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리고 침몰한 지 1073일 만인 2017년 3월 23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세월호를 다시 보기까지 우리는 열두 계절을 지났다.

지난 3월말 세월호가 인양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세월호 인양비용’이라는 검색어가 종일 오르내렸다. 세월호 참사 직후 유가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에만 집중하던 몇몇 언론의 모습이 떠올라 기시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 진영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무려 수천억원의 돈이 필요하다’거나 ‘유가족들 보상금 많이 받았다는데 이제 그만하라’라며 반대했다. 돈이 이유였다.

지난달 25일 전직 KBS 아나운서 정미홍씨는 ‘제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저는 처음부터 세월호를 건져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인명을 귀하게는 여기나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그 몇 명을 위해 수천억을 써야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정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목숨값을 매겨 인양을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인명을 귀하게 여긴다’고 한 정씨의 얘기는 거짓임이 들통났다. 생명을 돈으로 환산해 가치를 따지는, 인명을 하찮게 여기는 정씨의 발언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정씨에게 묻고 싶다. 그 돈으로 세월호를 건지지 않고 미수습자를 찾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해야 아깝지 않겠는가. 돈이 아무리 많이 든다고 해도 가족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는 “인간의 삶에는 경제논리를 벗어난 ‘가치분야’가 분명히 존재한다. 투입대비 효율을 따지는 것은 세월호 인양을 경제적인 타산으로만 여기는 잘못된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세월호 인양에 드는 비용은 낭비가 아니다.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원인을 밝혀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늦었지만 국가가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인양비용 논란 중에 마침내 배를 물 위로 끌어올렸지만 아직도 그 안에는 9명의 미수습자들이 있다. 지금도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목포신항만에 머물며 가족을 찾기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희생자의 생명에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미수습자를 찾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게 인명을 귀하게 여기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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