좇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다.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순응하고 순종하는 것이 아닌 대안이나 도전, 저항을 생각하고 살면 좋겠다. 그러나 먼저 도전, 저항하는 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Q. ‘장미대선’을 앞둔 가운데 대선주자들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평한다면.

현재 알려진 후보 중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 한명 밖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찬성하고 여성,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 성평등에 대해 진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차별금지법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부터 추진됐으나 당시 보수기독교 등의 반대에 부딪혀 장애인 차별금지법으로 개정해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아예 멈춰버렸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정권을 잡게 된다면 당연히 통과돼야 한다. 이제 2017년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나.

이번이 아니라면 다음 대선에서는 극우정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당에서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이 후보가 되도록 시민들이 압박해야 한다. 민주당 후보라면 이정도 입장에는 설 수 있어야 한다.

Q. 다양성연구소의 이후 활동계획과 이루고자 하는 바는.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지금 치중된 특강뿐 아니라 NCCJ처럼 대화형식의 프로그램도 하고 싶다. 그래서 동지를 모아 비영리단체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책도 쓰고 싶다. 조금씩 이뤄갈 생각이다.

이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존엄성을 가지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다. 내가 가진 모습이 사회적 규범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고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되고 더 다양한 사회로 가는 것이 바람이다. ‘별종’, ‘괴짜’들이 늘어나서 재미있고 자유롭게 해방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구체적이고 이상적인 단어지만 존엄과 평등이 이뤄지는 사회를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